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복면에 긴 망토를 걸치고 홀연히 나타나 악당들을 무찌르고 유유히 퇴장하는 영웅.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만든 액션어드벤처 ‘배트맨’과 이를 19세기 버전으로 변형한 ‘조로’의 모습이다. 복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웅들도 이와 같다. <마스크 오브 조로>(1998년)의 속편 <레전드 오브 조로>는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액션영웅을 그린 영화다. 다만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컨셉을 차용해 조로 부부의 무용담으로 꾸민 것이 전편과 다르다. 우먼파워가 강력해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시대적 배경은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주를 미국의 31번째 주로 편입하려는 19세기 중반. 서민들은 연방에 편입하는 것을 열망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지주세력은 유럽세력과 연대해 음모를 기도한다. 여기서 애국심을 앞세우는 조로(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가정의 행복을 내세워 위험한 일을 못하게 말리는 아내 엘레나(캐서린 제타 존스)와 갈등을 빚게 된다.애국심과 개인의 행복에 대한 가치판단을 묻는 영화다. 그리고 미국인에게 애국심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비해 상위개념이라고 답변한다. 이 작품에서 지주세력과 유럽 귀족들은 악의 무리로 규정된다. 당시 봉건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럽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추구하는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였다.히스패닉계 조로의 활약은 국가 형성에서 히스패닉계의 역할을 보여준다. 조로가 아들과 아내, 애마 등과 영어와 히스패닉어로 대화하는 장면들에서 미국의 양대 기둥이 영어권문화와 함께 히스패닉문화임을 상기시킨다.조로의 후견인 격인 가톨릭 신부는 미국의 종교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미국은 단순한 개신교 국가가 아니라 분파와 종파를 초월한 범기독교 국가라는 것이다. 신부는 씩씩하고 용감하며 위기상황에서 뛰어난 대처능력을 발휘한다. 그는 <워터프론트> 등 2차대전 이후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 등장했던 신부 캐릭터들의 후예라 할 수 있다.이런 이야기는 시종 활달한 액션으로 그려진다. 도입부 건설현장 액션은 거의 아크로바틱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하다.그러나 칼과 총의 액션에 차이점이 강조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칼을 쓰는 조로가 총알보다 빠른 영웅으로 그려진 것은 지나치게 만화적이다. 엘레나와 별거 중인 조로가 아들을 학교에 등ㆍ하교시키는 장면도 시대착오적이다. 조로의 어린 아들을 ‘꼬마영웅’으로 만든 대목은 너무 과장돼 있다. 어린이가 악당들의 마차에 숨어타거나 간수를 골탕먹이면서 열쇠를 훔치는 장면들은 조로의 액션까지 사실성 여부를 따져보게 만든다. 10월27일 개봉, 12세 이상.개봉영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한국판 <러브 액츄얼리>.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여러 커플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감독 민규동. 주연 엄정화, 임창정, 김수로, 주현, 황정민, 오미희, 윤진서, 정경호, 서영희, 김유정▶트랜스포터2전편에서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해 주는 트랜스포터였던 주인공이 이번에는 어린이 경호임무를 수행한다. 동양무술을 차용한 논스톱액션이 시선을 붙든다. 감독 루이스 레테리어, 주연 제이슨 스타뎀, 엠버 바레타▶새드무비사랑과 이별의 방정식을 수채화처럼 그린 멜로. 여러 커플은 이별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상대와 깊은 관계에 빠져든다. 세련된 감성으로 빚은 멜로영화. 주연 정우성, 차태현, 임수정, 손태영, 신민아, 여진구, 염정아, 이기우, 감독 권종관▶베니스의 상인유대인 고리대금업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셰익스피어 원작소설을 처음으로 영화화했다. 20세기에 불어닥친 반유대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할리우드 영화사를 소유한 유대인들의 반대로 그동안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조셉 파인즈 등의 연기가 뛰어나다. <일 포스티노>의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연출했다.▶야수와 미녀서양 고전 <미녀와 야수>를 한국적으로 패러디한 로맨틱코미디. 스스로 못난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아름답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여인과의 연애에서 겪는 말 못할 고민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신민아와 류승범, 김강우가 주연했다. 감독 이계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