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공격에도 끄덕 없는 곳입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 관계자의 말이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까닭에 폭격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쉽지 않은 것은 군사상의 폭격만이 아니다. 볼보 창원공장은 ‘불황’이라는 이름의 미사일도 접근하기 어려운 요새로도 유명하다. 연간 경영실적의 추이를 그린 그래프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를 말해 준다. 순익규모만 따져도 2000년 253억원, 2001년 550억원, 2002년 720억원으로 뜀박질을 하고 있다. 2003년에는 매출액 7,180억원, 순이익 300억원 정도로 순이익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볼보그룹이 98년에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을 인수해 출범시킨 기업이다.인수연도인 98년 6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으로 삼성그룹 내에서도 ‘찬밥 신세’였다. 그러나 인수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 순익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에 정착한 외국기업 중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볼보기계코리아의 성공비결은 여러가지 있지만, 업계에서는 흔히 삼성의 조직력과 볼보의 글로벌 경영의 ‘절묘한 만남’을 들고 있다. 이중 볼보의 글로벌 경영 문화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성공요인은 3가지 정도로 꼽힌다.비결1-‘여직원’ 용어 사용하지 마라“폼 잡으려면 외국계 기업 임원 하면 안됩니다.” 석위수 부사장(창원공장장·54)이 반농담조로 한 말이지만 실제가 그래 보인다. 외부 방문객을 위한 석부사장의 브리핑도 1인 다역이다. 한손에는 마이크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마우스를 굴려야 한다. 각종 회의도 비서와 단둘이서 준비한다. 글로벌 회의를 주관할 때는 직접 호텔도 잡고 레스토랑도 알아봐야 한다.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볼보의 기업문화상 타 부서 직원들을 차출해서 일을 맡길 수가 없다고 한다. 혹시 해외출장으로 회의참석이 불가능할 때도 대리인을 내세우지 못한다. 삼성시절에도 임원이었던 그는 볼보로 바뀌고 난 뒤 가장 큰 변화로 평등문화가 자리잡았다는 점을 꼽았다.이밖에도 볼보의 평등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는 적잖다. 말단 직원에서 이사급까지 사무실 공간이 동일하다. 또 ‘여직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눈에 띈다. 은연중에 ‘여직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평등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인사제도는 다른 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예 연공서열을 무시한다. 능력만 검증되면 부장도 부사장으로 발탁된다. ‘싱싱한 횟감을 두고 왜 상한 횟감을 밥상에 올려놓느냐’는 것은 어느새 회사의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평등문화는 낭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직급에서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비결2-단돈 1만원도 결재 받아라볼보의 투명경영은 ‘글로벌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다. 예를 들어 사장이라도 회사 돈 1만원을 사용하려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경영상의 대다수 정보도 공개가 원칙이다. 월별 경영실적은 다음달 15일까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개인에게 통보된다. 노사간의 임금협상에 활용될 정도로 자세하다. 또 분기에 한 번씩 에릭 닐슨 사장이 직접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전 직원에게 경영 상황을 알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내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내부감사팀을 운영한다. 부품구입 부서에서 말썽의 소지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팀에서 해명자료를 발표하지 않고 내부감사팀에서 철저히 조사하게 돼 있다. 구매자가 협력업체와 짜고 100원짜리 부품을 110원에 납품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바로 조사에 들어간다. 매 분기 한 차례씩 ‘노사화합의 날’을 정해 놓고 노사가 함께 인센티브, 연봉제 등의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대해 임원이나 평사원이나 아는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노조와의 관계도 순조로워졌다고 한다.비결3-재고를 줄여라창원공장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굴삭기 전시장이다. 그러나 이 전시장에는 굴삭기가 비워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급물량이 달려 전시된 굴삭기마저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는 볼보의 ‘행복한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만큼 철저하게 재고관리가 이뤄졌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볼보의 재고물량은 한 달에 4~5대에 불과할 정도이다. 한때 재고물량이 1,000여대 쌓여 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니, 얼마만큼 재고관리에 철저함을 기했는지를 금세 알 수 있다. 볼보는 98년 인수 뒤 적극적인 생산성 혁신 활동에 나섰다. 조수형 생산담당 이사는 “1인당 연간 생산대수가 98년 15대에서 2003년 22대로 47%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불량률은 “거의 제로(0) 상태”라는 것이 조이사의 자랑이다.INTERVIEW | 이재환 국내영업담당 사장“2006년 세계 넘버3 진입할 것”이재환 국내영업 담당 사장(58)은 77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83년부터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전신인 삼성중공업 중장비부문에서 일해 오다가 2001년 사장(국내 영업담당)으로 승진했다. 이사장은 친화력이 뛰어나고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한때 ‘전 직원의 술잔을 다 받아 마셨다’는 전설이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직원들과의 만남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고 측근들은 귀띔한다. 창원공장에서 만난 이사장은 자신 만만하다. “7%대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2006년까지 10~15%대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무엇보다 “창원공장이 볼보그룹의 굴삭기사업 글로벌본부로서 위상이 높아진데다 중국 및 남미시장에서도 입지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혹시 한국공장이 점차 중국으로 이전하는 게 아닐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사장은 “결코 아니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중국법인은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전체 매출액 중 내수비중이 30%대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큰 걱정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대우종합기계나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시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97년 1만2,000대에 달하던 내수물량이 95년 3,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7,000대까지 늘어났다는 것이 그가 국내시장을 희망적으로 보는 근거이다. 그는 국내마케팅전략에 대해서도 “가격은 경쟁사보다 5~10% 높은 수준을 유지하되 품질과 안정성의 우위를 강조할 것”이라며 “향후 환경경영과 사회봉사활동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범적인 외국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