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꾸준히 논란을 일으켰던 비디오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규제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리렌드 이 주의원은 최근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판매를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의원의 법안은 향후 다른 주로 번져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두가지. 첫째, 유해 비디오게임을 ‘인간 캐릭터를 잔인하고 흉악한 방법으로 상처 입히는 것’으로 정의해 범위를 넓혔다. 둘째, 17세 이상 사용가로 판정난 비디오게임을 청소년 사용가 게임과 분리해 진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이 의원의 법안 제출에 앞서 폭력적 비디오게임에 대한 소송도 봇물을 이뤘다. 지난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소송은 인기 비디오게임인 ‘그랜드 데프트 오토’를 대상으로 한 것.헤이티인을 살해하면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헤이티인에 대한 잔인한 살상에 근거하고 있어 헤이티인권그룹이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현재 연방법원으로 넘어가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헤이티인들은 소송과 별도로 해당 비디오게임을 판매하고 있는 소매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랜드 데프트 오토’는 지난해 최고 인기게임으로 1,100만개가 팔렸다.지난해 중순 워싱턴주에서는 경찰관을 공격하는 내용을 담은 비디오게임을 청소년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비디오게임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이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황은 비디오게임회사들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다소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비디오게임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다. 최종판결은 올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비디오게임회사들도 정부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비해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비디오게임판매점협회와 엔터테인먼트판매자협회는 지난해 12월 성인용 비디오게임을 판매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판매가 금지된 비디오게임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5%의 청소년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청소년 사용불가 게임을 구입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연말 FTC가 발표한 자료에서 청소년의 70%가 청소년 사용 불가 비디오게임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비디오게임 규제를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비디오게임의 폭력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중ㆍ고등학교에서 종종 벌어지는 총기난사사건에 비디오게임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비디오게임 상당수는 잔인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도 해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상대방의 머리를 총으로 날리고 몸을 두 동강 내는 것은 이미 평범한 것으로까지 취급된다. 일부 게임에서는 마약 판매, 매춘까지 거리낌 없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디오게임회사들은 비디오게임 규제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과도기를 맞고 있는 비디오게임 시장은 현재 청소년을 둔 부모들의 관심과 비디오게임회사들의 자아성찰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