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도 할말이 생겼다. 담배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집에서, 심지어 술집에서까지 밀려나고 있는 흡연자들에게 희소식인 셈이다. 뉴욕시에서는 지난해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의 주도로 술집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 의대 연구진은 최근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성분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neurodegenerative disorders)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항염증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화학저널> 최신호에 실렸다.사우스플로리다대학 의대의 더글러스 샤이틀 박사팀은 니코틴이 뇌의 면역세포인 소신경교세포(microglia)의 활성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신경교세포의 활성화는 뇌염증의 신호로 신경세포가 사망할 때 일어나는 과정이다. 연구진은 니코틴이 소신경교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샤이틀 박사와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한 준 탠 박사는 “이번 연구로 퇴행성 신경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향후 담배의 부작용 없이 퇴행성 신경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진은 니코틴이 뇌세포 사이의 정보교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전달체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흉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세틸콜린은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이 손실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니코틴이 등 퇴행성 신경질환에 걸렸을 때 줄어드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니코틴이 퇴행성 신경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대학 의대 제리 부카푸스코 박사팀은 니코틴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뇌세포를 보호하는 코티닌을 생성, 기억력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코티닌이 니코틴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티닌을 투여한 원숭이의 기억력이 향상됐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담배, 중독성 강하고 각종 질병 유발 여전담배가 일부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게 흡연자들에게 희소식만은 결코 아니다. 일부 담배의 이점이 발견됐지만 담배는 여전히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담배가 중독성이 강하고,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명백한 사실이다. 니코틴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흡연자 본인은 물론 간접흡연자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일부 효과가 인정됐다는 것을 빌미로 흡연을 정당화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니코틴 성분이 퇴행성 신경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니코틴을 질병의 치료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담배가 주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담배와 관련,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흡연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니코틴이 일부 질병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담배의 해악이 줄어들지 않는다. 흡연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흡연자들이 설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흡연자들은 니코틴이 주는 혜택을 누릴 방법을 찾는 일은 과학자들에게 넘기고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담배를 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