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먼파워가 빛을 발하고 있다. 한때 남성들의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여성들이 당당히 비즈니스 세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사업가의 활약은 눈부시다. 여성이 이끌고 있는 회사들이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여성사업가들이 침체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HP의 최고경영자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사업가’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우먼비즈니스리서치센터(Center for Women Business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이 소유권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는 총 1,010만개. 미국 전체 개인회사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들 회사가 고용하고 있는 인력만 1,820만명. 미국 직장인 7명 중 1명이 여성이 소유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매출 규모는 2조3,2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중소기업지원국(SBA)도 비슷한 자료를 내놓았다. SBA는 오히려 여성기업가들의 역할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BA는 미국에서 여성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910만개, 고용인력은 2,750만명으로 분석했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3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여성 소유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7년에서 2002년까지 여성 소유 개인회사의 증가율은 11%. 미국 전체 개인회사 증가율인 6%의 두 배에 가깝다. 고용인력 증가율은 18%로 역시 전체 평균 8%의 두 배가 넘는다. 매출 증가도 32%로 전체 평균 24%를 크게 웃돌았다. 마이라 하트 하버드대학 교수는 “여성 사장들은 미국 비즈니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성 소유 개인회사의 55.3%가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미국의 여성 소유 비즈니스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다호, 와이오밍, 유타, 네바다, 애리조나 등 상위 5개 주(州)는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이들 5개 지역의 여성 소유 회사는 97년부터 2002년까지 평균 28.8% 증가했다. 다른 지역의 평균 증가율 14%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단순히 회사 숫자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고용 확대, 매출 성장도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증가는 76.3%(타 지역 평균 29.9%), 매출은 116.9%(40.9%)였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여성 비즈니스가 취약했던 곳이다. 최근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주정부의 지원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여성 소유 비즈니스가 유난히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금융회사인 플리트보스턴에서 여성 비즈니스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테리 카바나 부사장은 “사회에서 여성 역할이 증가하고 있고 여성의 교육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 단위의 비즈니스에서 의사 결정의 중심이 여성에게 넘어오고 있고, MBA 출신의 젊은 여성들이 상당수 사회에 진출하면서 여성 창업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카바나 부사장은 또 오랜 경기침체로 대거 해고된 여성 인력들이 불안한 재취업보다 창업에 나서고 있어 여성 소유 비즈니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여성 비즈니스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여성사업가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한 것도 한몫 했다. 과거에는 여성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런 인식은 여성 비즈니스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다.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여성 비즈니스를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정확함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 결과 여성 소유 비즈니스에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여성 소유 비즈니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성공한 여성사업가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 우먼비즈니스리서치센터는 최근 눈길을 끄는 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여성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 중 연간 매출 100만달러가 넘는 곳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매출 100만달러 이상의 여성 소유 기업 가운데 73%는 창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4%는 성공 여부가 5년 이내 판가름났다. 인터넷을 비롯한 첨단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전자상거래 구축에 투자를 많이 했다. 전문가의 조언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데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트 교수는 “여성 소유 비즈니스가 연간 매출 100만달러를 넘어가는 특별한 ‘공식’은 없다”며 “그렇지만 이미 100만달러 목표를 달성한 여성 비즈니스가 지나온 과정은 사업가로서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여성사업가들이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사업가들이 극복해야 할 부분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여성사업가들은 의사결정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여성사업가들이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모으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약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언자가 적다. 따라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여성사업가들은 빚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서 때로 대출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성사업가들은 채무를 나쁜 것으로만 생각해 비즈니스 기회를 놓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여성 소유 비즈니스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확보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21세기 여성기업가 회의’에 참석한 여성사업가를 대상으로 실사한 조사에서 28%가 경영에서 가장 큰 문제를 자금확보의 한계라고 답했다. 벤처 캐피털 자금의 5%만 여성기업가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 소유 기업의 52%가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여성 소유 기업은 39%에 그쳤다. 그만큼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여성사업가들은 창업할 때 주로 개인 저축으로 자금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여성들의 자금 확보에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최근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금융기관과 정부가 여성 비즈니스 지원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인 웰스파고는 최근 여성기업가에게 향후 10년 동안 200억달러를 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95년 여성 비즈니스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벌써 지원 규모를 세 번째 늘렸다. 웰스파고는 현재 여성 비즈니스에 157억달러를 대출해준 상태다. 주정부들도 여성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나섰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지난해 여성과 마이너리티 비즈니스에 주정부 지출의 10%를 배정키로 했다. 지난해는 2%에 그쳤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2000년 연방정부 계약의 5% 이상을 여성 소유 회사에 맺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여성 소유 비즈니스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