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남성적 이미지의 술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그렇다. 강한 뒷맛과 특유의 향, 그리고 어딘가 투박하면서도 서민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어필하는 술이다. 일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여성보다 남성 주당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려온 것이 소주였다.하지만 최근 이변이 생겼다. 소주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은 물론 여성들 사이에 소주팬이 크게 늘어난 것. 여성팬들 중에는 소주를 이용한 칵테일 동호회를 만들어 정보를 상호교환하는가 하면 소주회사에 직접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는 열성파까지 생겨났다.그러나 여성팬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소주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석식 제법의 소주가 아니다. 고구마, 감자 등을 원료로 해 증류식으로 걸러 만든 본격 소주를 말한다. 고구마 등 밭작물이 많이 나는 규슈 일대, 예컨대 오이타,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의 지역을 본고장으로 해 태어난 술을 일컫는다. 제조공정과 원료에 따라 소주를 갑류와 을류로 나누는 일본 주세법상 을류로 분류되는 술이다. 한국으로 치면 민속 명주인 안동소주가 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본격 소주 붐이 뜨거워진 이유는 제조회사들의 품질개선 노력과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소주회사들은 본격 소주 특유의 독한 향을 없애고 맛을 순하게 만들기 위한 공정개선에 그동안 수많은 공을 들였다. 원료를 엄선하고, 온도관리 및 증류기술 개량에 박차를 가해 부드러우면서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소주를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 미야자키현에 자리잡은 규슈오키나와농업연구센터는 가고시마현 주조조합과 손잡고 도시 소비자들 취향에 맞을 만한 소주원료용 고구마 품종을 별도 개발했을 정도였다. 위스키처럼 나무통에서 장기 숙성시킨 원료의 본격 소주가 줄이어 쏟아진 것도 본격 소주 붐에 한몫을 했다.전문가들은 본격 소주의 인기 확산에 기폭제가 된 것 중 하나로 소주의 건강증진 효과를 꼽고 있다. 혈전증 연구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구라시키예술과학대의 스노미 히로유키 교수는 20년 이상 음주와 혈전증 예방에 관한 연구에 매달려오면서 본격 소주가 혈전증 개선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제시, 일본 언론과 주당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음주는 혈전 용해효소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특히 본격 소주가 위스키, 와인, 청주 등에 비해 가장 높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물이나 과즙 등을 넣어 알코올도수를 15도 정도로 낮춘 본격 소주를 1홉 마시면 통상 400~500의 효소활성치가 1시간 후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다른 술보다 저칼로리이면서도 과음 후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통풍 원인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어 건강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본격 소주의 매력을 한단계 더 높여준 연구결과인 셈이다. 물론 그는 과음은 절대 금물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고 있다. 1일 적당량은 15도를 기준으로 1~2홉이며 이를 넘으면 혈전 용해의 플러스 효과는 고사하고 간장을 망친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일본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본격 소주의 소비량은 2001년의 경우 34만ℓ로 10년 전인 91년에 비해 약 1.6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중년남성들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희석되고 있어 앞으로 4~5년은 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도쿄에 거주하는 여성 회사원 마쓰모토 기요씨(33)는 “본격 소주에 매료된 젊은 여성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면서 “정보교환, 제조회사 견학 등을 위해 만든 동호회의 회원만도 70명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