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업태·틈새전략으로 승부… 점포부지 확보가 관건

‘신바레이션 문화’(Shinbarationㆍ한국의 ‘신바람문화’와 영국의 ‘합리주의’(Rational)를 결합한 조어)‘이랜드식 지식경영’‘백화점도 할인점도 아닌 유통의 변종’신세계와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 ‘빅3’ 유통업체를 위협하는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세 기업 홈플러스와 이랜드, 그리고 유레스세이브존은 각각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유통업계의 이단아로 떠오르고 있다.할인점업계 2위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동서양 문화의 결합을 나타내는 신바레이션이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또 이랜드는 외환위기 직후 3년여에 걸친 ‘부활신화’ 속에서 패션ㆍ유통업계의 지식경영 대표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랜드 출신들이 퇴사해 만든 유레스세이브존 역시 ‘유통변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그러나 이들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단순히 수식어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사전’을 새로 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해내고 있다는 점이 이들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다.‘신업태로 승부한다’ 이랜드vs세이브존이랜드의 유통사업부문인 ‘2001아울렛’과 유레스세이브존의 ‘세이브존’은 새로운 업태를 함께 이끈다는 점에서 같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이 두 회사는 지난 5월 ‘뉴코아 인수 2파전 압축’의 주인공으로 각종 매체를 장식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세이브존은 바로 이 뉴코아 때문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회사다.지난 98년 ‘일하는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랜드그룹에서 2001아울렛 오픈팀장을 맡았던 용석봉 대표가 독립해 만든 기업이다. 2001년 세이브존으로 법인명을 변경한 뒤 지난해 한신코아 인수과정에서 유레스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세이브존과 유레스의 2개 법인명으로 세이브존이라는 패션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다.9월 말 기준으로 7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11월 초 8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설립 5년 만에, 그것도 단 7개의 점포를 지닌 유통업체가 한때 국내 유통 3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뉴코아라는 공룡에 입질을 했다는 점에서 세이브존은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할인점도 백화점도 아닌 패션아웃렛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이끌고 있는 이 회사는 결론적으로 뉴코아 인수에 실패하면서 업계의 관심권에서 다소 멀어졌다. 하지만 지난 9월23일 이 회사는 전격적으로 ‘업무인수협약’이라는 주제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의 대상이 됐다. 뉴코아 인수에 실패한 세이브존이 재기의 몸부림을 시작한 것. 이 회사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드림모아라는 아웃렛 상가의 경영을 맡는 업무협약을 시공사인 드림건설과 맺었다. 점포의 대대적인 확장 대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존 점포의 리뉴얼 작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유레스세이브존은 드림모아를 장기임차하는 방식으로 새 점포를 마련키로 했다. 드림모아는 오는 11월 초 세이브존 8호점으로 옷을 바꿔 입을 예정이다.연말까지 1~2개의 점포를 더 열 계획이며 2005년까지 10개의 점포를 추가 출점해 매출규모 2조원의 회사로 키운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최종목표는 유통컨설팅이다. 망해가는 점포를 살려내는 이 회사의 사업방식과 궤를 같이한다.한편 유레스세이브존이 뉴코아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랜드 유통사업부문은 꺼졌던 불씨를 되살렸다. 이랜드는 현재 세이브존과 비슷한 백화점형 할인점 형태인 ‘2001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4년 1호점인 서울 당산점을 연 이래 지난해 분당에 7호점을 오픈했다.뉴코아 인수 예비협상자의 위치에 있던 이랜드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세이브존의 협상실패로 다소 상기된 모습이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은 부동산 경쟁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즉 대형화가 추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0여년간 단 7개의 점포만 열었던 이랜드로서는 뉴코아 인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랜드가 세이브존과 다른 점은 자사브랜드(PB) 운영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매장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인 유통업체의 입장에서 자사브랜드는 다른 제품보다 5~10% 정도의 마진을 더 얻을 수 있는 효자상품이다.패션ㆍ유통 종합회사라고 불리는 이랜드그룹의 전체매출 중 유통부문의 매출은 약 40% 정도다. 지난해 총매출 1조1,000억원에서 유통부문은 4,300억원을 차지했다. 유통업계에서 이런 이랜드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룹의 성장속도 때문이다. 올 들어 이 회사는 9월 말 기준으로 5개의 의류브랜드를 인수했다. 또 화림모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뉴코아 인수에 대한 의지도 꺾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부문이 주축인 이랜드는 특히 유통분야에서도 의류PB 부문을 특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지식경영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만큼 인력풀이 왕성한 것도 장점이라는 게 회사측의 자랑이다. 따라서 뉴코아 인수를 포함해 신규점포의 부지문제만 해결된다면 당장 출점에 들어갈 수 있다는 태세다.‘할인마트 신흥강자’ 홈플러스세이브존과 이랜드가 패션아웃렛이라는 신업태로 승부한다면 홈플러스는 ‘한국형 할인점’이라는 틈새전략으로 승부한다. 홈플러스는 9월 말 기준으로 이마트에 이어 할인점업계 2위에 올라있다. 26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홈플러스가 56개 점포의 이마트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할인점이 한국에 첫선을 보인 것은 90년대 초로 당시는 ‘창고형 할인마트’라 하여 실제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박리다매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었다.하지만 지난 99년 5월 영국 테스코그룹과 삼성물산의 결합으로 선을 보인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는 백화점식의 구매환경을 제공한다는 모토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다.고객의 논스톱 라이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따라서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매장의 경우 1층이 가장 구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1층은 소비자 편의시설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또 몇몇 외국계 할인점들이 부진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외국계로서 ‘토착화’에 주력한 것이 성공비결이라는 자평이다. 한국 소비자는 감성적이라는 판단 아래 점포의 통합이미지인 SI(Store Identity)를 도입하고 각 점포를 테마점포로 꾸미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24시간 영업방식을 도입하고 할인점으로는 드물게 문화센터를 마련하는 등 업계의 기존 방식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10월과 11월 서울 금천점과 동대문점의 오픈을 앞두고 있는 한편 2007년까지 서울에 10여개의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고객서비스를 강조하는 만큼 차기 수익모델로서 소비자금융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는 게 회사측이 밝힌 계획이다.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처리하기 위해 매장 공간의 일부를 보험, 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들 신흥강자가 ‘신흥’이라는 말을 떼기 위해서는 점포부지를 확보하는 게 필수다. 그래서 이들 업체의 비전도 부지확보와 관련돼 있다. 이랜드가 뉴코아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이나 삼성테스코가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중간개념인 슈퍼슈퍼마켓(SSM)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신흥 3인방의 성장이 업계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빅3’ 유통업체를 추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면에서 이들이 얼마나 큰 위협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계의 다양성을 앞당기는 데 이들 업체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