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오름세에 거침이 없다. 5월 들어 주가가 못 오른 날은 나흘밖에 없다. 거래대금이 2년 만에 거래소를 추월할 만큼 투자 열기도 뜨겁다. 우량주를 고집하는 외국인도 코스닥 종목을 연일 사들이고 있다. 마치 증시의 중심축이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옮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 이상 하락해도 코스닥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거래소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코스닥 돌풍에 대해 일단 외국인 매수세에 따른 수급안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두 달간 코스닥시장에서 3,2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거래소에서는 6,556억원어치를 팔았다. 최근 두 달간 주요 기술주의 낙폭이 컸다는 점도 매력요인이다. 코스닥시장의 주요 기업들이 지난 1분기에 악화된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하락했지만, 오히려 이게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부각됐다고 지적한다.또 틈새시장으로서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시장이 950선에서 가격부담과 주도주 부재로 횡보를 거듭하는 반면, 코스닥시장의 개별종목들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황우석 효과’까지 힘을 더했다. 줄기세포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테마주 순환매를 이끌고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코스닥의 간판들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높은 성장성, 탄탄한 수익성으로 무장한 신흥 대장주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코스닥의 뉴리더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근 1~2년간 내수침체와 정보기술(IT) 경기의 극심한 부침을 겪으면서 숱한 기업이 쓰러져갔지만 이들은 발빠르게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며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글로벌시장에 뛰어든 것도 한결같은 공통점이다. 때문에 일시적 충격에도 주가는 하방경직성을 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하반기 코스닥시장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고 진단하는 건 이 같은 탄탄한 우량주들이 적지 않은데다 IT경기 회복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도주들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코스닥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종으로는 단연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부문을 꼽을 수 있다. 2~3년 전부터 국내 IT업종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후 코스닥시장에서도 대표업종으로 자리잡았다. 이 분야의 대표주들도 대거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2년 전과 현재의 시가총액 순위를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종목에는 1위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NHN, 네오위즈 등 인터넷 포털업체와 유일전자, KH바텍 등 휴대전화 관련주, 솔본(옛 새롬기술) 등 통신 관련업체들이 대거 포진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성엔지니어링과 디엠에스, LG마이크론 등 디스플레이 관련주들이 어깨를 견주며 주도주 자리를 갈아치웠다.온라인 교육과 음원 등 콘텐츠부문 선두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코스닥 대표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메가스터디와 YBM서울, 예당, 에스엠 등이 온라인 교육시장 확대, 저작권법 시행 등에 힘입어 실적 호전주로 각광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온라인 교육과 음원 시장은 아직 오프라인의 10% 미만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2~3년간은 실적호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NHN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상위종목,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린 유일한 업체다. 한빛소프트, 모디아, 솔본, 한통데이타 등 많은 업체들이 영욕을 거치는 동안에도 NHN은 매년 꾸준한 성장을 보여왔다. 인터넷 포털의 수익성 악화와 내수침체 등 위기를 검색광고, 무형상품 판매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로 극복해냈다. 또 남보다 먼저 해외시장도 공략했다.홈쇼핑주도 대표주로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다른 내수 관련주들이 경기부진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어닝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실적을 내며 순항 중이다.최근에는 장외 우량주들이 잇따라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면서 신대표주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저가 화장품 1위업체인 에이블씨엔씨,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관련 재료주인 휘닉스PDE, 휴대전화용 컨트롤칩부문 라이벌인 엠텍비젼과 코아로직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결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빌리언스와 다날 등도 성장성 높은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장 이후 지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물량부담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존 동종업체 대비 주가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장기 투자종목으로 꼽을 만하다는 평가다.올 들어 이들 신대표주의 주가상승률은 대부분 거래소나 코스닥지수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 코스닥이 18.8% 오르는 동안 NHN은 25.7%, 주성엔지니어링은 30.1%가 각각 뛰었다. 홈쇼핑주들도 25% 안팎의 강세를 보였다. 업황 부침과 관계없이 매 분기 꾸준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이름난 회사도 많지만, 드러나지 않은 실력자도 많다.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상품을 보유한 일류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제품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전자제품의 부품이나 콘돔, 손톱깎이, 봉제완구, 자동포장기, 전자저울 등 이색적인 제품이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최고의 제품으로 칭송받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매년 지정하고 있는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한 코스닥 기업도 17개사에 달한다.유니더스는 콘돔 세계 1위 업체다. 세계적으로 콘돔 소비량 60억~90억개 중 15억개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다. 국내시장에서도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의료용 고무장갑 시장에서도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쓰리쎄븐은 손톱깎이로 세계시장을 정복했다. ‘777 THREE SEVEN’이라는 브랜드의 이 회사 제품은 미국, 중국, 유럽 등 92개국에 수출된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40%가 넘는다.코메론은 길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공업용 줄자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누비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3위, 일본시장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줄자만으로 ‘1천만불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태양산업은 휴대용 부탄가스 제품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브랜드인 썬파워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39%에 이른다. 미국, 일본 등에서도 품질인증을 획득했으며 생산량의 3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에스디는 에이즈 진단키트를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했다. 현재 에이즈를 비롯해 B형 및 C형 간염과 매독, 말라리아, 간암 등을 진단할 수 있는 40여종의 진단키트를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자체개발한 원료를 사용해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 가격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은성코퍼레이션은 지름이 10㎛(10만분의 1m) 이하인 극세사 기술로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초극세사 클리너와 초극세사 목욕용품은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디지아이는 선진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해오던 커팅플로터와 잉크젯플로터를 자체개발해 국내 시장을 석권했을 뿐 아니라 세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커팅플로터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작성한 디자인을 칼날을 이용해 그대로 구현해주는 기계다. 디지아이는 현재 주력 분야인 잉크젯플로터 분야에서도 HP, 엡손 등을 제치고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 휴맥스의 셋톱박스, 이오테크니스의 레이저마커, 백산OPC의 OPC드럼, 오로라월드의 봉제완구, 엔터기술의 휴대용 노래반주기, 자원메디칼의 적외선 귀 체온계 등도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돼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