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 화면에 등장한 백발의 마에스트로는 관객의 시선을 금세 압도한다. 명작 <시네마천국>에서 잃어버린 유년기의 순수를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었던 토토 감독 역의 대배우 자크 페랭이 마에스트로 모항주 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페랭은 이어진 회상장면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뚱뚱한 대머리선생’ 마티유(제라르 쥐노)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넘겨준다. 마티유는 ‘문제아’ 모항주를 오늘의 마에스트로로 키운 음악선생이다. 이런 연출방식은 뚱보 마티유 선생을 멋진 마에스트로와 동등한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외모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마티유 내면의 숭고한 교육열을 한층 돋보이도록 이끈다.크리스토퍼 바라티에 감독의 드라마 <코러스>는 버림받은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꿈을 찾아주는 한 교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실패한 음악교사가 탄광촌 합주부를 이끌며 생의 활기를 되찾는 한국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과 언뜻 유사하다.이 작품의 배경인 빈민들을 위한 학교는 감옥으로 묘사된다. 어린 학생들은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고 교장은 가혹한 간수와 다름없다. 로미 슈나이더가 주연한 <제복의 처녀>(1958)와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1959)에서도 그랬듯, 많은 서구영화들은 학교와 감옥을 동격으로 그려왔다.편견이 지배하는 학교에는 진실이 존재할 수 없다. 어린이들에게 진실은 자신들을 감시대상이 아니라 인격체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다. 마티유 선생은 그런 의미에서 참스승이다.이 작품에서 마티유는 어린이들의 ‘천사’로 교장은 ‘악마’로 그려진다. 선악의 대결에서 표면적으로는 천사의 패배로 끝나지만 천사는 어린이들에게 ‘진실의 씨앗’을 던져놓았다.마티유 선생과 학생들의 작별의식은 감옥 속 죄수들이 면회객에게 안부를 전하는 장면 같다. 학생들은 학교의 높은 외벽에 갇혀 있고 마티유 선생 앞에는 초라한 외길이 놓여 있다. 어린이들은 감옥 밖으로 안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낸다. 마티유 선생이 남긴 일기장에는 어린이들의 지혜와 사랑에 대한 감탄이 적혀 있다. “난 아이들이 명령을 어기고 뛰쳐나와 인사를 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들의 지혜는 그 이상이었다.”교장의 말로는 억압과 편견의 가혹한 대가를 보여준다. 발단부에서 한 어린이의 장난으로 사고가 났을 때 교장이 범인의 자수를 요구하며 다른 아이를 공개적으로 처벌했던 장면은 복선이다. 이후 공금절도의 범인으로 오해받은 문제아의 복수극이 부메랑처럼 교장에게 가해진다.소년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꾸며지는 음악은 처음에는 보잘 것 없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아름답게 다듬어져 간다. 감동의 크기도 따라 커진다. 3월3일 개봉. 전체.개봉영화▶ 레이미국 R&B의 거장이자 맹인가수인 레이 찰스의 인생과 음악을 그린 드라마. 내면의 콤플렉스와 활달한 외적 행위가 충돌을 일으키며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콜래트럴>의 제이미 폭스가 주역을 맡았다. 감독 테일러 핵포드▶ 에비에이터할리우드 흥행감독이자 미국 항공업계의 선구자인 하워드 휴즈의 황금기를 다룬 전기영화. 탁월한 업적과 도덕적 비난을 한꺼번에 받은 주인공의 삶을 조명한다. 감독 마틴 스콜세지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주드 로▶ 피와 뼈2세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이 재일동포 1세대 김준평씨의 시대착오적인 삶을 포착한 드라마. 자식을 원하지만 사랑할 줄 모르는 냉혹한 아버지상이 그려져 있다. 일본 최고의 감독이자 배우로 각광받는 기타노 다케시가 김준평 역을 맡았다.▶ 네버랜드를 찾아서감독 마크 포스터, 주연 조니 뎁, 케이트 윈슬렛. 고전동화 <피터팬>의 탄생비화를 그린 드라마. 실의에 빠진 작가 배리는 한 가정의 어린이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삶의 희망과 창작열을 태우게 된다. 조니 뎁의 연기가 볼 만하다.▶ 숨바꼭질로버트 드니로와 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심리공포물.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딸이 환영 속의 소년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 아버지는 딸을 정신과에 데려가는데…. 국내 처음으로 두 가지 결말이 다른 버전으로 각각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