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캐릭터 비즈니스 업계가 연초부터 온통 ‘여우’에 홀렸다. 여우의 이름은 ‘조로리’. 정확히 말하자면 하라 유타카 원작의 어린이 동화 <가이케쓰 조로리>에 나오는 여우를 모델로 해 만든 캐릭터가 일본 기업들의 가슴을 부풀게 만들고 있는 주인공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 여우는 장난을 좋아하는 동물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지난 1987년 포플러사가 첫 작품을 찍어낸 이후 지금까지 34개 작품, 총 1,000만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갖고 있다. 6~8세 또래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도서관과 학교 도서실 등에 많이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로리 선풍에 불을 댕긴 선두주자는 단연 대형 완구업체인 반다이와 아사히TV 등의 방송매체다. 아사히TV는 2월1일부터 조로리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의 방영을 본격 시작했다. 만화영화 제작은 영상제작 지원 전문업체인 재팬디지털콘텐츠와 반다이, 그리고 포플러사 등이 출자해 만든 자회사 조로리엔터테인먼트가 중심 역할을 맡았다.조로리 만화영화는 일러스트를 되도록 많이 집어넣은 작품의 구성과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서툰 익살 등을 매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녀 불문하고 어린이이라면 누구나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도 같이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작품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사히TV와 제작에 참가한 업체들은 저연령의 초등학교 어린이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 조로리 선풍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반다이는 조로리를 차세대 주력 캐릭터의 하나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송 개시에 맞춰 조로리 그림이 들어 있는 의류와 완구 등을 내놓은 데 이어 3월부터는 탈 것과 함께 카드놀이 기구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캐릭터는 예쁘고 잘생긴 여우를 그려내기보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꾸밀 계획이다.한편 조로리를 탄생시킨 포플러사의 사카이 히로사키 사장은 조로리의 인기 비결을 ‘재미’에서 찾고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지금까지의 대다수 서적이 무거운 테마와 인간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과 달리 조로리 작품은 오락성을 강조한 것이 장수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인성교육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아동서적의 성격상 교육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해도 자칫 잘못하면 딱딱하게 엮어질 수 있는 한계를 재미로 극복한 것이 어린이와 부모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자평하고 있는 것이다.포플러사는 2003년 말 월간 만화잡지도 창간, 지금까지 아동서적의 세계에서만 다뤄졌던 조로리 캐릭터의 활동 영역을 만화의 무대로까지 넓혔다. 사카이 사장의 말에 따르면 조로리는 만화와 동화를 넘나들며 중간 세계에 살게 된 것이다.조로리가 몰고 올 여우 선풍이 캐릭터 비즈니스 관련 업체들에 어느 정도의 대박을 안겨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반다이는 우선 자사 매출에서만 연간 50억엔의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히트 캐릭터가 나오지 않았던 최근 수년간의 시장 상황과 조로리의 탄탄한 인기 기반을 고려할 때 절반의 성공은 일단 확보하고 들어갈 수 있다는 속내다.조로리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은 현재 최대주주인 포플러사 외에 재팬디지털콘텐츠 18.8%, 완구업체인 위즈코퍼레이션 13.3%, 반다이 8.3% 및 영상 관련 업체인 해피넷픽처스 8.3%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작자인 하라 유타카씨도 0.4%를 출자했다. 조로리엔터테인먼트는 만화영화 제작 외에 캐릭터 라이선스, 완구 등의 상품화 사업 등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