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웰빙’. 하지만 요즘 웰빙은 이미 흔하고 한물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단순한 웰빙에는 나 자신만 잘 먹고 잘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한 이기적 컨셉이 그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웰빙 아파트를 짓기 위해 무참하게 잘려나간 뒷산, 반신욕을 위해 희생된 많은 양의 물과 오염되는 하천…. 이러한 웰빙의 한계를 넘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움직임이 바로 ‘로하스’다. 로하스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로 웰빙족보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다. 눈치 빠른 업체들은 로하스족을 겨냥해 이미 자연친화경영을 선언하고 브랜드 컨셉을 자연과 일치시키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하스족은 건강과 환경을 우선한다는 면에서 웰빙과 맥을 같이하지만 근본은 전혀 다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웃, 사회, 더 나아가 후손까지 고려한다는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유기농 농산물을 구매하면서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유기농 재배에 관심을 기울이고 태양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소비자가 바로 로하스족인 것이다.이렇게 남과 더불어 잘 먹고 잘 살자의 로하스 웰빙’은 서서히 그 영역을 문화 전반으로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패션과 뷰티 트렌드 안에서도 그 가치를 진화시켜가고 있다. 천연소재 섬유의 강세, 유기농 화장품 판매, 유기농 레스토랑의 인기 등 끊임없는 자연친화적 서비스와 상품은 결국 기성세대의 과거에 대한 향수로도 볼 수도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편지 대신 e메일을 주고받는 젊은 디지털 세대가 온라인상에서 오히려 손으로 그린 듯한 그래픽과 글자체를 선호하거나 MP3플레이어에 음악을 다운받으면서도 잡음 섞인 레코드(LP)판을 들으며 어쿠스틱한 느낌을 즐기는 것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자연주의 바람을 이끄는 로하스 웰빙 바람을 타면서 서울 청담동의 누들 레스토랑 호면당과 압구정동의 마켓오 같은 유기농 레스토랑도 오픈 초기의 고전에 비해 더욱 성업 중이다. 또 이렇게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점으로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등장했다. 서울 압구정동에는 지난해 11월 유기농산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뉴질랜드 프랜차이즈 허클베리팜스가 문을 열었는데 1층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매장으로, 2층은 오가닉 카페로 꾸며져 있다.로하스 웰빙 무드로 인해 생소한 영역인 패션에도 친환경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압소바나 쇼콜라 등 유아동복 브랜드는 황토, 대나무,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를 옷뿐만 아니라 기타 용품에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미 알려져 있듯 합성섬유는 염증이나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수 있고 땀 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 반면 친환경 소재인 오가닉 면(Organic Cotton), 마(Linen), 울(Wool) 등은 진부할지 모르지만 이미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한 천연섬유로 흡수성과 착용감이 좋고 위생적이라 인체를 건강하게 한다.5월이라 하기엔 이미 더워진 요즘 필자는 면과 마 같은 천연소재로 된 재킷 또는 셔츠에 밝은 색 팬츠로 내추럴하게 입는 스타일을 권하고 싶다. TSE의 화사한 파스텔톤 캐시미어 카디건이나 면 소재의 재킷 하나로 인위적인 멋이 아닌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해보자. 라코스테는 올 여름 자신의 사이즈보다 크게 입는 ‘루스핏’의 100% 면 소재인 피케셔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입으면 힙합스타일이 되지만 40~50대가 입으면 편안하고 풍성한 루스핏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착용감에 있어 두 배로 만족스럽다. 아버지와 아들, 혹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입어본다면 웰빙 가족으로 멋진 패밀리룩을 5월에 과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은 내추럴하고 편해 보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 보이거나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실질적인 피부와 건강상태, 헤어스타일, 소품과 신발 등을 본인에게 맞게 더욱 잘 관리하고 코디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뷰티에서 로하스 웰빙 코드를 생각해 보자. 순서에 맞게 클렌징하고 스킨로션을 바르고 또 부위별로 에센스를 덧바르고…. 어느 것 하나 생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완벽한 손질이 피부 스스로의 재생능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피부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것저것 화장품을 마구 섞어서 사용한 사람일수록 피부를 검사해 보면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제품 제조과정에서 들어가는 화학성분으로 중금속뿐만 아니라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는 제품도 있으므로 반드시 사용 전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화학성분을 확인해보고 그 화학성분이 어떤 작용을 피부에 하는지 상식을 늘려야 안전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없어 보여도 피부 속은 중금속 등으로 오염돼 있으므로 민감한 피부에 트러블, 피부노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천연성분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 달리 특정 식물의 알레르기가 없는 한 자연성분이기 때문에 자극이 거의 없어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방부제조차 천연방부제를 사용하는 화장품도 있으니 사용 전 알아보고 골라 쓰도록 하자.이제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통해 피부에 무리를 주기보다 태어날 때부터 피부 자체가 갖고 있는 본래의 기능을 꾸준히 개선시켜 주는 이러한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식물성 화장품, 혹은 오가닉 화장품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수많은 화장품 사용에서 오는 피부 스트레스, 그리고 피부과의 심한 특수 케어 등으로 지쳐 있는 피부에 본래의 기능을 찾아 건강한 피부로 만들어주는 천연화장품은 자연주의식 패션코드에 적합한 몸과 얼굴을 만들어줄 수 있다.자연주의의 대표적 화장품으로는 지난 4월 국내에 런칭한 코레스(Korres)가 있다. 고대 그리스 여신이 미를 위해 사용해 온 방법인 호메오퍼시(Homeopathyㆍ동종요법)에 근간을 둔 코레스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 토양과 물, 햇빛, 적절한 수확시기를 선택한 식물성분인 자연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컨셉을 갖고 있다. 이 제품 중 특히 30대 남성이 눈여겨봐야 할 아이템은 바로 로즈 힙(Rose Hip) 세럼이다. 보습효과와 피부톤을 밝게 만드는 장미 열매 씨,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은행잎, 그리고 비타민C가 함유돼 있다. 이미 성분만으로도 충분한 로하스 웰빙이 느껴진다. 인위적이지 않은 산뜻한 향과 빠른 흡수로 남자들도 습한 여름에 요가나 필라테스 후에 샤워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미국의 자연주의 화장품 아베다(AVEDA)는 미의 영역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지구의 달 캠페인 등 멸종에 처한 식물과 야생동물을 돕는 로하스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태고의 청정자연을 보존하고 있는 호주에서 생산되는 제품인 위드플러스(WITHPLUS) 역시 자연에 가장 가까운 것이 피부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천연성분만을 사용하는 자연주의 보디 앤드 스킨케어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6월부터 선보일 예정이다.바쁜 사회생활로 지친 상태에서 술과 담배, 그리고 기름진 음식 등 반복적인 잘못된 식습관, 집에 방치돼 있는 아무 화장품이나 마구 바르는 무지함, 원단의 종류나 염색 상태에 상관없이 아무 옷이나 구매하는 무관심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몸과 마음을 서서히 파괴시켜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녹즙 한잔, 유기농 곡물빵과 샐러드, 무공해 목초지대에서 공수해 온 우유로 아침식사, 천연 유기농 비누로 샤워, 천연소재의 섬유로 된 상쾌한 속옷…. 자연과 자손을 생각하며 자연친화적 제품을 고집하고 즐기는 ‘로하스 웰빙 라이프스타일’로 가정의 달 5월을 되새겨 본다면 그 자체가 웰빙이 아닐까.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h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 칼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