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음악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인 MP3플레이어가 확산 되면서 온라인 음악의 인기가 치솟고 있고, 인터넷에서 합법적으로 음악을 판매하는 온라인 뮤직 스토어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때 불법 음악파일로 문제가 됐던 온라인 음악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시장조사기관인 주피터리서치는 오는 2008년에는 온라인 음악 시장의 규모가 16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미국에서 온라인 음악 시장의 개척자는 애플컴퓨터. 지난해 4월 온라인 뮤직 스토어인 아이튠(iTune)을 선보였다. 아이튠은 인터넷에서 음악을 내려받아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불법 음악파일 공유가 판치던 상황에서 앞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온라인 음악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튠에서 팔린 디지털 음악은 5,000만곡을 넘어섰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아이튠이 합법적인 온라인 음악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아이튠은 현재 미국의 5대 메이저 음반사는 물론 200여개의 독립 음반사의 음악 40만곡을 제공하고 있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사실 인터넷에서 음악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가뜩이나 불법 음악파일 공유 때문에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에서 해킹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인터넷 음악 시장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음악을 공급하는 게 불안했던 것이다.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사장이 일일이 음반사를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메이저 음반사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후 불과 1년이 지났고 여전히 불법 음악파일 공유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애플의 모험은 온라인 음악 시장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애플의 도전에 자극은 받은 후발주자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온라인 음악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불법 음악파일 공유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냅스터도 합법적인 온라인 뮤직 스토어로 거듭났다. 냅스터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 간의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의 개척자. 네티즌들이 냅스터를 통해 음악을 공유하자 메이저 음반사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1년 법원이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폐쇄 판결을 내려 냅스터는 결국 문을 닫았다. 그후 미디어그룹인 록시오가 냅스터를 인수, 유료 온라인 뮤직 스토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냅스터는 지난 2월 500만곡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550만달러를 돌파했다. 당초 예상했던 5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애플과 냅스터에 이어 온라인 뮤직 스토어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뮤직나우는 지난해 11월 전자제품 소매체인인 베스트바이와 공동으로 온라인 뮤직 스토어를 열었다. 뮤직나우는 40여종의 휴대용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에 바로 내려받아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려받은 음악파일을 따로 변화시키지 않고 다른 종류의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에 옮겨 들을 수 있다. 리얼네트워크도 지난해 리슨닷컴을 합병, 온라인 음악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이뮤직닷컴, 이뮤직, 뮤직매치 등 중소 온라인 뮤직 스토어도 속속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온라인 음악과 큰 관련이 없는 오프라인 회사들의 온라인 음악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영국의 버진그룹도 버진디지털을 설립하고 오는 8월께 온라인 뮤직 스토어를 오픈한다. 미국 소매시장의 대표주자인 월마트도 지난해 온라인 음악 시장에 진출했다. 월마트는 강점을 살려 싼 가격에 승부를 걸고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뮤직 스토어가 1곡당 99센트에 팔고 있지만 월마트는 10% 이상 싼 88센트다. 월마트는 현재 22만5,000개의 온라인 음악을 보유하고 있다.전통적인 하드웨어 회사들도 온라인 뮤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신 하드웨어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접근 방식이 약간 다르다. 단순히 온라인 음악 판매에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음악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플레이어인 하드웨어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온라인 음악보다 플레이어의 마진이 훨씬 큰 것을 고려하면 소프트웨어 시장보다 오히려 하드웨어 시장의 전망이 밝은 셈이다.애플의 온라인 음악 시장 진출도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인 아이포드(iPod)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이다. 온라인 뮤직 스토어인 아이튠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이었지만 사실 애플의 관심은 아이포드에 있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사장도 “아이튠은 일종의 로스리더(Loss Leader)”라고 밝힌 적이 있다. 로스리더는 특정 상품을 원가 수준으로 낮춰 소비자를 끌어모은 후 관련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애플이 마진을 거의 포기하고 1곡당 99센트에 판매한 것도 온라인 음악을 활성화시켜 아이포드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애플은 아이튠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4/4분기에 73만대의 아이포드를 팔았다.다른 하드웨어 회사들도 애플 모델을 따라 하고 있다. 델컴퓨터는 뮤직매치와 손잡고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 냅스터와 협력, 냅스터에 뮤직 플레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소니는 올해 별도의 온라인 뮤직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HP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애플과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의 컴퓨터에 애플의 음악 소프트웨어인 쥬크박스를 설치해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음악 시장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고 선두주자인 애플과 협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온라인 음악이 마케팅과 연결되는 현상도 번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한 것. 음료회사들이 치열한 음료 전쟁에서 경쟁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 코라콜라는 뮤직매치, 펩시는 애플과 각각 손잡고 온라인 음악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예컨대 음료를 사서 당첨되면 아이튠에서 온라인 음악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펩시는 소비자들에게 두 달 동안 무려 1억곡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이튠의 판매기록의 2배에 해당한다.맥주회사인 하이네켄도 리얼네트워크와 파트너를 맺고 12개들이 한 상자를 사면 온라인 음악 2곡을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음료회사는 홍보에 도움이 되고, 온라인 음악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디지털 뮤직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온라인 음악 시장이 불붙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불법 파일공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메이저 음반 회사들이 강력하게 단속을 실시한 후 한동안 줄어들었지만 제2, 제3의 냅스터가 등장하면서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보의 공유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과열되고 있는 온라인 음악 시장의 경쟁도 주의를 기울여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포레스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조슈 버노프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음악 시장은 적정 수준보다 3배가 많은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단순히 온라인 음악 판매로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애플처럼 온라인 음악이 로스리더 역할을 하는 게 최선의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없이 온라인 음악만 판매하는 곳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온라인 음악을 과거 골드러시에 비유하고 있다. 골드러시 때 떼돈을 번 것은 광부가 아니라 연장과 청바지를 팔던 회사였던 것처럼 온라인 음악 부흥으로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의 판매가 활황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