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으로 데뷔한 조승우라는 젊은 배우는 지난 2002년 <후아유>라는 영화에서 기대 이상의 노래솜씨를 선보였다. 형태라는 인물을 연기한 그의 노래는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에도 ‘형태라이브’라는 곡으로 수록됐다. 가수들이 부른 다른 트랙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실력이었다. 2년 만에 무대를 <지킬앤하이드>라는 뮤지컬로 옮겨 다시 한 번 가창 실력을 자랑한 이 배우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인간의 선악 양면성을 다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남자주인공의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다. 마치 전혀 다른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하듯 선과 악의 캐릭터를 구별되게 보여줘야 하는 이 역할을 남자주인공이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된다.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초연되는 <지킬앤하이드>의 가장 큰 수확은 조승우라는 대어를 낚은 일이다. 수준급의 노래실력에 풍부한 발성과 감정까지 더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그가 차세대 뮤지컬 주역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기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더블캐스트인 류정한 역시 <오페라의 유령>, <왕과나>를 통해 실력을 입증받은 국내 대표급 뮤지컬배우지만 이제 겨우 20대 중반인 조승우의 나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뮤지컬팬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듯하다.<지킬앤하이드>는 1990년 미국 휴스턴 앨리극장에서 초연돼 7년간 보완작업을 거친 뒤 97년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 작품이다. 이후 4년간 롱런했다. 국내에서는 작품 자체보다는 ‘섬원라이크유’, ‘디스이즈더모멘트’ 같은 뮤지컬넘버가 더 친근하다. 뮤지컬이라기보다 팝오페라로 봐도 좋을 만큼 클래식한 음악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 뮤지컬넘버들은 각종 콘서트와 시상식 등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기도 하다.<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선의 상징인 지킬은 ‘엠마’(김소현)와 악의 상징인 하이드는 ‘루시’(쏘냐)와 매치되며 두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 선과 악을 대비시킨다. 본래 50대 지킬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원작과 달리 그의 20~30대를 다루는 뮤지컬은 여기에 매혹적인 로맨스를 더했다. 진지한 줄거리와 클래식한 선율이 장점인 이 작품은 많은 뮤지컬이 화려한 볼거리와 경쾌한 분위기의 대사를 전달하는 것과 달리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잽도 안돼”처럼 가끔씩 나오는 농담 같은 표현은 차라리 귀여울 정도.이 공연의 또 다른 매력은 의상을 보는 즐거움이다. 188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빅토리아시대풍의 아름다운 의상을 실컷 맛볼 수 있다.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뮤지컬극장이라기보다 회의장에 가까운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을 올린 점이 가장 큰 미련으로 남는다. 많은 뮤지컬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올려지다 보니 극장을 잡기 어려운 때문이겠지만 배우들의 대사가 지나치게 울려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 고음을 견디지 못하는 음향시설로 인해 고음으로 마무리되는 노래가 끝날 때마다 기계 잡음이 섞여 아쉬움을 더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조승우, 소냐 같은 새로운 뮤지컬 스타를 발굴해낸 점에서 인상적인 공연이라 할 만하다. 공연이 끝났을 때 많은 관객이 자연스럽게 기립박수로 환호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8월21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움. (02-556-8556)공연&전시▶전시 <색채의 마술사-마르크 샤갈>10월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로 평가받는 샤갈의 전 생애 작품을 만나는 기회. 유화, 과슈, 석판화 등 120여점이 전시되며 ‘연인’, ‘상상’, ‘파리’, ‘서커스’, ‘성서이야기’, ‘호메루스의 오디세이’, ‘지중해의 세계’ 등 7개 주제로 구성된다. 어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02-724-2904∼6)▶<디즈니탄생 100주년 기념-디즈니아이스쇼>8월6~22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미키, 미니, 도널드, 구피, 뮬란, 라이온킹의 주인공 등 디즈니의 모든 캐릭터들을 얼음 위에서 만나는 기회. 에미상 수상, 피겨스케이터 미셸 콴 안무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사라 가와하라의 안무와 팝 가수 셰어의 의상을 담당했던 보브 매키가 직접 디자인한 미니의 드레스 등 오리지널 캐스팅과 스태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588-7890)▶뮤지컬 <미녀와 야수>8월8일~9월30일 LG아트센터. 디즈니의 초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미녀와 야수(Disney’s Beauty And The Beast)>의 한국 프로덕션 공연. 1994년 브로드웨이 팔레스극장에서 정식 오픈한 작품으로 올 4월 <미스 사이공>을 제치고 <캣츠>,<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의 뒤를 이어 브로드웨이 100년 역사의 역대 장기 흥행순위 6위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조정은, 현광원, 이정용 등 출연. (1544-0113)▶연극 <아트>8월19일~10월3일 학전블루소극장.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초연된 뒤 35개 언어로 번역된 작품. 국내에서는 2002년에 초연된 바 있다. 단 세 명만 무대에 등장해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호한 면들과 그런 모호함을 품은 채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 등을 다룬다. 권해효, 정보석 등 출연. (02-764-8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