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값을 주고 상품을 산 후 요건을 갖추면 리베이트를 실시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동쪽으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형 전자제품체인 베스트바이. 새학기를 앞두고 있어 평소보다 활기가 넘친다. 매장은 컴퓨터를 사려는 가족들로 부산하다. 부모들과 아이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컴퓨터를 요모조모 살펴보고 가격도 꼼꼼하게 따져본다. 여기까지는 새학기를 맞은 한국 전자상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실마리는 가격표. 컴퓨터 매장에 진열된 컴퓨터의 가격표에는 대부분 특이한 문구가 적혀 있다. ‘메일-인 리베이트’(Mail-In Rebate)가 그것이다. 컴퓨터를 사고 정해진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면 리베이트를 준다는 것. 가격표에는 원래 가격에 두 줄을 긋고 리베이트 후 가격만 큼직하게 쓰여 있다. 한국 컴퓨터회사들이 할인 정책을 편다면 미국은 리베이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미국에서 리베이트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은 물론 사무용품, 생활용품, 자동차 시장까지 리베이트 마케팅이 퍼지고 있다. 리베이트 개념은 간단하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때 일단 제값을 받고, 나중에 일정한 절차를 거친 후 일정액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는 할인과 비교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물건을 싸게 판다는 것에서 동일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할인은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아예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리베이트는 제값을 내고 사야 한다. 특히 리베이트를 받으려면 나중에 영수증과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보내야만 한다.리베이트는 제품에 따라 몇 달러에서 수백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보통 데스크톱의 리베이트는 100달러 남짓, 노트북은 200달러 정도다. 컴퓨터 소모품, 생활용품 리베이트의 경우 1달러 미만도 많다. 자동차는 많게는 수천 달러를 리베이트로 돌려준다.리베이트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리베이트 규모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올해 리베이트 규모는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9년에는 10억달러에 머물렀다. 불과 5년새 4배가 성장한 것이다. 실제로 베스트바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30% 이상에서 리베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다른 대형 전자제품 및 사무용품 체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정으로 배달되는 광고 카탈로그에도 리베이트 상품이 주로 소개돼 있다. 리베이트 마케팅은 전자제품에서 다른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TV에서도 자동차 리베이트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신용카드회사들도 일정금액에 대한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리베이트 마케팅을 실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판매촉진이다. 리베이트가 고객을 유혹하는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는 할인과 비슷한 효과가 있어 판매가 늘어난다. 또 고객들에게 고품질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예컨대 동일한 웹카메라를 25달러에 파는 경우와 50달러에 판매하고 25달러를 리베이트하는 경우 고객들은 리베이트를 더 선호한다. 원래 50달러짜리를 25달러에 구입하는 것으로 인식, 리베이트 상품의 질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리베이트와 할인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할인보다 리베이트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실리가 그 이유다. 리베이트 마케팅이 소비자를 끌어오지만 실제로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상품을 산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귀찮아서, 또는 서류를 정확하게 기입하지 않아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 상품을 구입한 고객 가운데 최소 10%, 최대 40%가 리베이트를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초 지출하기로 한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큼 수익이 커지게 된다. 할인을 하면 무조건 싸게 팔지만, 리베이트를 하면 일부는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는 효과가 있다. 회사측에서 보면 리베이트가 할인보다 매력적이다.리베이트가 미국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있지만 그만큼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리베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 일부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약속한 리베이트를 갖가지 이유를 들어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포기하게 만드는 일도 흔하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를 요청하려면 까다로운 리베이트 요청서를 작성해 보내야 한다. 거기다 영수증과 제품박스 일부를 오려서 첨부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시간 끌기도 자주 활용되는 리베이트 지급회피 방법이다.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보내도 리베이트를 받으려면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별다른 설명 없이 아예 리베이트가 오지 않기도 한다. 필요한 서류를 보내고 한참 후에 추가정보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상당수의 고객들이 시간이 오래 지나면 영수증과 제품박스를 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 리베이트 요청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해 고객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심할 경우 제품을 구입하고 몇 시간 안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리베이트 요청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리베이트 절차를 까다롭게 한 회사들도 할말은 있다. 일부에서 사지도 않은 제품에 대한 리베이트를 요청하는 사례가 있다. 제품을 구입한 것처럼 꾸며 리베이트를 받아내는 사기꾼 때문에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일부 회사는 고의적으로 리베이트 제도를 악용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줘 문제가 됐다. 지난 99년 설립된 인터넷 쇼핑몰인 어번큐는 고객들에게 약소한 리베이트 78만9,838달러를 지급하지 않았다. 어번큐는 인터넷으로 의류, 장난감, 보석 등을 판매하는 회사. 고객이 구입한 금액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다. 어번큐가 약속한 리베이트는 엄청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가 제품 구입금액의 100%인 경우도 있다. 어번큐는 한동안 리베이트를 지급하다가 2001년 5월부터 중단했다. 결국 연방무역위원회(FTC)가 개입해 소비자들에게 6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닷컴열풍이 불 때 생긴 사이버리베이트닷컴도 비슷한 사례다. 사이버리베이트닷컴은 리베이트를 미끼로 고객을 모아 실제 가격보다 제품을 비싸게 판매했다. 이 회사는 결국 파산했다.최근 리베이트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활발하다. 리베이트가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고객들 입장에서 리베이트를 지원하려는 회사가 늘고 있다. 실제로 사무용품 전문체인인 스테이플은 계산대에서 리베이트 서류를 주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영수증도 여러 장 준다. 고객이 요청한 리베이트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추적하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리베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용한 마케팅 도구다. 잘 이용하면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리베이트의 긍정적 사용은 사실 기업에 달려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수단이 아닌 판매를 높이는 수단으로 리베이트를 활용하게 되면 양쪽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