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수해복구 캠페인 ‘한창’

평소 메신저를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 박승미씨(27)는 최근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친구의 아바타에서 색다른 아이템을 발견했다. 아바타 얼굴 옆에 커다란 추모리본이 달려 있었던 것. “태풍 매미로 큰 수해를 입은 수재민을 격려하기 위함”이라는 친구의 말에 박씨도 이내 아바타를 판매하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추모리본과 함께 수재의연금을 연상시키는 모금함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모금함 아이템을 다운받은 박씨는 “모금함을 아바타에 추가한 이후 친구나 동료와 대화할 때마다 태풍 매미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로 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박씨가 아이템을 내려받은 사이트는 바로 MSN으로 지난 9월 말부터 이 회사는 ‘희망의 아바타’ 무료 배포와 ‘희망의 메시지’ 보내기, 자동응답시스템(ARS)과 온라인 방식의 성금모금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지난 추석 연휴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의 피해복구 활동 지원에 기업들이 발벗고 나섰다.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번 태풍 피해규모를 감안해서인지 기업들의 활동은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과거에 수재의연금 모금이 주요활동이었던 것과 달리 온라인 기반 기업 등을 중심으로 자사 업종의 특징을 십분 발휘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캠페인들을 선보이고 있다.기업의 이번 복구활동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크게 전통적인 ‘모금형’과 ‘체험형’, ‘서비스·이벤트형’ 등이 있다.각종 일간지를 통해 수재의연금 모금현황이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기업들은 모금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지상파 방송을 통해 수재의연금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지던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상의 모금뿐만 아니라 사이버 모금 이벤트 등 색다른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차이점이다.주로 정보통신(IT)기업들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네오위즈의 경우 커뮤니티 사이트 ‘세이클럽’에 수재민 돕기 상점을 마련했다. 여기서 얻어진 판매수익금을 모두 수재의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수재민 돕기’ 아바타 캠페인을 시작해 판매수익 전액을 성금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한편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는 자체 홈페이지 팝업창(광고창)에 성금을 기입하면 급여에서 자동으로 공제되는 사이버 모금함을 만들어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획일적 모금형식 ‘탈피’체험형 캠페인은 주로 수해지역의 복구를 직접 몸으로 돕거나 사내에서 색다른 체험이벤트를 벌이는 형식이다.굴착기 생산업체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60여명의 직원들이 굴착기와 양수기를 동원해 마산과 창원 일대에서 복구작업에 직접 나섰다. 또 르노삼성차는 지난 9월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려던 출범 3주년 행사를 아예 취소하고 전 직원을 수해복구 지원 현장에 투입했다.삼성은 지난 9월15일부터 그룹 차원의 재해상황실을 운영하며 1,000여명의 자원봉사인력을 투입했다. 또 LG전자는 지난 6월 발족한 ‘LG수해봉사단’을 수해지역에 투입해 피해복구와 양수기 지원, 빨래방 운영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삼성전자는 독특한 체험행사로 수재의연금을 모으기도 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9월 중순께 사내식당에서 전 직원이 분식을 먹으며 식사비를 절약해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는 ‘사랑의 분식체험’ 행사를 진행했다.서비스나 이벤트를 제공하는 형식은 대개 업종의 특징을 잘 살린 경우가 많다.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머터리얼핸들링아시아는 피해를 입은 자사 지게차를 대상으로 한 무상점검서비스를 실시했다. 또 가스기기업체 린나이는 수재민을 돕기 위한 무상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고 취사에 필요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지급하는 등의 지원활동에 나서기도 했다.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자선경매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9월19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이 행사 수익금의 일부는 수해주민 지원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이 회사는 베이비 재규어로 알려진 재규어 X-타입과 4륜구동인 랜드로버의 프리랜더를 각각 5대씩 경매에 부쳤다.또 르노삼성자동차는 10월 말까지 수해를 입은 고객이 SM5나 SM3를 구매할 경우 30만원을 할인해주며 수해로 인해 르노삼성 직영 정비사업소에 입고된 차량에 대해서는 부품값이나 공임의 3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올여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회활동이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소비자의 구매요인과 자사 임직원의 자긍심을 높여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를 담당했던 한동우 강남대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기업 이미지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기업들의 차별화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태풍 매미의 경우 국회 재해대책특별위원회 소집 당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재민 지원을 위해 수재의연금 500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기업들의 이번 수해복구 캠페인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아이디어 짜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집중 분석환율과 정부의 대책국제시장에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거세지고 일본 엔화가치는 폭등하고 있다. 한국의 원화도 1달러에 1,170원선에서 거래되던 환율이 최근 1,150원선으로 급락하는 등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구매자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1달러짜리 물건을 사려면 예전에는 1,170원을 줘야 했지만 지금은 1,150원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달러 환산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제품을 해외에서 팔아야 하는데 환율 급락은 가격경쟁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문제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의 환율 급변동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강대국간 환율전쟁의 성격이 강해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정책수단에도 제한이 많다.급락하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은 시장에서 원화를 주고 외화(달러)를 사는 것이다.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달러가 줄어들기 때문에 달러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달러화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풀린 원화는 채권을 발행해 흡수하면 된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지나치게 많이 풀린 원화를 빨아들이기 위한 수단이다.정부가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면 외환보유액이 늘어난다. 외환보유액은 9월15일 1,380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66억8,000만달러(13.7%) 늘었다. 지난해 총수입액인 1,521억달러의 90%를 넘어섰고 한국의 단기외채인 612억달러(지난 6월 말 기준)의 두배를 넘는 규모다. 과도한 외환보유액이 환율방어의 증거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만큼 이미 외환보유액이 많다. 만약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 추가매입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한국은행이 운용하는 외환보유액은 비상시에 쓰기 위한 돈이기 때문에 미국 국채 등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운용된다. 상대적으로 운용수익(금리)이 매우 낮다. 반면 정부가 발행하는 외평채와 통안증권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쌓일수록 금리 손실도 늘어나게 된다. 외국환평형기금의 당기순손실이 2001년 1,606억원에서 지난해 1조7,896억원으로 늘어나고, 100조원에 육박하는 통안증권의 이자부담이 해마다 4조~5조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이나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데 대비하기 위해 ‘대외부문의 건전성’을 높이는 외환정책을 펴왔다. 원화가치 안정위주의 정책이 환율 급락을 막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현승윤ㆍ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