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디지털은 이제 문화예요. 그 이미지를 우리가 만들었죠. 바로 감성마케팅이죠. 브랜드인지도 하나만 봐도 괄목할 만한 성장입니다. 본사뿐만 아니라 저도 놀랐으니까요. 애초에 세운 성장목표도 2년 정도 빨리 달성했어요. 덩치는 4~5배 컸고요. 이제는 1등의 맛을 본 이상 추락은 용납 안할 겁니다. 직원들의 뜨거운 프라이드가 저의 자산이에요.”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의 행보는 입지전적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시장에서 올림푸스 브랜드를 8개월 만에 ‘넘버원’ 메이커로 키웠다. 뿐만 아니다. 이제는 아시아ㆍ중동에까지 올림푸스한국의 성공신화를 이식 중이다.방사장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2001년 설립 이후 내리 4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 중이다. 매출액은 연평균 57%, 순이익은 무려 108% 늘었다. 이는 사상 초유의 내수불황을 딛고 이룬 성과다. 성공요인은 뭘까. 일단은 마케팅ㆍ영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에는 그의 과감ㆍ저돌성이 엿보인다. 60억원의 자본금 중 50억원을 ‘올림푸스’의 브랜드인지도 상승에 썼다. TV광고를 통한 브랜드 심기의 효과는 곧 ‘디지털카메라 = 올림푸스’의 등식으로 이어졌다.올림푸스한국은 지난 10월7일 창립 4주년을 맞았다. 방사장은 “지금까지 기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마켓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라며 “성장력 갖춘 아시아시장을 장악해 또 다른 성공신화를 쓸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월 진출한 상하이 시장은 이미 브랜드인지도 1위에 올라섰다. 그는 바쁘다. 이틀에 한번은 비행기를 탈 정도다. 인생의 절반을 하늘에서 보내는 셈. 올림푸스한국은 현재 영상사업부(디카)와 종합의료기사업부(내시경 등)의 2체제로 구성돼 있다. 2007년 매출 7,400억원을 목표로 한다.회사설립 때 우여곡절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처음(2000년)에는 직원 5명이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했죠. 비용을 아끼려고 1명이 3~4가지 역할을 했습니다. 밤낮없이 영업ㆍ마케팅을 했죠. 당시 브랜드 투자에 자본금의 85%를 투입하자 시장에서 별 이상한 소리가 다 들렸습니다. 곧 문닫을 거니 신경 쓸 게 없다는 투였죠. 그런데 브랜드 투자는 적중했습니다. 매출액은 급성장했고, 얼마 뒤 더 큰 사무실로 이전할 수 있었어요. 20층 건물 꼭대기에 올림푸스 로고를 걸기로 했는데, 밖에서 보면 사옥인 줄 알았다나요. 참 가슴 뿌듯했죠. 지금은 더 컸습니다. 사무실은 20배, 직원은 50배가 넘게 성장했으니까요.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일본상품에 대한 한국소비자들의 이율배반적 이미지 때문에 설립 초기 적잖게 애를 먹었죠.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1위 기록을 세운 결과 곳곳에서 비방과 욕설이 잇따랐습니다. 일본자금이 한국시장을 장악한다는 비방문건은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졌죠. 심지어 매국노라는 인신공격까지 있었어요. 제 마음도 무너졌죠. 나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고 결국 몇가지 약속을 내놓았습니다.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을 계기로 3년 내 한국 IT 기반에 대한 자금투자와 해외수출 청사진이었죠. 약속은 금방 지켜졌어요. 수출 자회사인 (주)ODNK를 설립했고, ‘Miodio’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죠. 수출비중을 50%까지 끌어올렸고, ‘Miodio’는 한국의 디카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경쟁력을 한마디로 요약하신다면.하드웨어 이상의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디카는 단순히 이미지를 찍는 도구가 아니에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완성하는 도구입니다. 4년 연속 1위를 한 건 하드웨어 판매사가 아닌 소비자와 주고받는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법이죠. 세련된 디자인이나 사용하기 좋은 감촉, 배터리 용량ㆍ처리속도 등은 이제 기본입니다. 여기에 자신만의 디지털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을 심어준 게 주효했죠. 경쟁사가 놓친 ‘고객 자부심’을 우리는 경쟁력으로 연결시켰습니다.대표적인 효자상품은 뭐죠.우리가 국내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일별로 대표브랜드가 구비돼 있다는 점이에요. 전문가급인 E-시스템에는 E-1이, 고기능성 크리에이티브(Creative)급에는 C-730의 울트라줌이 있죠. 또 일반인이 무난히 사용하는 이지(Easy)급에도 C-3020이란 대표상품이 있습니다. 특히 스타일을 중시한 스타일(Style) 계열의 뮤시리즈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생활방수 기능의 유명세를 엎고 단일모델로 350만대가 팔릴 만큼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삼성과의 경쟁에서도 이겼는데, 그 소감은요.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건 참 어렵고 힘들어요. 결국 가시밭길을 걸었기 때문에 오늘의 성과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삼성에서 많이 배웠죠.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지금도 삼성 분들과는 자주 많나요.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서죠. 너무 경쟁관계로만 보지 않았으면 해요. 오히려 협력을 통해 시장파이를 키운다고 격려해 주세요. 협력과 경쟁은 차별적이지 않습니다. 삼성이 소니와 합작하는 걸 보세요. 외국기업이 들어와 시장을 키워야 합니다. 혼자서는 힘들어요. 그런 점에서 삼성이 디카시장에 뛰어든 건 고무적이에요.자회사인 (주)ODNK의 성과가 놀랍습니다.(주)ODNK는 올림푸스한국의 R&D센터 역할을 하죠. 지난해부터 세계 최소형 저장매체 ‘xD픽처카드’를 중심으로 한 디카 주변기기ㆍ디지털이미징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벌써 상반기에만 약 4,390만달러를 수출했어요. 얼마 전에는 ‘2004년 상반기 수출실적 100대 중소기업’의 30위에 오르기도 했죠. 이대로라면 내년 1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 같아요.아시아ㆍ중동 총괄사장을 겸직하고 있다죠.국내시장은 한정돼 있습니다. 신규시장인 아시아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하죠. 아시아는 평균 3% 이상의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요.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높죠. 이를 위해 유통과 브랜드를 통합시킬 겁니다. 결국 한국ㆍ중국시장에서 성공적인 브랜드마케팅을 펼친 후 이를 아시아 전체 블록까지 포괄할 계획이죠. 이미 중국에서는 10개월 만에 30~40%의 매출증대를 이뤘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전문기업이란 명성을 얻는 데 성공했죠.일본 올림푸스 창사 이래 외국인 1호 등기이사(본사)로 발령받았는데.한국시장의 성공적인 개척과 4년 연속 1위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특히 변화가 빠른 IT업계에서 발빠른 대응을 한 부분과 디지털시대에 맞는 유통전략, 프로모션, 광고 PR 등 마케팅을 펼친 게 주효했습니다. 경쟁업체와 차별적인 마케팅을 펼친 걸 일본 본사에서도 높이 평가했죠. 한편으로는 저에 대한 기대가 큰 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어깨도 무겁고요. 85년 전통을 가진 본사가 저를 외국인 최초의 등기이사로 임명할 만큼 한국시장을 높게 본 건 고무적입니다.기업문화를 요약해 주신다면.한마디로 ‘3S 경영’입니다. 슬림(Slim)ㆍ스피드(Speed)ㆍ표준(Standard)경영 이 세 가지죠. 슬림이란 일당백 조직을 갖춰 생산성 극대화를 실현하는 겁니다. 1명의 프로직원 육성이 그만큼 중요해서죠. 스피드란 ‘철저한 사업부책임제’로 요약됩니다. 올해 초 이사 인사가 있기 전까지 ‘직원 → 팀장 → 사장’의 단순한 조직체계로 의사결정을 스피디하게 운영했죠. 결재과정의 군더더기를 없애기 위해섭니다. 표준은 투명ㆍ공정경영을 뜻합니다. 경영투명성으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예요.기업역량을 집중시킬 성장플랜은 뭡니까.올림푸스한국의 장기 사업전략은 ‘디지털 이미징 솔루션의 대중화 선도’로 압축됩니다. 자회사 ODNK가 디지털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ㆍ주변기기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올림푸스한국의 이익금 전액을 투자하고 있죠. 이는 우리가 광학기기의 수입판매에 그치지 않겠다는 걸 의미해요. 일본에서 광학기술을 맡고, 우리가 솔루션ㆍ주변기기를 개발해 중국법인이 제조를 하도록 3자 구도를 실현할 생각입니다. 우리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ODNK가 전면에 나설 거예요.디지털카메라를 잘 고르는 법이 있다면.먼저 화소수와 메모리, 제품성능, 가격을 중심으로 사용용도와 경제적 여유를 생각해 기준보다 약간 상위기종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해요. 특히 애프터서비스(AS)를 위해 꼭 정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사진을 찍겠다면 300만~400만화소면 적당하고요. 요즘은 워낙 다양한 제품이 많아 자신의 필요에 맞게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약력 : 1963년 충남 천안 출생. 82년 숭실고 졸업. 86년 중앙대 전기공학과 졸업. 2001년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88년 삼성전자 엔지니어 입사. 95년 삼성전자 일본주재원. 2000년 올림푸스한국 설립. 2002년 (주)ODNK 설립. 현재 올림푸스한국 사장 및 올림푸스이미징(주) 아시아중동 총괄사장ㆍ싱가포르 사장ㆍ차이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