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맹주 롯데 지난해 추월…백화점부문은 기회이자 위기

신세계는 이마트와 백화점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적인 유통업체다. 이마트의 성공으로 신세계는 2003년부터 과거 30년간 국내 유통시장의 맹주로 군림했던 롯데를 규모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신세계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58.1%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0.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의 신세계를 있게 한 원동력이 바로 이마트다.그렇다면 이마트가 국내에서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국내 유통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선 시장을 초기에 선점했다는 점이다. 유통시장의 시장선점은 크게 입지와 브랜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신세계는 국내 할인점시장 초기에 할인점 설립을 위한 부지를 선점하고, 단시간에 다점포화에 성공해 강한 브랜드력을 구축했다. 자본력이 뒷받침되고 신세계에 비해 유통 노하우가 뒤지지 않는 롯데가 국내 할인점시장에서 이마트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바로 시장선점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미 신세계는 이마트 100호점까지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후발업체들은 부지 부족으로 대형 할인점보다 SSM(Super SuperMarket)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둘째, 규모의 경제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규모의 경제가 큰 산업이다.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제조업체에 대한 협상력은 커지고, 고정 점포투자에 대한 이익증가 레버리지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미 후발업체에 비해 연간 매출이 2조원 이상 앞서고 있고, 이마트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후발업체와의 매출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셋째, 신선식품의 강점을 들 수 있다. 이마트는 시장 초기에 월마트를 벤치마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 토착기업으로서의 색깔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할인점은 기존의 재래시장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특성상 국내 할인점의 성패는 신선식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산품 중심의 할인판매에 치중했던 외국계 할인점이 국내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이들의 규격화된 글로벌 스탠더드 점포 형태가 국내 할인점의 특수성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신세계의 강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전문경영인체제와 조직문화다. 신세계는 유통전문그룹사 중 거의 유일한 전문경영인 중심 기업이다. ‘정말 오너의 간섭이 없느냐’는 질문에 가끔 신세계 관계자는 “대주주는 1년에 출근하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화답하곤 한다.최근 들어 국내 할인점시장의 포화가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마트의 공격적인 신규출점이 일단락된 후 신세계의 성장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FCF(Free Cash Flow)를 플러스로 만들지 않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는 게 될 것 같다.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신세계의 FCF가 플러스가 되는 해는 점점 뒤로 늦춰지고 있는데, 이는 신세계가 끊임없이 신규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신세계는 이마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백화점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4년 하반기에는 부산 해운대 인근에 7,000억원대의 백화점 및 위락시설에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업계에는 이미 신세계와 명품 아웃렛 전문기업인 첼시와의 합작설까지 돌고 있다.그렇다면 과거 월마트가 보여준 것과 같은 성장중심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신세계의 리스크는 뭘까. 아마 향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백화점이 성장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백화점시장은 산업 사이클상 성숙기 후반에 접어든 상태이고, 현재 A급 상권에는 이미 기존 백화점들이 입지해 있는 상황이다.신세계가 신규개점하는 백화점은 모두 영업면적 1,200평 이상의 대규모 점포이고, 신흥상권지역이다. 만약 국내경기가 장기불황 국면을 맞는다면 경기에 민감한 백화점업종의 특성상 신규 백화점은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과거 10년간 신세계가 보여준 성공은 곧 할인점 중심의 국내 유통시장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향후 10년간 신세계가 보여줄 행보가 국내 유통시장의 경쟁구도는 물론 유통업태간의 부침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