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은 투자에서 시작한다. 누군가 사업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며 자본을 투자하고 자본이 모자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본을 끌어오던가 혹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사업은 시작된다. 무슨 사업을 할 것인지, 어떤 업종을 택할 것인지는 사업할 자유의 가장 원초적인 자유에 해당할 것이고…. 사회정의에 어긋나거나 미풍양속에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사업을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고 자본주의를 가장 강력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사업가를 육성하고 사업을 키우며 이를 통해 경제생활을 살찌우려고 한다. 지구상의 오직 한나라만 빼고….그 ‘오직 한나라’는 도대체 어느 나라인가. 대답하기도 미안스럽게 그곳은 바로 헌법에조차 버젓이 시장경제를 내걸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오직 한국에서만은 기업가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행정당국을 찾아가 이런 사업을 해도 좋을는지, 저런 사업을 하면 안되는지를 심사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놓고 경제가 안 돌아간다고 아우성이며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안달을 치고 있으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사업의 성공비결에 대해 했다는 말은 참으로 걸작이다. 이회장은 한국의 반도체사업이 이토록 성공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영국 관료들의 질문에 대해 “그것은 한국의 관료들이 반도체가 무엇인지 그당시(삼성이 반도체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언중유골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일 것이다. 이회장의 말인즉슨 한국의 관료들이 반도체사업의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그리고 엄청난 자본이 투입돼야 하고, 미국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너무도 크며, 제품의 생존주기가 짧아 마치 거미집처럼 끊임없는 확대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막았을 것이 분명했다는 회고담이었다.딱하게도 이런 일이 출자총액규제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이 우스꽝스러운 제도가 지구상에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행정규제라는 것도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기업가들의 투자활동에 대해 되느니 안되느니, 밤 놔라 배 놔라 하고 공무원들이 훈수를 두고 있는 이런 나라를 자유시장경제라고 할 수 없다. 이런저런 첨단 분야에 대해서는 출자규제의 예외 혜택(?)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것부터가 우습기 짝이 없다. 사업의 총량을 총자산의 25%로 제한하고 출자가 가능한 사업의 항목을 결정하는 권한을 당국이 쥐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재무구조 건전성을 위해 긴요했다고 하지만 지금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미국 일본보다도 낮아져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을 환영할 것인가. 불행히도 아니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낮은 부채비율은 그만큼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방증일 뿐이고 경제가 죽어간다는 강력한 증거일 뿐이다.공정거래위원장은 오만하게도 “우리가 못하게 해서 못한 사업이 있으면 들고 와봐라”고 기업가들을 겁박하고 있지만 정부가 그런 권한을 갖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줄곧 대학 강단에서 일해온 강철규 교수는 진정 모른다는 것인지. IMF 이후 기업들이 원죄 지은 존재로 격하되면서 출자액까지 규제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풀어줄 때가 됐다. 더구나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해서는 출자규제라는 원천봉쇄 방식이 아니더라도 온갖 다른 규제들이 거미줄처럼 짜여있다.정작 규제받아야 할 곳은 정부요, 행정관료들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들려오는 것은 오히려 정부만 살찌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