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및 유아복 전문업체 인수에 이어 영화 발권기사업도 뛰어들어

멀티CRM(고객관계관리) 서비스 업체인 큐앤에스의 최웅수 사장(38)은 이랜드 출신이다. 그는 “성격상 이랜드인이었기에 창업이라는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밖에서는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상위권 회사인 이랜드. 하지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동료들과 경쟁하며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곳. 때문에 창업전선에 뛰어들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이랜드에서 체득한 강인함이 자신을 바꿔놓았다”고 서슴없이 말했다.고려대를 졸업한 최사장은 91년 11월 이랜드에 입사했다. 대리점 관리에서부터 재고 관리, 판매 전문인력 육성, 신상품 런칭 등을 맡아 입사 초년기를 보냈다. 최사장은 입사한 지 채 3년도 안돼 서울 최고 상권 중의 하나였던 명동지점장을 맡으면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명동매장은 당시 캐주얼 브랜드 ‘란찌’ 전문매장으로 매출이 없어 회사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었다. 월세만 3,000만원 하는 매장. 회사 입장에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최사장에게 던졌다. “업무를 인수받아 실사를 해보니 엉망진창이었어요. 카드 결제 장부 정리를 6개월 넘게 안했더군요. 사흘 밤을 새워가며 정리해 카드회사에 청구했더니 350만원 결손이 나왔습니다.”최사장은 우선 청결한 매장을 만들고 손님이 원할 때 빨리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창고의 효율성을 높였다. 점포 앞을 지나는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도 새롭게 했다. 이렇게 해서 6개월 만에 종전 매출보다 3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그는 “명동매장이 이랜드 전체 매장 중 월 매출 10위 안에 들었다”며 수줍게 말했다.이후 전국의 상권을 꿰뚫어 보는 시장조사 업무를 하면서 27개점을 직접 개점시키기도 했다. 또 이벤트팀을 처음으로 만들어 매장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사를 70여회나 치르기도 했다.이랜드의 차세대 일꾼으로 전도유망했던 최사장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게 된 데는 회원들을 관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회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97년 6월 여직원 1명을 두고 회사를 차렸다. “지인의 도움으로 건설회사의 사무실에서 책상만 놓고 시작했어요. 주머니에는 150만원이 전부였거든요.”최사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멤버십회원을 모집했다. 일주일 만에 2,000여명이 가입했다. “월 회비 3,000원만 내면 여행사, 콘도, 놀이동산 등을 우대 이용할 수 있도록 했죠.” 얼마 후에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멤버십회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는 큐앤에스를 멤버십 대표기업으로 올라서게 했다. 하지만 회원만 많았지 이렇다 할 매출은 없었다.매출 신장을 위해 최사장은 98년 하반기부터 통신회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쳤다. SK텔레콤에 휴대전화기를 이용한 영업전략을 제안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회사측이 원했던 가맹점 3,000개를 확보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사장은 이듬해 SK텔레콤에서 대학생 멤버십카드 영업권을 따내면서 비상의 날개를 편다. “유명 외식업체에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 50% 할인해 줄 것을 요청하자 ‘미친놈’이라며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외식업체에 할인해 준 금액의 일정액을 서비스회사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을 바꿔 성공했죠.” 그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30여개 극장과 할인 제휴를 맺어 영화할인서비스도 시작했다.오로지 새로운 서비스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뛰어다닌 최사장에게 2000년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프로골퍼 김미현의 미국 생활을 소개한 TV프로그램을 봤어요. 차 안에서 잠자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시합에 나가는 김선수가 안타까웠습니다.” 최사장은 다음날 골프협회 등을 수소문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김선수의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후원을 약속했다. 여윳돈이 없던 최사장은 김선수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대기업들을 찾아다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만난 사람이 김춘호 변호사였다. 김변호사에게 김미현 선수의 지원금 1억원을 요청했던 최사장은 5억5,000만원을 투자받아 자금난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최사장은 당시의 인연으로 지금도 김미현 선수의 스폰서 계약권을 갖고 있다.최사장은 2002년 8월 반도체장비업체인 에스아이텍을 인수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통신사 위주의 서비스 마케팅에서 제조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사장은 “반도체 분야에 문외한이지만 매수 제안을 받고 인수협상을 하면서 창업주의 솔직함에 물리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같은해 11월에는 유아복 전문회사인 모아베이비를 35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유아복업체들이 상당수 도산했지만 모아베이비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랜드에서의 경험이 모아베이비를 최고의 브랜드로 키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죠. 앞으로 2년 내 유아복 브랜드파워 1위 업체로 키울 작정입니다.”최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유아보육사업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 신규사업을 시작했다.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한 모아맘이 그 주인공. 만 2세에서 6세의 어린이를 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책임지고 보육하겠다는 것. 이런 이유로 오전 7시30분에 아이를 맡기고 오후 10시에 데려가도록 운영시간을 늘렸다. 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한다. 지난 1월 말 분당에 1호점을 냈는데 반응이 꽤 좋다. 3월에는 서울 반포동에 2호점을 낸다. 최사장은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만 30개 지점을 내고 5년 내 전국적으로 300개의 지점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7월 키네시스를 설립하고 시작한 영화 발권기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영화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덩달아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것. 관람객들이 인터넷(www.movieok.co.kr)으로 영화표를 예매하고 당일 극장에서 발권기를 통해 표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40여개 극장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연말까지 70여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최사장의 계획이다.최근에는 신세계I&C와 제휴를 맺고 공동상품 개발을 통한 온라인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최사장은 올해 큐앤에스에서만 5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체적으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원대한 꿈은 없습니다. 다만 뒷걸음치지 않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02-3473-4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