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입차시장을 특징짓는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과시성’이다. 그래서 작은 차보다 큰 차가, 같은 급이면 싼 브랜드보다 비싼 브랜드가 더 잘 팔린다. 작고 예쁜 차가 설자리는 별로 없다.그런데 올해 수입차시장에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BMW의 미니(MINI)가 한국시장에 상륙한 것이다. BMW의 고급 세단 이미지에 흠집을 내지는 않을까 하던 우려를 보란 듯이 뒤집었다. 차가 없어서 못 파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올해 한국시장에는 여러가지 의미 있는 수입차들이 선을 보였다.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최고급 세단에 도전한 페이튼, 최초의 디젤승용차인 푸조의 407HDi, GM 캐딜락의 기대작 STS 등이 잇달아 쏟아졌지만 미니만큼 화제를 몰고 온 차도 없을 것이다. 예약판매를 통해 230대를 팔아 당초 올해 한국시장에 배정된 전체 물량(400대)의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서둘러 판매량을 700대로 늘려 잡았지만 미니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품귀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작고 예쁜’ 수입차로는 미니만 있는 게 아니다. 작은 차의 대명사인 폭스바겐의 뉴비틀과 푸조의 2,000만원대 하드톱 컨버터블인 206CC,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피티크루저 카브리오 등이 미니에 앞서 한국시장을 두드렸지만 미니 같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지난해 뉴비틀2.0이 372대가 팔린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모델들은 고전을 거듭한 것이 사실이다.20대 중반에서 30대까지가 미니의 주 고객층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차로만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50~60대 중반의 장년층에서도 미니에 흠뻑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주로 강남권에 거주하는 연예인, 패션디자이너, 변호사, 병원장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이들이 미니에 열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영화 와 SBS TV드라마 <봄날>에 등장, 화제를 불러일으킨데다 깜찍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20∼30대 젊은층에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소형차 중 국내에 경쟁차종이 없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드라마 속 광고와 인터넷 및 모바일 통신을 활용한 이벤트 등 차별화된 타깃 마케팅을 펼친 것도 인기비결 중 하나다. 재미를 유발시키는 ‘펀(Fun) 마케팅’을 도입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공동으로 미니가 경주용 차로 등장하는 최신판 플레이스테이션2(PS2) 레이싱게임(Grand Turismo 4)을 출시하기도 했다. BMW그룹코리아는 GT4 출시를 기념해 시연대를 미니 전시장에 설치, 내방객이 가상의 세계에서 미니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올해 게임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원 메이커(One-Maker) 게임대회의 차종을 미니로 한정해 GT4 게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미니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59년 출시된 이래 530만대가 팔렸다. 미니는 영국의 자동차 설계사인 알렉 이시고니스에 의해 처음 선보였다.알렉 이시고니스는 ‘작은 차체, 넓은 실내’라는 주제로 성인 4명과 수화물 적재가 가능한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앞바퀴 굴림방식과 직렬엔진 등 당시의 신기술도 적용했다. 1961년 레이싱카 설계사인 존 쿠퍼는 미니 쿠퍼를 발표했다.미니 쿠퍼는 몬테카를로 랠리(Monte Carlo rally)에서 1964년부터 67년 사이에 세 차례 우승했다. 패션디자이너 메리 콴트는 미니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스커트를 만들기도 했으며 2000년에는 130개국의 저널리스트가 뽑은 ‘세기의 유럽차’로 선정된 바 있다.BMW는 지난 94년 영국의 자동차메이커 로버그룹으로부터 미니를 인수, 프리미엄 브랜드로 새롭게 만들어냈다. 새롭게 탄생한 미니는 BMW그룹의 최첨단 기술과 감성적인 요소들을 가진 기존 미니의 특성을 함께 갖춰 전통적인 컨셉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미니 쿠퍼는 4기통 1.6ℓ 16밸브 엔진을 장착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시간이 10.4초다. 최대 안전속도는 시속 185km. 수동 겸용 무단변속기(CVTㆍ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를 장착, 자동모드와 스포츠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BMW와 마찬가지로 기어레버를 앞 또는 뒤로 움직이면 스포츠모드에서 수동모드로 자동변환된다.전자식 제동력 분배기능인 EBD(Electronic Braking Distribution)는 프런트휠과 리어휠의 유압브레이크 힘을 분배해 최적의 제동력을 제공한다.코너링 브레이크 제어기능(CBCㆍCoring Brake Control)은 코너링시 브레이크가 과하게 적용된 경우 뒤쪽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완화시킨다. 인터쿨러 등을 특징으로 하는 4기통 170마력의 엔진을 단 쿠퍼S는 100km/h를 불과 7.7초에 도달하고, 최고 안전속도 222km/h, 연비 11.1km/ℓ의 성능과 경제성을 자랑한다. 내리는 비의 양에 따라 앞창의 와이퍼의 작동을 적절히 조절해주는 레인센서, 불빛의 반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감각 백미러 및 사계절용 런플랫 타이어가 기본사양으로 장착돼 있다.돋보기 시승기스포츠카 버금가는 주행성능미니를 처음 본 건 <이탈리안 잡>이라는 영화에 등장했을 때다. 그런데 실제 눈으로 본 미니의 겉모습은 영화 속보다 더욱 앙증맞다. 차체가 아주 낮게 설계돼 국산 경차보다도 더 작고 깜찍한 느낌을 준다. 차에 오르니 ‘와!’ 소리가 절로 날 만큼 디자인이 예쁘다. 정말 예쁘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말이 없다. 계기판까지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만들어버린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남자들끼리만 북적대며 살다가 어느 날 예쁘게 꾸며진 여자친구 방에 들어선 것처럼 낯설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니는 누가 뭐래도 여성, 그것도 20대의 꽃다운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자동차라고 생각하게 된다.정작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서니 주행 느낌은 겉모양과 전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니의 주행성능은 통념적으로 말하는 ‘여성스러움’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한국에 출시된 미니 쿠퍼와 쿠퍼S 2개 모델 모두 1,600cc의 작은 배기량을 갖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 미니의 주행성능은 여성스러움이 아니라 스포츠카의 느낌을 살리도록 설계됐고 가속이나 파워도 배기량을 무색하게 한다.우선 미니는 시끄럽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음이 힘차게 울어댄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언덕길에서도 중형차들을 손쉽게 제치고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엔진이 내뿜는 거친 소리는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재미를 준다.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도 노면의 상태가 직접 손바닥에 전달되도록 조절돼 있다. 꽃단장하고 공주처럼 돌아다니라고 만들어진 차는 아니라는 듯 고집을 부리는 느낌이다.배기량에 비해 파워나 가속성은 뛰어나지만, 작은 차체가 갖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속도를 많이 낸 상태로 굴곡진 노면에 접어들자 차체가 흔들려 다소 불안정한 인상이다. 뒷좌석의 불편함과 적재공간의 협소함까지 생각하면 3,000만원대 중후반의 거금을 들여 이렇게 작은 차를 사야 되나 하는 생각도 얼핏 든다. 미니는 실속보다는 하나의 ‘문화아이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아이콘을 공유하고 향유하는 이들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