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부담 대폭 해결… ‘진정한 모바일게임’시대 개막
‘진정한 모바일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도 수십종씩 신작 모바일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판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들은 ‘진정한 모바일게임’이라 부르기 어렵다.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아케이드게임이나 PC게임, 온라인게임들을 휴대전화용으로 바꾼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직 휴대전화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현재 자신의 위치가 게임 캐릭터의 위치지난해 게임빌이 출시한 ‘놈’은 모바일게임업계 최대의 화제작이었다. 한창 잘나갈 때는 하루 다운로드 건수가 4,000여회를 훌쩍 뛰어넘었고 출시한 지 1년이 가까운 최근에도 하루 2,000건 정도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길어야 6개월 남짓한 상황에서 ‘놈’의 장수는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놈’은 단순한 게임이다. 흑백으로 표현된 인간인 ‘놈’이 뛰어간다. 도중에 장애물이 있으면 넘고, 적이 나타나면 그 위에 올라타 물리친다.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놈’은 뛸 뿐이다. 모든 조작은 버튼 하나로 가능하다.도대체 이 지루하며 단순한 게임이 사람들을 매료시킨 비결은 뭘까. 휴대전화에서만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놈’은 화면 아래에서 뛰기 시작해 화면의 옆면으로, 상단으로, 반대편 옆면으로 빙글빙글 돌기 때문에 게이머는 ‘놈’이 뛰는 위치에 따라 휴대전화를 돌리며 게임을 해야 한다. 작고 가벼운 휴대전화에서만 할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놈’이 휴대전화라는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활용해 큰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진정한 모바일게임’은 휴대전화의 최대 특징인 이동성이 접목된 게임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게이머의 위치와 이동을 게임에 연결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게임 장르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다. 이런 기대는 위치기반서비스의 등장으로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고, 드디어 지난 1월 소프트엔터가 국내 최초의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배틀캐논라이브’(이하 배틀)를 출시한 데 이어 2월에는 게임빌이 위치기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June삼국지’(이하 삼국지)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들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위치기반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일찍부터 점쳐져 왔다. 스웨덴의 게임개발사인 잇츠얼라이브(ItsAlive)사의 위치기반게임인 ‘봇파이터’(BotFighter)가 그 예다. 이 게임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핀란드, 러시아, 미국 등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수출돼 큰 성공을 거뒀다. 그후 도시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푸는 퍼즐게임인 프랑스의 ‘지오퀘스트’,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낚시터를 기준으로 낚시대회를 하는 일본의 ‘피싱’, 자신의 위치에 따라 돈을 잃거나 버는 게임인 대만의 ‘@라이프’ 등 다양한 위치기반게임이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출시된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은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갓 태어난 신생아에 불과하다.위치기반게임은 LBS(Location Based Service)를 이용한 것과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한 게임으로 구분된다. 통신사의 기지국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LBS 게임은 게임 구동이 빠르고 비용이 저렴하며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반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위성을 이용한 GPS 게임은 정확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실내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한 LBS는 어떤 단말기에서도 구현되지만 GPS는 GPS칩을 장착한 전용 단말기에서만 구현돼 이용자층이 엷을 수밖에 없다.가장 진화한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이번에 출시된 ‘배틀’과 ‘삼국지’는 현재까지 가장 진화한 LBS 게임이란 평을 받고 있다. 우선 다른 게임들에 비해 뛰어난 그래픽을 제공한다. 봇파이터의 경우 상대를 공격할 때 게이머가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문자메시지뿐이지만 두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처럼 전투장면이 그대로 표현돼 훨씬 흥미롭다. 발전된 위치기반 기술을 이용해 위치 파악이 더욱 정밀해졌고 섬세한 실측지도가 제공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배틀’의 경우 상대편을 선정하면 상대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된다. ‘네이트 드라이브’에 기반을 둔 지도는 매우 사실적이다. 대구의 적을 향해 포를 쏘면 날아가는 궤적과 명중 여부, 피해 정도를 보여준다. ‘삼국지’는 현실의 기지국을 영토로 삼아 전쟁을 벌인다. 사당동의 기지국을 영토로 가진 A가 가락동의 기지국을 소유한 B를 공격해 B의 영토인 가락동을 차지하는 식이다. 실제로 가락동에 가 B를 공격하면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다. 게이머들의 위치는 위치기반 기술에 의해 실시간으로 확인된다.이전의 위치기반게임에 비해 게임성도 훨씬 치밀해졌다. 봇파이터처럼 먼저 공격하면 무조건 이기는 단순함을 넘어 승부의 변수를 다채롭게 엮어 놓았다. ‘배틀’은 포의 세기, 풍향, 날씨 등의 변수를 채택했고, 현 위치를 움직여 상대를 교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국지’는 멀티플레이 네트워크 게임의 장점을 살려 다른 게이머와 연합공격을 할 수 있게 했고 190여개에 달하는 캐릭터를 마련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120여개의 아이템도 구비했다.두 게임의 공통점은 네트워크 게임이란 점이다. 네트워크 게임은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통화료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한 과다한 요금으로 소비자들은 네트워크 게임에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통신비를 실현하는 것이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배틀’은 통화요금을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 통신비는 게임시간이 아니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과금된다. 아무리 오래 게임을 해도 실제로 전송한 데이터가 없다면 통신비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오가는 데이터의 양과 횟수가 감소하도록 게임을 설계하면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 ‘배틀’이 바로 그렇다. 배틀의 통신비는 1회에 30원이고 추가 1회당 2원 정도가 부과된다. 정보이용료를 합한다 해도 10회 게임에 100원 정도에 불과하다.‘삼국지’는 이동통신사의 요금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이 게임은 SK텔레콤의 준(June) 전용이므로 준 요금제가 적용되는데 SK텔레콤은 현재 파격적인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어 통신비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게임업계는 이 두 게임을 주시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장이 열리느냐, 아니면 현재의 모습이 유지되느냐가 이들에 의해 판가름이 날 것 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들이 크게 성공한다 해도 위치기반게임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게임의 특성상 통신사가 적극적으로 개발에 협조해야 한다는 점, 일반 모바일게임에 비해 개발비와 기간이 커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 기술 장벽이 높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그러나 머지않아 다양한 형식의 위치기반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와 관련, ‘배틀’의 개발사인 소프트엔터의 정태준 사장은 “위치기반 기술은 롤플레잉게임, 슈팅게임, 시뮬레이션 게임 등 다양한 게임 장르와 결합될 수 있다”며 “GPS는 LBS보다 정확도가 높아 GPS 단말기가 널리 보급되면 GPS 단말기용의 위치기반게임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