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통합형 환경친화 신도시란 이런 것.’서울시 경계에서 15km, 일산신도시에서 2km 거리에 위치한 파주 운정신도시는 자연의 푸근함이 살아있는 새로운 신도시 모델을 보여줄 전망이다. 농업 기반인 파주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도시설계와 낮은 인구밀도, 높은 녹지율이 삭막한 도시 이미지를 대신하고 대거 확충될 교통망이 서울과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남북교류 협력시대의 관문도시’라는 거창한 수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풍부한 개발 호재와 지리적 이점이 미래 가치까지 든든하게 받쳐준다.지난 5월 김포 양촌과 함께 신도시 개발지로 확정 발표된 이곳은 2000년 12월에 지정된 운정택지개발예정지구 좌우 양쪽에 추가로 부지를 확충, 총 275만평 규모로 개발된다. 미리 지정된 142만평 부지를 1지구, 추가로 편입된 나머지 부지는 2지구로 구분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1지구는 현재 보상 준비에 들어간 상태이며 2005년 공사와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2008년 준공될 예정이다. 2지구는 내년 중으로 택지개발계획 승인을 받아 2006년 주택분양을 거쳐 1지구보다 1년이 늦은 2009년 입주를 마무리할 계획이다.파주신도시는 면적으로 보면 판교, 화성과 비슷한 규모다. 경의선 운정역에서 교하지구 인근까지 펼쳐진 모양새를 하고 있어 인접한 금촌지구, 교하지구, 탄현지구가 연계돼 거대 신도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인근에 파주 출판단지, LCD단지 등 특화단지가 포진해 자족도시로서의 기능도 담당하게 된다. 그동안 경기 남부지역에 비해 개발이 늦고 부동산 투자처로 상품성이 뒤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팔자’가 확 바뀌는 셈.파주신도시의 입지 여건부터 살펴보자. 우선 일산신도시에서 지척인데다 중간지대에는 탄현 아파트촌이 자리잡고 있다. 파주시 중심부인 금촌동에 가깝기는 하지만 광역 입지상으로는 도시 기반시설이 풍부한 고양시 일산 생활권에 가깝다. 크게는 서울-고양-일산-파주 출판문화정보단지-통일동산-문산을 잇는 수도권 북서부 지역의 성장축에 위치한다.2년여 전부터 준농림지를 개발한 아파트 7개 단지 7,800가구가 입주했고 내년 8월에는 1,096가구 규모의 자유로 아이파크가 입주하는 등 최근 들어 개발이 잇따라 진행된 상태다. 또 몇몇 민간건설업체가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 분양을 준비했지만 신도시 개발 발표를 기점으로 전면 중단됐다. 난개발 심화 조짐이 미리 차단된 것이다.전철·도로망 대거 확충… 교통난 해소현재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 국철을 타면 운정역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신도시 개발이 완료될 시점인 2008년에 경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서울 중심부까지 거리는 40분대로 훨씬 가까워진다. 금촌역과 운정역 사이에 신설역이 개설될 예정이기도 하다. 향후 대화역까지 닿는 일산선이 교하지구를 거쳐 임진각까지 연장될 계획도 있어 철도 환경이 크게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또 운정역에서 출판문화단지까지 11.3km의 경전철이 민자유치로 건설되면 서울에서 파주신도시, 교하지구까지 전철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운정역에는 대규모 환승주차장이 설치돼 철도 이용의 편의를 돕는다.도로환경도 좋아진다. 대화IC에서 강매IC를 잇는 제2자유로 12.5km 건설이 예정돼 있으며 김포~관산간 도로 4.4km, 운정~대화IC 구간 4.9km 등 7개 노선 41.3km가 신설될 계획이다. 건교부 신도시기획단 관계자는 “서북부지역의 만성적인 교통난이 신도시 개발로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도권 북부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신도시 건설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 전부를 투자해 만성 교통난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주택은 4만7,000호가 건설될 예정이며 수용인구 14만2,000명선. 분당과 일산에 비해 낮은 밀도를 자랑하고 전체 면적의 27.7%를 녹지로 확보해 쾌적함을 높일 방침이다. 특히 지역 특성을 살려 대규모 농업생태공원에 주말농장, 생태습지, 생태수로 등이 건설되며 신도시에서 발생되는 하수를 3차에 걸쳐 고도처리, 호수공원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물 순환형 청정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파주신도시 발표와 함께 파주 및 고양시 일원이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2008년 5월까지 5년간 유지되는 이 조치로 현지 부동산시장은 외부인 유입이 거의 차단된 상태다. 신도시 후보지로 한창 거론될 때는 전국에서 온 투자자들로 부동산시장이 북적거렸지만 5월 확정 발표 이후에는 현지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태다. 그만큼 외지인은 토지거래 허가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지 150평, 전답 300평 이상의 매매를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파주시에 거주했음을 증명해야 한다.파주지역 토지시장은 신도시 개발지를 중심으로 시세와 선호도가 조금씩 다른 양상이다. 일산신도시에 가까울수록 가격이 높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가격이 낮은 형국. 그러나 북쪽에 가까운 월롱면 일대 50만평에 LG필립스가 100억달러를 투자, LCD공장을 짓기로 해 이 일대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석배 뉴월드공인 대표는 “월롱면 덕은리와 위전리, 탄현면 금승리가 LCD공장의 후광을 입어 인기지역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 지역 도로변 토지는 지난해 말보다 50% 가까이 올라 평당 200만원을 웃돌고 있다.운정역 오른편에 형성돼 있는 취락지구는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향후 환승역으로 개발될 운정역은 신도시의 관문이 될 전망이어서 주변 지역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운정역 일대 토지는 평당 500만~800만원선으로 ‘최상급’ 수준. 이와 함께 자유로와 가까운 문발리 일대도 운정역 주변 못지않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60만평 규모의 통일동산 역시 예술인타운과 영어마을 조성, 전원주택 조성 등에 힘입어 최근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다.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지는 프리미엄만 1억5,000만~1억7,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6월 공급된 금촌지구 이주자용 택지는 30% 가량이 손바뀜 된 가운데, 60~70평 택지에 1억5,000만원선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70평 규모의 이주자용 택지를 매입하려면 평균 평당 296만원에 공급된 가격에 프리미엄을 더해 3억6,000만원선이 든다. 그럼에도 매물은 귀한 편. 11월 중으로 공급이 예정된 교하지구 이주자용 택지 역시 벌써부터 1억6,000만~1억7,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토지거래허가가 신경 쓰이는 외지 투자자는 아파트에 관심을 두는 편이 낫다. 신도시 개발지 내에 위치한 아파트는 물론 금촌지구와 교하지구 등 개발지 인접 아파트 밀집지의 가격 상승세가 꾸준하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가치가 높게 매겨진다.개발지역에 포함되는 1,507가구 규모의 월드메르디앙 48평형은 4,000만원이 올라 2억6,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입주한 교하읍 목동리 현대아이파크는 주변 기존 아파트보다 다소 높은 시세를 형성, 35평형이 2억원 안팎에 평균가를 형성하고 있다. 와동리 S공인 관계자는 “몇달 사이에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평당가격이 500만원대에 머물러 주변지역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고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도시 입주가 빨라야 2008년으로 5년 정도 남았고 이 시점이 되면 기존 아파트는 노후화돼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고 덧붙였다.분양권과 신규 분양물량도 유망상품으로 꼽힌다. 내년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금촌지구 주공그린빌 단지의 경우 지난 4월에 비해 평형별로 1,000만~1,5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른 상태다. 주공그린빌 3차 31평형의 경우 1억7,500만원선으로 4월에 비해 1,500만원이 올랐다.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 3,5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초기 공급 당시 미분양으로 고전하다가 신도시 프리미엄을 톡톡히 본 단지도 있다. 자유로 아이파크는 프리미엄이 가장 많이 붙은 단지로, 34평형이 2억1,600만원선에 평균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3,000만원 가량 오른 가격인데다 분양가 기준으로는 5,000만원 이상 올랐다. 내년 8월 입주 예정이며 1,096가구 규모 대단지다.한편 11월 중순에는 신도시에서 1km 남짓 떨어진 교하지구에 대규모 신규 분양이 있을 예정이다.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문굿모닝힐, 신동아파밀리에, 우남퍼스트빌 등이 11월 중순 동시 분양될 예정이다. 동문건설 3,023가구를 비롯해 총 9,400여가구의 공급이 예정된 가운데 5,000가구 정도가 먼저 분양된다.분양가는 토지가격 인상 등의 요인을 들어 당초 평당 500만원대에서 600만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