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전자유통상가인 아키하바라 일대 상인들이 지역 상권 진흥을 위해 야심적으로 선보인 자체 브랜드(PB)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갈림길에 봉착해 화제다.아키하바라 상인들의 연합조직인 아키하바라 전기진흥회가 √a 브랜드의 제품을 처음 내놓은 것은 2002년 1월. 도시바전기에 위탁해 만든 각종 가전제품에 √a 브랜드를 붙여 판매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처음에는 투도어 냉장고와 세탁기 등 소형의 생활가전 제품 10종만 내놓았으나 지난 1월 초부터는 제2탄으로 9종을 더 늘려 판매 중이다.도시바 이외의 메이커로는 일본 빅터가 DVD플레이어 일체용 VTR과 영상·음향기기를 √a 브랜드로 만들고 있으며 샤프도 곧 √a 브랜드의 영상·음향기기를 아키하바라 진열대에 등장시킬 예정이다.아키하바라 전기진흥회가 √a 브랜드를 선보이게 된 1차적 배경은 지역상권 진흥을 위한 고객확보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아키하바라 상가의 최대 고객인 젊은 독신 생활자들을 겨냥, 이들이 주로 찾는 제품을 아키하바라만의 독자 브랜드로 선보이며 일반 가전제품보다 뛰어난 고객흡인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기진흥회는 독신 생활자들의 연령과 기호를 감안한 상품을 집중 개발키로 하고 디자인과 가격도 여기에 맞췄다.도시바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10종의 √a 시리즈가 발매 후 1년간 기록한 총판매량은 1만대 전후. 수요가 급팽창하거나 특별히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이 아닌 까닭에 어중간한 실적에 머물렀지만 크게 실망할 결과도 아니라는 것이 이 일대 상인들의 평가다.그러나 상인들이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판매량이 아니다. √a 브랜드를 콕 집어 상품을 찾는 고객이 거의 없을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는 데 이들의 큰 걱정이 있다. 아키하바라의 전통과 자존심이 걸린 브랜드임에도 불구, 고객들의 뇌리에 파고들지 못하고 상가 주변만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젊은층 끌어들이기 홍보 강화해야보다 못한 진흥회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인터넷상의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머리를 짜내고 있다. 제품을 공급하는 도시바는 회사 차원에서 지난 1월부터 투입한 두번째 시리즈의 √a 제품에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표기 설명서를 부착시키는 등 외국인 고객 대상의 판촉 공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노력만으로 √a의 무명 설움이 쉽게 씻겨질 것으로 기대하는 상인들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상인과 전문가들은 √a의 부진이 아키하바라 지역 자체의 상권 쇠퇴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멀티미디어 종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 일대에서 2002년 한해 동안 판매된 컴퓨터 중 아키하바라에서 팔려 나간 것은 29.9%에 머물며 사상 처음으로 3할 밑으로 내려갔다. 이와 달리 요도바시카메라 등 대형양판점이 밀집한 신주쿠 지역의 판매비율은 21.2%로 뛰었으며 다른 도쿄지역들도 모두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아키하바라만이 내리막길을 걸었을 뿐 다른 상권의 판매비율은 상승곡선을 그려 물량분산과 함께 구매장소의 다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전문가들은 아키하바라의 상권 쇠퇴와 함께 고객들의 성향 변화도 √a 브랜드의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로봇, 캐릭터, 음반전문점 및 이와 관련된 서점, 부품상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가전제품과 컴퓨터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a 브랜드의 제품판매가 당장 중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아키하바라 일대의 분위기다. 그러나 진흥회의 오노 히토시 회장은 “디지털가전 등의 매력을 젊은 고객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혀 첨단 가전제품에도 일단 √a 브랜드를 밀고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