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미국·기술개발은 한국·테스트는 러시아… 글로벌 벤처 지향
지난 8월 미국표준화협회(ANSI)의 국제정보기술표준화위원회(INCITS)는 25개의 홍채인식관련 표준기술을 선정했다. 표준으로 인정받으면 2005년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생체인식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정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더구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내년 10월부터 생체인식기술이 적용된 바이오여권과 비자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결과는 전혀 예상외였다. 한국의 신생벤처인 아이리텍(대표 김대훈ㆍwww.iritech.com)의 기술이 19개 항목에서 표준기술로 인정받은 것. 세계적 생체인식회사인 이리디안은 나머지 6개 항목에 선정되는 데 그쳤다. 선정된 기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양안 홍채 비디오 영상기술’이다. 한쪽 눈의 홍채만으로 대상을 판별하던 기존의 기술에 비해 아이리텍의 기술은 양쪽 눈의 홍채를 판별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정확도가 훨씬 높다. 또한 동영상과 얼굴인식기술을 결합해 타인의 홍채사진이나 죽은 사람의 홍채 등을 이용한 위조를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이 기술들은 모두 미국과 한국의 특허기관에 특허출원된 상태다.아이리텍은 홍채인식기술을 이용한 응용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마약진단시스템과 건강진단시스템이 그것. 홍채인식 마약진단시스템은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와 달리 샘플을 채취할 필요가 없고 결과 도출시간이 3분에 불과해 인권침해의 여지가 없다. 또한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마약을 복용한 후 사흘이 지나면 소변이나 혈액으로는 복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반면, 홍채의 경우 15일 전의 복용사실도 판별할 수 있다. 더욱이 진단시약이 필요 없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미국의 교도소들은 1년에 2회 수감자들의 마약 복용여부를 검사합니다. 이에 따른 비용이 1인당 20~30달러에 이릅니다. 홍채인식 마약진단시스템을 이용하면 이 비용의 60~70%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시험적으로 3곳의 교도소에 제품을 보냈는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기대가 큽니다.”건강진단시스템인 ‘아이콘’도 아이리텍의 기대작이다. 임철희 연구원은 “‘홍채진단학’이란 학문이 오래전부터 발전해 왔을 정도로 홍채를 이용한 건강진단은 정확도가 높다”며 “미국과 캐나다의 의사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홍채와 얼굴인식기술을 응용해 건강진단과 관상을 보여주는 제품인 ‘아이포춘’도 개발을 완료, 올해 말부터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지난 99년 창사한 아이리텍은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지만 그야말로 ‘글로벌’한 벤처다. 우선 본사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 미국은 국내에 비해 홍채인식시장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2000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핵심기술개발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최형인 교수팀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 제품의 테스트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연구소’가 맡고 있다. 약물 전문의가 상대적으로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중독환자도 많기 때문이라는 것.시작부터 ‘글로벌’했던 만큼 아이리텍의 제품들은 대부분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에 수출한 물량이 각 100만달러에 이른다. 최병호 부사장은 “그간 제품개발에만 매달려 왔고 올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했다”며 “단기적으로는 3년 안에 나스닥에 등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