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택가격 거품(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택가치가 급락하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과도하게 보유한 가계는 물론 은행들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FRB는 지적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FRB는 과열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신규대출에 좀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지난 1995년 이후 미국 부동산시장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별 재미를 못본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며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받았다.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주택 구입자의 23%는 ‘투자용’으로 주택을 매입했고, 13%는 ‘여가용’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지속된 금리하락 국면에서 모기지론 금리가 과거 평균치(8%대 이상)보다 훨씬 낮은 5%대로 떨어지자 돈을 빌려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집행된 모기지론은 1조달러에 달했고, 리파이낸싱(재융자) 규모 역시 3,000억달러로 미국 전체 개인소득의 4% 수준에 육박했다.수요가 몰리자 주택가격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은 평균 11% 올라 지난 7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워싱턴DC 등 미국 내 주요 도시 집값은 최고 100% 이상 뛰었고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등 인기 휴양지역의 경우 지난 1년 사이에 가격이 25%나 급등했다.이와 관련,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내 많은 도시들의 주택가격이 과거 주식 거품이 발생했던 것처럼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실러 교수는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거품으로 몰고 가는 것은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항상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금리인상 등 외부변수가 등장하면 집값도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여온 미국 내 주택경기는 최근 FRB의 금리인상으로 급랭하기 시작했다.전미주택건설업체연합(NAHB)이 발표한 4월 주택시장지수는 전달(70)보다 3포인트 낮은 67을 기록, 7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4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융자회사에 압류된 주택은 2만8,190가구로 전달보다 50% 급증했다.특히 모기지론의 50% 정도는 변동금리 상품이어서 FRB의 금리인상은 가계대출 부실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지난 90년 이후 미국 가계의 미상환 부채는 80%나 급증했다”며 “FRB의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늘어날 경우 개인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 은행감독 당국이 최근 일선 은행 및 대출업체들에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을 감안해 신규대출시 심사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와초비아증권의 존 실비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집값 오름세가 주춤해지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같은 휴양지의 투자용 주택가격 하락 위험은 훨씬 더 크다”며 “부동산 거품 붕괴는 실수요 개념의 주택시장보다 투자 개념의 콘도 등 비거주용 주택에서 더 확연히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실비아 이코노미스트는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요인은 미국의 주택시장이 실질적인 시련을 겪었던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인은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충격으로부터 큰 타격을 입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오히려 외부환경에 둔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구입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주택경기 급락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금리인상이 주택가격 버블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FRB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