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역장병이 전국 규모의 게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화제다. 계룡대에서 육군 상병으로 복역하고 있는 정우준씨(23)가 그 주인공이다. 정상병이 출품한 작품은 음악과 레이싱게임을 결합한 ‘뮤지싱’(Musicing)이란 신개념 게임이다.“음악과 게임은 만인이 사랑하는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두 장르는 따로따로 성장해왔어요. 음악콘텐츠는 음악을 원하는 유저에게만, 게임은 게이머에게만 관심을 가졌죠. 이번 수상작은 두 콘텐츠를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점에 착안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커피와 함께 문화를 팔고 있듯이 이번 게임은 ‘재밋거리’를 넘어선,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기획됐죠.”입대를 하면 머리가 굳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정상병에게 통하지 않는다. 어떤 환경이든 자기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불평만 하는 대신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하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실제로 이번 수상은 그런 작지만 지속적인 노력의 산물이었다. 주머니 속에 수첩을 넣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빠뜨리지 않고 적어두고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다.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저녁시간과 주말에는 부대 안에 설치된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공부를 했다.“군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이왕 할 거면 즐겁게 한다는 게 제 신조거든요. 오히려 여건이 어려울수록 성취감이 큰 거 아닌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상관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정상병은 입대 전에도 여러 게임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2002년에 전주컴퓨터게임엑스포 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0개월 동안 무려 5종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정상병이 게임개발을 시작한 것은 대학 3학년이던 2002년 여름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푹 빠져 있었던’ 영화와 자신의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결합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결심과 함께 정상병은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마땅한 학원도, 스승도, 서적도 없어 해외의 관련서적을 섭렵하며 기본기를 다져나갔다. 공모전 출품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공모전은 아마추어들의 공간이라는 게 보통의 생각이다. 정상병 역시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재능이 아마추어 수준에서 끝날 거라곤 여기지 않는다. 매번 다른 아이디어로 잇달아 수상했다는 것은 게임기획자로 성공할 수 있는 독창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증거라고 믿는다.“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가 그런 것처럼 단순히 재미만 주는 차원을 뛰어넘는 게임, 말하자면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해 감동을 주기도 하고 인간의 정신적 성숙에 보탬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제대와 동시에 정상병은 게임개발사를 창업할 계획이다. 초기이니만큼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고 시장의 피드백이 빠른 모바일게임부터 시작할 작정이다. 첫 작품의 구상도 이미 끝낸 상태다. 간단한 게임이지만 웬만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버금가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정상병은 자신한다. 여건이 되는 대로 ‘뮤지싱’의 상용화도 추진할 생각이다.약력1982년생. 2000년 서울 동북고 졸업.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2004년 입대. △수상: 2002년 전주컴퓨터게임엑스포 우수상. 2003년 한빛소프트배 온라인게임 시나리오 공모전 2위. 2005년 전주컴퓨터게임엑스포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