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경한양대 경영대 교수 sjun@hanyang.ac.kr약력: 1962년생.85년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2000년 뉴욕주립대(버펄로) 경영학 박사.2000년 뉴욕주립대(알바니) 경영대학 교수.2002년 한양대 경영대 교수(현)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등의 다양한 이름들이 다소 혼란스럽게 한국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로 기업시민이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용어로 불리건 그 본질은 기업들이 기존의 교과서적 지향목표인 주주가치 극대화나 기업가치 극대화에서 더 나아가 채권자, 종업원, 고객, 지역사회 등으로 관심을 넓혀서 이들 이해당사자(stakeholders)들의 요구를 고려하고 사회적·환경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요구다.지속가능경영은 유럽경영에서는 역사적으로 친숙한 개념이었지만 미국경영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변화다. 이제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미국기업들 대부분은 사회책임경영을 중요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수용하고 있고, 그 전략의 실천 실적을 요약한 사회책임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유럽식 자본주의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달러는 녹색’이라는 말에 녹아 있듯이 미국인들은 ‘돈의 색깔’을 구별하지 않고 이윤 많이 남기는 기업이 최고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엔론사태 등 대규모 회계부정과 나이키 등이 행한 후진국 노동력 착취,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험하면서 미국인들은 사회적 책임경영을 수행하는 ‘좋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나쁜 기업’을 구별하려고 한다.각국의 NGO를 중심으로 결성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라는 조직은 지속가능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체계화했다. 오는 10월께는 3세대 GRI 가이드라인으로 지칭되는 G3를 완성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도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의 개념이 점차 일반화돼 가고 있다. 여러 평가기관들이 자체 지표를 개발해 자산투자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에 ‘좋은 기업’을 물색해 주고 있다. SAM(Sustainable Asset Management)사가 개발한 DJSI(지속가능성)지수, EIRiS사가 개발한 ‘FTSE4Good’에 포함돼 있는 기업들은 투자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기업성과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한국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장기전략으로 도입하고 큰 틀에서 국제적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경영환경에 적합한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해 이를 자발적으로 실천해 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여건변화와 관련, 우려되는 점도 나타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주주가치 극대화나 기업가치 극대화와 조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GM의 사회책임경영은 그동안 미국기업들에 모범사례가 돼 왔다. 그러나 현재 부도상태에 처한 GM의 상황은 사회책임경영이 기업가치 극대화와 조화되지 못할 때 얼마나 허망한 상황을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 사회복지단체처럼 사회책임경영 그 자체를 사명으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최근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등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표준을 마련하려 하거나 또는 기업들에 보고서 작성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의 도입 여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정책당국이 기업들에 대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도입하게 하고 나아가 보고서에 대한 인증까지 받으라고 요구하게 되면 아직 지속가능경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들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이는 기업들에 추가적인 행정비용만을 유발할 뿐이다.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이로 인해 이해당사자들이 그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인식해 매출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야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다.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려는 기업들은 회계법인을 통해 인증을 받았다고 선전하기보다 그 보고서를 자사의 웹사이트에 상세히 보고해 많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인증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보다 많은 이해당사자들에게 자사의 지속가능경영의 현황을 알리고, 향후 지속가능경영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속과 일정을 알려 주어야, 기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