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가 배럴당 53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연초부터 국제원자재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아연 등 일부 품목은 8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고, 철강재 등은 공급부족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CRB 선물지수는 최근 300선을 돌파하며 1981년 4월 이후 24년 만에 지수 300대에 올라섰다. CRB 선물지수는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CRB가 매일 발표하는 국제원자재 가격 종합지수로 원유, 귀금속 등 17개 품목의 1차 상품 선물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CRB 선물지수는 1967년(=100)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원자재가격 상승은 석유가 주도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2월 중순부터 줄곧 배럴당 51달러대에서 맴돌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내외에서 형성될 것이라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최근 배럴당 41.99달러까지 급등, 24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철광석 공급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뛰어 철강 원자재 대란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주요 철강업체들은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 중 하나인 브라질의CVRD와 올해 철광석 공급가격을 70% 이상 올리는 데 합의했다.당초 세계 철강업계는 올해 철광석 인상폭이 40~50%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본업체들이 70% 이상 오른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자 상당히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같은 인상폭은 원자재 대란을 겪었던 지난해(20% 상승)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철강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을 중심으로 철광석 수요가 폭증하면서 호주의 BHP 등 원료 공급업체들이 수요자인 철강업계보다 협상력에서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을 받아온 금 가격도 올 들어 ‘슬금슬금’ 올라 4월 인도분은 온스당 436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조만간 올해 최고치인 438달러도 갈아치울 태세다. 전기동은 t당 3,200달러를 돌파, 1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아연도 t당 1,368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26% 이상 상승했다. 최근 아연 가격은 97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주요 곡물의 가격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콩은 부셸당 6.045달러로 6개월 만에 최고수준이며, 2년 전 바닥을 친 커피 가격도 다시 급상승해 5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등 국제투기자금이 다시 국제원자재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를 예상한 투기자금들이 보유 중인 달러 자산을 팔고 원자재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투기자금뿐만 아니라 미국의 연기금 등 장기투자 펀드들도 마땅한 자금운용 대상을 찾기 어려워지자 원자재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투자정보 컨설팅업체인 마켓 스트레티지의 브라이언 젠드류는 “미국의 연기금 등 장기투자 자금들도 수익성이 좋은 원자재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좀더 근본적인 원인은 원자재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국 북동부 및 유럽지역에 한파가 몰아치고 중국 등의 수요가 멈출 줄 모르자 원유 등 원자재 수급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구리의 경우 뉴욕, 런던, 상하이 등 3대 시장 재고가 세계 수요의 3일 분량에도 못미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기업 수익을 압박하거나 소비위축을 불러와 세계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미국의 경기회복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와타나베 히로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차관급)도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나간다면 일본의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며 “원자재 대란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