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기부터 ‘위원회 정부’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여러 개 대통령자문위원회에 힘을 쏟아온 청와대가 행담도 개발사업에 부정적으로 연루된 동북아시대위원회의 ‘부적절한 업무’ 때문에 일단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임기 한가운데로 접어들면서 불거진 동북아위(문정인 위원장-정태인 비서관)의 일 추진방식은 노무현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다른 국정과제위원회의 활동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처음 동북아위에서 행담도개발에 업무지원서(MOU)를 써주는 등의 문제점이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는 “(진행 중인) 감사원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사표수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문정인 위원장과 정태인 비서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해 사실상 경질처리한 데는 다른 위원회로 이런저런 의혹의 불똥이 튀거나 문제제기가 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공기업의 지방이전에 전력투구해 온 국가균형발전위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 등 각 국정과제위원회의 활동은 뒤에라도 노대통령이 임기 중 업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주요 정책과 직결된다. 또 근 2년간에 걸쳐 짜둔 로드맵들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와도 관련돼 청와대로서는 민감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시베리아 유전개발 투자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털어봤자 특별히 나올 게 없을 것”이라며 “결국 과거 옷로비 때처럼 실체 없이 유야무야되지 않겠느냐”고 여유를 보였던 것과는 분명히 대조적인 분위기다. 동북아위건에 대한 뉴스가 많아지자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확인 안된 온갖 의혹이 마구잡이로 나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실무자들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겠는가”라며 근심을 떨치지 못했다. ‘으레 3년차에는 여론에 얻어맞거나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불거지곤 했던 것 아니냐’며 애써 자위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분명 부담감과 두려움이 깔려 있다.감사원 조사 도중에 민정수석실이 별도로 자체 조사에 착수, 문위원장을 바로 물러나게 한 데는 ‘시스템 작동’ 문제와 관련된 요인이 있다. 청와대는 업무처리를 최대한 문서화하고 문서는 내부의 온라인망 ‘e지원’에 올려 사안마다 관계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관련된 회의 등 업무 추진과정도 일목요연하게 투명화했다고 내세워왔지만 직전에 시베리아 석유개발건과 관련된 업무진행부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 답변이 궁색해진 적이 있었다.동북아위의 업무 추진과정에서도 취약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문기구인 위원회의 권한행사부분, 김재복씨에 대한 인사검증과 유착, 유관기관과 부서간 정보공유 여부. 이중에서도 내부에서 필요한 정보가 공유되거나 상호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은 확실히 시스템의 결함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의욕만 앞선 상황에서 내부점검ㆍ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가 뒤늦게 일종의 위기감과 경각심을 갖게 된 상황이다.행담도 개발과 시베리아 유전개발 의혹 제기로 임기의 절반에도 못미친 시점에서 2건의 ‘권력누수적 하자 사건’이 진행되지만 노대통령의 관심은 여전히 혁신으로 보인다. 특히 인사에서는 혁신성이 주요한 기준이다.오랜 재무관료로, 관세청장에서 건교부로 이직한 김용덕 차관의 경우를 보자. 청와대는 기용배경에 대해 “관세청장 때 관세행정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등 혁신지향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에 혁신관리수석이라는 새 직책도 만들었다.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혁신관리수석 인사를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국세청을 개혁 선도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등 혁신기획 및 추진역량이 탁월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혁신담당관 자리가 부처마다 만들어졌는데 청와대에 혁신수석이 신설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참모는 “정부 내 혁신분위기를 정부 산하기관으로 확산시키고 혁신 마인드가 있는 인물을 발굴하라는 취지일 것”이라며 “그보다 기관장들에게 혁신 마인드를 독려하는 게 좀더 현실적인 임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혁신 매진과 위원회 활동의 정상화. 노대통령이 임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고심하는 중간 역점사항처럼 보인다. 혁신과 관련, 노대통령의 마음속 깊은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 하나가 전해진다. 청와대 내부의 참모회의 도중의 일이다. 경제문제로 내부회의를 하던 중 경제부처 출신의 한 비서관이 노대통령이 염두에 둔 방향과 다른 측면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끝까지 가만히 듣고 난 뒤 부드럽게 “그런데 그건 전형적인 모피아 논리지요”라며 재미있게 코멘트해 참석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혁신을 바라보는 어떤 ‘본마음’이 엿보인다.혁신과 위원회 활동은 조화를 이룰 것인가. 중반기, 그리고 남은 하반기 임기의 성과여부는 여기에 달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