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지캐피털(HCM), 맨그룹, 베가자산운용 등 세계적인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짐에 따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헤지펀드 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헤지펀드 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올 3월까지 투자원금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던 헤지펀드가 GM과 포드자동차의 투기등급 하락사태를 계기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원금까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처럼 헤지펀드들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투자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투자자로부터 마진콜(Margin Call)을 당한다. 마진콜이란 각종 펀드들이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일정수준 부족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만약 마진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익률이 떨어져 헤지펀드들이 마진콜을 당할 때는 증거금을 보전해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진콜이 발생되면 반드시 디레버리지 현상으로 연결된다.디레버리지란 헤지펀드들이 자신들의 고객으로부터 마진콜이 있을 경우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국제금리가 인상국면에 놓여 있거나 국제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이 과정에서 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발생해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미친다.특히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대상으로 택한다. 이 때문에 신흥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라 통화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게 된다. 헤지펀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가도 신흥시장에서는 엄청난 파장이 몰고 오는 이른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용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문제는 실제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특정지역이나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와 최근에는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알 수 있는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자주 활용된다.이 두 가지 지표로 우리나라를 진단해 보면 헤지펀드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한 올 4월 이후 단기 투기성 자금이 이탈되고 있으나 이것이 중장기 투자자금의 회수로 악화되면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게 나온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갈수록 자산인플레 정도와 유입 외자의 건전도, 국내 저축능력이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금융스트레스 지수도 상승 추세로 반전되고 있다.요즘 들어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 선호경향(Resort to risk)보다 안전자산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헤지펀드 위기설과 깊은 연관이 있다.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을 보면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 같은 금융자산 내에서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각종 펀드보다 금융기관 예금, 지역별로는 이머징 마켓보다 선진국 시장에 대한 선호경향이 뚜렷하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쌍둥이적자에 대한 우려와 상관없이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회사채시장은 급속히 위축되는 대신 국채시장이 부각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재정수지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클린턴 행정부의 조기상환(Buy-back) 계획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던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가 조만간 발행될 예정이다.국채 가운데서도 이머징 국가의 국채보다 선진국 국채, 만기별로는 단기채보다 장기채의 선호도가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국채시장일수록 장단기 국채간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있다. 이론상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되면 앞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준다.결국 이 같은 변화는 우리 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제투자자들 사이에 ‘이머징국ㆍ남북한 대치국ㆍ중국과 일본간의 중간국’으로 알려져 있고, 그 어느 국가보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요즘처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경향이 뚜렷해질수록 그만큼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따라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헤지펀드 위기설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시화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각도에서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