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바’ 90분 동안 혼자 움직여

청소는 참 귀찮은 일이다. 깨끗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청소는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물며 휴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일요일 오후. 직장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는 핑계로 TV 앞에 누워 있는 남편. 하루 종일 집안일로 쉴 틈 없는 아내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진다.“게으름 그만 부리고 청소해요!” 남편은 만사가 귀찮은 목소리로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데, 꼭 그렇게 부려먹어야 속이 시원하니?” 아내는 가뜩이나 아침부터 집안일은 나 몰라라 하고 빈둥거리는 남편에게 짜증이 난 참에 도끼눈을 뜨고 매섭게 쏘아붙인다. “난 일주일 내내 청소, 빨래로 허리가 휘는데 일요일에 잠깐 청소하는 것도 싫어요?” 남편은 더 이상 버텼다간 한바탕 벌어질 것 같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알았어, 그만해. 하면 되잖아. 청소를 대신해주는 로봇은 왜 나오지 않나 몰라.”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알아서 청소해주는 로봇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혼자서 척척 청소를 하는 로봇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로봇(iRobot)은 최근 새로운 청소 로봇 ‘룸바’를 공개했다. 룸바는 자동차 바퀴를 눕혀놓은 것처럼 납작하고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첫 모델을 개발한 이후 1년 만에 나온 신제품이다. 아이로봇의 첫 모델은 전통적인 진공청소기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렇지만 신형 룸바는 전통적인 청소기를 완전히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새로 개발된 룸바는 최대 90분 동안 혼자서 움직이며 집안을 청소한다.아이로봇의 콜린 앵글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판매된 룸바 초기모델은 10만대에 달한다”며 올해 신제품의 출시로 연간 40억달러에 달하는 진공청소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230달러와 250달러다.자동청소로봇 시장에 아이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지난해 ‘트릴로바이트’를 개발, 유럽에서 자동청소로봇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트릴로바이트도 룸바와 비슷하게 생겼다. 납작한 원형으로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한다. 트릴로바이트는 집안 구조를 미리 파악해 동선을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원을 켜면 벽을 따라 돌면서 방의 구조을 조사한다. 방의 형태를 알아내는 데 최소 90초에서 최대 15분이 걸린다. 트릴로바이트는 또 배터리가 약해지면 알아서 충전장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전원을 보충한다. 청소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전원이 꺼진다. 트릴로바이트는 매우 민감하다. 청소를 할 때 컵이 놓여 있어도 넘어뜨리지 않고 피해간다. 트릴로바이트는 움직일 때 초음파를 사용한다. 박쥐가 어둠 속에서 부딪치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먼저 초음파를 발사해 벽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몸체에 설치된 8개의 마이크를 통해 듣는다. 트릴로바이트는 웬만한 장난감 인공지능로봇보다 우수해 가족들에게 단순한 청소로봇 이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일렉트로룩스는 현재 유럽지역에서 트릴로바이트를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트릴로바이트가 미국에 진출하면 룸바와 자동청소로봇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