요트를 소유했다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다 부자처럼 보일 수 있을까? 아니다. 막 요트에서 내린 것처럼, 막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어디를 다녀온 듯한 스타일이 돼야 부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명품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휘어감은 사람이 오히려 더 없어 보일 수도 있으니 ‘헛돈 쓰고 스타일 없다’는 말까지 들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보는 ‘부티 나는’ 패션 스타일에 대해 몇가지 알아보자.우선 너무 유행에 민감해하지 않고 약간은 촌스럽고 보수적임을 지켜야만 부자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주 좋은 신발을 신었다거나 말끔한 헤어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면 기본은 통과한 셈. 필자가 제안하는 몇가지 팁을 충분히 활용하기 바란다.무거운 정장 셔츠를 벗고 가벼운 니트를 편안하게 즐겨 입는다. 대부분의 미국 사무실에서까지도 과거 사무직 직원이 입는 바지와 재킷, 조끼까지 한 벌로 입는 사람은 보기 어려워졌다. 그런 옷차림은 더 이상 이 시대의 트렌드와 맞지 않으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담감을 안겨줄 뿐이다. 얼마 전 필자가 기고한 아이비 룩(Ivy look)에 관한 글을 기억하는가? (미국 동부의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는 명문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즐겨 입는 옷을 일컫는 말.)이들이 주로 입는 터틀넥의 니트는 아가일 체크무늬가 가미돼 있거나 가는 스트라이프의 단순하고 클래식한 옷차림이다. 이런 룩은 캐주얼하고 현대적인 요소가 강할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소재를 사용하지만 가공법이나 재단 및 바느질 등을 섬세하게 해 고급스러움을 나타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명품 브랜드도 무거운 정장에서 탈피하고 편해 보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들의 폭을 점차 더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특히 부자들은 겨울에 따뜻한 여름이 있는 나라로 이동해 여행을 즐기는 ‘제트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기에 겨울에도 그다지 옷을 무겁게 입지 않으며 티가 별로 나지 않는 가벼운 니트에 바지, 그리고 겨울에도 자외선을 주의하도록 선글라스를 잊지 않는다. 이러한 룩은 하나의 패션코드가 돼 ‘크루즈 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을 눈여겨보면 자신의 옷장에 무채색이 아닌 약간은 미색 파스텔 톤의 니트 혹은 밝은 색상의 니트가 여러 벌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명품 에르메스의 경우에도 무거운 정장류의 외투나 복잡한 디테일이 있는 옷보다는 간결하고 절제된 색상과 디자인의 아이템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세계 최고급의 소재와 퀄리티를 전제로 한 간결함과 절제다. 절제가 돼서 더욱 부유해 보이는 이치를 여기서 이해하고 캐치하자. 겨우내 블랙 혹은 칙칙한 회색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부터 벗어나자. 마치 당장 내일 남태평양 섬으로 떠날 것 같은 느낌의 ‘이너웨어’ 한 가지만으로도 작지만 큰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패션이란 자기만족이다. 무거운 정장 셔츠 대신 산뜻한 블루 스트라이프 니트나 체크무늬 셔츠만 입어도 당신의 외모는 지금보다 몇 배 여유로운 자의 모습이 될 것이다.시계와 신발만은 명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세여성들만 액세서리에 돈을 투자하는 시대는 갔다. 필자는 여성들이 남성을 볼 때 부자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가장 먼저 보는 아이템이 어디인가에 관한 앙케트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시계와 신발이었다. 여성이 핸드백과 신발에 돈을 투자하듯 남성들도 시계와 신발만은 좋은 걸로 구입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다. 아무리 허름한 옷과 신경 쓰지 않은 패션코드라도 시계 하나만 재대로 찬다면 그냥 모든 것이 용서가 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매우 속물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현재 패션이라는 관점으로만 사람의 스타일을 논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비싼 고급시계를 장만하는 일은 돈이 문제다. 물론 부자로 보이기 위해 명품시계를 반드시 구입하라고 권유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것의 지출을 줄이고 몇 년에 걸친 계획을 세워 명품시계를 장만한다면 그것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만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가짜 명품시계나 구두를 아무런 수치심 없이 차거나 신지는 말자. 가짜를 착용하는 것보다 자신의 형편에 맞는 브랜드를 정직하고 자신 있게 착용하는 편이 훨씬 부티가 난다. 시계는 시계를 보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당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아이덴티티를 직접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를 간직한 아이템으로 간주됨을 이해하자.헤어와 피부의 상태는 부의 절대적 상징부자로 보이기 위해서는 옷차림뿐 아니라 매력적인 머릿결도 중요하며 무결점의 고른 피부도 한몫 한다. 외형상으로 봤을 때 옷차림 이전에 보게 되는 건 바로 그 사람의 얼굴과 헤어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머릿결만 유지해도 당신은 얼마든지 더 젊어 보이고 정갈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자로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특히 남성이라고 해서 피부관리에 등한시한다면 나아가서는 손댈 수 없을 정도가 돼 자신의 인상을 망쳐 비즈니스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요즘 같이 외모 지상주의 한국사회에서는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형을 화장하듯이 하는 여성들이 줄을 서고 남성이 자신의 얼굴을 몇 번이고 뜯어고치는 일이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피부에 신경 쓰라고 해서 스킨로션 바르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모른다고 겁부터 먹지는 말자. 겨울철 쉽게 눈에 띌 수 있는 입술이 건조해 일어나는 현상과 하얗게 튼 피부만 정리해도 당신은 이 겨울 한결 부티 나는 겨울 남성이 될 수 있다. 항상 립크림 혹은 립밤을 주머니 속에 갖고 다니자. 입술이 일어나게 되면 상대방에게 그쪽으로 시선을 뺏기게 되며 당신은 너무나도 없어 보일 것이다. 입술 다음으로 겨울철 관리해야 하는 부위는 바로 손이다. 시중에 싼 핸드크림이 널려 있으니 립밤은 주머니에 핸드크림은 가방 속에 넣어 갖고 다니자.또한 자기 전에 가볍게 아이크림과 로션만 정성스럽게 빼먹지 않고 발라준다면 겨울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얼굴이 팽팽히 당겨지는 느낌은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필자는 코레스(korres)에서 나오는 슈가 크리스털 크림을 애용하고 있는데 설탕 성분이 들어 보습에 탁월하며 실제로 남성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준다. 시중에 설탕이 들어간 여러가지 제품을 찾아서 자신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구입하는 센스도 잊지 말자.남자도 아이크림을 바르냐는 의문은 이제 절대 갖지 말자. 피부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라면 20살이 되면서부터 아이크림을 발랐을 것이다. 남성 또한 어려서부터 챙겨 바른 아이크림은 나이가 들어도 절대 헛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훗날 아름다운 주름을 갖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자기 전 5분만 투자해 보자. 부자는 주름살도 곱게 생겼음을 잊지 말자.드러내지 않게 명품 즐기기절제의 미학을 믿는가? 패션에서도 이 명제는 통한다.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명품 마니아들도 이제 더 이상은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지 않는다. 로고가 커다랗게 박혀 있는 옷은 심지어 천박스럽게 여겨지는 추세다. 눈에 띄는 명품 로고를 숨기고 레이블 없는 동대문의 옷이나 중고가 브랜드를 명품과 믹스매치해 입는 방법을 즐기고 있다. 즉 명품을 하지 않고도 트렌드를 아는 패션 피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스타일링으로 자신을 치장해야 감각 있고 동시에 부자로 보이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전세계의 진정한 패션리더들은 명품을 맹신하는 명품족들의 무절제한 감각을 혐오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과도하게 명품으로 치장하는 스타일보다는 자기만의 방식대로 싼 것과 비싼 것을 적절히 믹스매치해 개성 있게 옷을 입을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과 자신의 취향 혹은 전반적인 트렌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당신은 부자로 보이기 위한 마지막 방법을 숙지했다고 할 수 있다.현재 패션을 포함해 문화 전반적인 부분에 깊게 깔려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존재할 기본 컨셉은 바로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럭셔리’다. 이것을 한국어로 좀더 쉽고 현실적으로 풀어본다면 ‘부티 나게 차리는 주의’다. 하지만 분수에 맞지 않게 쇼핑에 투자하거나 돈을 쓰고도 욕을 먹는 저급한 취향이나 문화적 소양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럭셔리는 ‘지적인 럭셔리’에 있으니깐.황의건ㆍ(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