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유독 상가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가는 8ㆍ31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전매제한이나 각종 세금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다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관심의 배경이다. 여기에 경기회복 기대감까지 높아지고 있어 상가시장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특히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역세권 및 신규 택지개발지구 근린상가에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일부 지역 상가 입찰에는 수십대 경쟁률이 나타날 정도다. 이래저래 상가는 규제에서 자유로운 ‘무풍지대’로 떠올랐다.하지만 변수가 적잖아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유영상 상가114 투자연구소장은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상가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투자수익이 엇갈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철저한 수익성 분석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명은 부동산114 연구원도 “8ㆍ31대책 발표 이후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실제 임대수익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어떤 부동산보다 경기에 민감하고 관리와 운용에 대한 부담 또한 만만찮아 경험 없는 일반 투자 수요가 상가로 옮겨 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8ㆍ31대책 이후 상가시장에 쏠리는 관심은 ‘장밋빛 기대’로 요약된다. 상가 정보 포털사이트 상가뉴스레이다가 456명을 대상으로 상가시장 전망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1.3%가 ‘주택 대체상품으로 상가투자가 다소 활성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아주 활성화될 것’이라고 아주 낙관적으로 보는 답변도 14.7%에 달했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박대원 선임연구원은 “주택, 토지 투자가 원천 봉쇄됨에 따라 전매제한과 종부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상가에 대해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게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났다”고 풀이했다.낙관적인 전망은 실제 분양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갈 곳 잃은 뭉칫돈이 상가로 몰리면서 일부 지역 상가는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지난 9월23일 고양 풍동지구 주공 단지 내 상가분양에서는 최고 낙찰가율(내잔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285%에 달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내잔가 2억2,480만원이었던 점포가 6억4,1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평균 경쟁률도 10대1을 넘어섰다.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용인 동백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공 1단지 지상 1층 5개 점포를 분양한 결과, 평균 낙찰가율이 160%, 최고 낙찰가율이 191%를 기록했다. 한 점포는 내잔가 2억1,000만원의 두 배 가까운 4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인근 4단지 상가분양에서도 평균 낙찰가율이 137.7%를 기록했다.도심상권의 근린상가에도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규입주 오피스텔의 상가나 대단지 인근의 근린상가의 인기가 높다. 강남역, 역삼역 주변 신규입주 오피스텔의 1층 상가의 경우 8ㆍ31대책 이전보다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오른 곳이 적잖다. 역삼동 A부동산 관계자는 “보증금 1억원, 월 500만원 수준이었던 1층 20평 상가가 보증금 3억원, 월 6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밝혔다.그러나 실제 상가시장 여건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투자자 진영의 기대만큼 공급물량이나 조건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9월 상가 분양물량은 지난해 하반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21건에 그쳤다. 상가 분양면적도 4월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이에 비해 상가 분양가는 평당 평균 1,158만원으로 올해 평균 1,079만원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졌다. 내수경기 침체로 임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는 현상은 일반투자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여기에 후분양제 실시 이후 편법 분양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상가 후분양제는 연면적 3,000㎡ 이상 대형 상가는 골조공사의 3분의 2 이상을 마쳤거나 금융권 분양보증 또는 신탁계약 체결의 요건을 갖춘 뒤 분양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 방식대로 투자자 자금을 미리 끌어들여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한 영세업체나 요건을 갖추기 힘든 사업자는 분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도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가에 분양보증을 꺼리고 있다.이에 따라 일부 상가들은 3,000㎡ 미만을 등기분양하고 일부는 임대로 나눠서 따로 공급하는 등 편법을 쓰는 실정이다. 유명은 부동산114 연구원은 “후분양제의 기준이 실제 등기분양이 되는 면적 3,000㎡ 이상의 상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면서 “편법 분양상가는 분양률이 저조하면 공사가 중단될 위험이 크고 부도시에는 구제 방법도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용인 동백지구의 S프라자, V상가 등이 후분양제의 적용을 피해 분양하고 있는 상가로 지목된다.여기에 주5일 근무제 본격 실시로 상권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서울지역의 경우 청계천 복원이나 뉴타운 등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가시장이 활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심 상권의 매출이 예전만 못하게 되면서 입지선택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침체를 겪고 있던 동대문시장 인근 상가나 일부 주택가 상권은 올 들어 새로운 틈새상권으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상가 투자의 메리트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전문가는 “금리인상 소식은 부동산시장 전반에 침체를 심화시킬 전망이어서 8ㆍ31대책의 완결판이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아파트보다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 악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같은 요인을 감안, 상가 투자는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영상 상가114 소장은 “후분양제 실시 이후 편법 분양상가에 대해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후분양제 기준에 부합하는 대형 상가에 투자할 때도 예상수익률 등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상가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서 서둘러 투자에 나서는 것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소장은 “분양요건을 갖춘 우량 상가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상가 공급량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상가를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또 사업이 지자체에 분양승인을 받았는지, 시행사와 신탁회사, 시공사 등이 믿을 만한 곳인지 등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변 유동인구나 경쟁상가의 임대시세, 예상수익을 잘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오랫동안 미분양 상태였던 상가가 이름만 바꿔 재분양을 하는 경우도 많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