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은 통화가치 강세로 반사이익 … 한국 완충능력 키워야
미국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올 들어 한국 주가가 미국주가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차별화 논쟁이 많았지만 이번에 세계주가의 동반하락 과정에서 재확인됐듯이 미국발 금융불안은 한국 등 다른 나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각국의 완충능력에 따라 미국발 금융불안의 영향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불안 우려에 따른 각국별 영향력 정도를 보면 △내ㆍ외수간의 균형 △대미국 수출비중 △비가격 경쟁력 △환율제도 △외국자본 비중 △인접국과의 정책풀 구성 정도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다.하루 주가하락폭이 400엔이 넘을 정도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은 벌써부터 경기 재둔화(Double-dip)와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일본경제는 경기회복의 관건인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물론 시장의 예비적 기능을 감안할 때 위기설은 그야말로 ‘설’에 그치겠지만 만약 일본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부족사태에 몰리면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아시아지역에 투자한 자금을 중심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융불안에 따른 또 다른 형태의 전염효과(Secondary Tequila Effect)인 셈이다.미 금융불안의 또 다른 피해국은 금융위기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들이다. 이중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중남미 금융불안은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마저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현시점에서 중남미 위기해결과 경제안정은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와 미국의 금융시장이 안정되느냐가 관건이다. 불행히도 부시 행정부는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자기책임의 원칙’을 내세워 중남미 지원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이다.반면 미국의 금융불안에 따라 반사적인 이익을 보는 국가가 유로랜드와 중국이다. 유로랜드의 경우 미국발 금융불안에 따라 여러 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으나 유로랜드의 상징인 유로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만큼 외국인 자금들이 유입되고 있다. 유럽경기 요인보다는 미국의 금융불안과 기축통화인 달러가치가 흔들림에 따라 누리는 이익이다.또 미국으로부터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는 중국은 94년부터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운용하고 있는 고정환율제도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접국들이 미국발 금융불안에 따른 달러약세로 자국통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떨어지는 수출경쟁력을 중국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고집스럽게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이유다.우리는 어떤가. 지금까지 미 금융불안에 따른 평가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풍부한 외화유동성과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낙관론의 근거다. 특히 경제각료들은 정치적 목적이든 공치사 차원이든 간에 연일 한국경제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경기가 완전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해 주목받고 있다.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의 금융불안뿐만 아니라 일본 금융기관들의 보수적인 입장, 중국과의 높은 경쟁관계를 감안하면 우리는 그 어느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경제의 차별성과는 달리 국내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디레버리지(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 축소) 과정에서 수익이 난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어느 국가보다 한국은 미국발 금융불안과 같은 대외환경 변화에 완충능력을 키우는 것이 경제의 안정성과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여러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경상거래 면에서 외수와 내수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과 함께 품질, 디자인, 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자본거래 면에서는 외환거래 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관투자가들을 육성해 외국인들에 의해 전적으로 휘둘리는 시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인접국과는 통화스와프와 같은 정책풀을 구성해 미국의 금융불안과 같은 대외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