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전장치 강화… ‘상한가’ 기대

지난 상반기 굿모닝시티 사태로 ‘사기분양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던 상가시장이 새해에는 부동산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전망이다.정부가 상가투자 안전장치를 강화해 공급부문의 문제가 크게 해소된데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상가가 ‘틈새 투자처’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ㆍ29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대체투자처’로서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그동안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분류돼 여타 부동산 종목에 비해 냉대를 받았던 상가시장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내년 7월 선시공 후분양제 실시2004년 상가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는 선시공 후분양 제도. 투자자 보호의 목적이 큰 이 제도는 공급과 수요 양측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이 제도의 골자는 연면적 907평 이상인 상가는 건축물 골조공사가 끝난 후 분양해야 하며, 분양신고 전까지 토지매입을 완료하고 광고에 건축허가 사항 등을 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상가 등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상가,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거의 모든 상업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10ㆍ29 대책 등 그간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이 법은 공급부문에 대한 규제가 주요 내용이다.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허술한 분양시스템이 만천하에 노출된 것이 법제정을 서둘게 만든 배경이다.후분양제 도입 등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토지매입도 안된 상태에서 분양을 하거나 수익률을 부풀린 과장광고가 횡행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무자격 사업자들은 시장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져 투자 안전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그러나 공급자로서는 사업환경이 크게 위축돼 전에 없이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유영상 상가114 소장은 “편법분양이 차단되는 등 시장이 정비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밝히고 “초기 사업자금이 부족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등 공급이 줄어들면 자연히 수요자간 경쟁도 심해져 가격상승을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후분양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다소의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올해 주택시장에 내려진 고강도 규제 역시 내년 상가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만큼 시중 부동자금이 상가나 토지로 몰릴 소지가 크기 때문.특히 내년에도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자금들이 대거 상가로 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상가를 분양받아 향후 직접 창업을 하겠다는 직장인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이래저래 수요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과열 조짐 나타나… 분양가 거품 ‘주의보’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올 하반기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용지에 조성되는 근린상가와 인기지역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되고 있다.최근 공급된 안산 고잔지구의 푸르지오 단지 내 상가는 55개 점포의 입찰결과 최고 3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낙찰가율은 160%에 달해 1층의 평당 낙찰가는 최고 6,200만원선이었다. 또 일부 권장업종은 예정가의 두 배가 넘기도 했다. 파주 교하지구 내 동문 굿모닝힐 단지 상가도 1층의 경우 예정가의 두 배가 넘는 평당 4,000만원선에 낙찰되는 등 투자열기가 피어오른 상태다.전문가들은 서울 수도권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내년에도 높은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본 수요가 갖춰져 있어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대개 입주 6개월 정도를 앞두고 분양을 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를 견인하는 요소다.그러나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높거나 수익률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가는 여전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청약과열 현상을 빚었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상가는 최근 입찰에서 30% 정도만이 주인을 찾았다. 아파트 분양 성공에 고무된 공급자측이 상가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비해 평당 1,500만원이나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종로의 한 테마상가 역시 높은 분양가로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다.이처럼 소비수요가 확보된 아파트 단지 상가와 근린상가는 유망 투자상품으로 분류된 한편 테마상가나 중소규모 쇼핑몰은 ‘요주의 대상’으로 가려진 상태다. 테마상가는 굿모닝시티의 여파가 남아있는데다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커 리스크가 높은 편이고, 중소규모 쇼핑몰은 MD 구성 등 상가 활성화에 필수인 노하우가 취약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이뿐만 아니라 상가의 유형과 분양방식, 분양가를 잘 따져 선별투자에 나서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상가는 주택상품과 속성이 전혀 달라서 사전지식과 시장조사 없이 투자했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우선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 경쟁입찰 방식을 택하고 있어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높은 선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낙찰가율이 150% 이상이라면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공급자가 정하는 예정가에 시세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칫 거품가격을 주고 분양받는 우를 범할 수 있다.근린상가 역시 도심이나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에서 분양하는 경우가 많아 토지매입 비용 등 원가가 상승, 분양가가 치솟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변 상권의 기존 상가 시세와 비슷한 지역의 분양가를 비교해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환금성과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대부분의 상가는 개점부터 활성화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세대수 대비 상가 면적이 0.5평 이하인 단지가 ‘적정 규모’로, 비교적 상권 활성화와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