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영상 디지털 전환 가능해져

디지털시대다. 음악도 영화도 디지털로 옮아가고 있다. 요즘 나오는 음반은 거의 CD다. 웬만한 비디오대여점은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보다 디지털인 DVD 타이틀을 많이 구비하고 있다. DVD플레이어 보급이 확산되면서 조만간 비디오대여점에서 DVD 타이틀이 비디오테이프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DVD플레이어 보급대수는 지난 2001년 1,300만대. 3가구에 1대꼴로 DVD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디지털인 DVD플레이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아날로그 영상들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아날로그 캠코더로 찍어둔 비디오테이프를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갖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 평생 비디오플레이어를 보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희귀영화 수집에 시간과 돈을 쏟아부은 영화광들에게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간신히 구한 희귀영화 비디오테이프가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를 상황인 것이다.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어린 비디오테이프, 수십번 반복해 봐서 손때가 까맣게 묻은 희귀영화 비디오테이프를 요즘 유행하는 DVD로 바꿀 수 없을까. 물론 방법은 있다. 새로운 시장창출에 목숨을 걸고 있는 전자회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세계적인 컴퓨터회사인 HP는 최근 아날로그 비디오를 디지털로 바꾸는 컨버터 ‘무비라이터’(Movie Writer dc3000)를 선보였다. 무비라이터로 아날로그 비디오를 디지털로 변환하면 손쉽게 편집까지 할 수 있다. 근사한 가족영화 한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HP의 무비라이터는 다른 컨버터와 달리 디지털로 변환한 영상을 바로 DVD에 옮길 수 있다. 디지털 영상을 DVD에 굽는 레코더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컨버터는 대개 디지털로 변환한 파일을 디스크에 저장하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DVD에 구우려면 별도의 레코더를 사야 한다. 무비라이터의 가격은 399달러.컴퓨터 영상장치 전문회사인 대즐(Dazzle)은 컨버터인 ‘DV브릿지’를 출시했다. 비디오플레이어와 컴퓨터 사이에 연결하면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바꿔 하드디스크(HDD)에 저장한다. DV브릿지는 특히 컴퓨터에 있는 디지털 파일을 아날로그 비디오로 거꾸로 변환할 수 있다. 예컨대 DVD 타이틀을 아날로그로 바꿔 일반 비디오에서 볼 수 있다. 아날로그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해 편집한 후 다시 아날로그 영상으로 바꿔 비디오플레이어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DV브릿지는 HP의 무비라이터와 달리 비디오를 DVD로 바로 옮길 수 없다. DVD에 저장해 두려면 DVD 레코더를 따로 장만해야 한다. 가격은 250달러.HP, 플렉스터 속속 선봬광저장장치 전문회사인 플렉스터(Plextor)는 실시간으로 아날로그 비디오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컨버터X’(ConverterX)를 내놓았다. 컨버터X는 디지털 동영상 압축방식인 MPEG-1, MPEG-2, MPEG-4를 모두 지원한다. MPEG-1은 비디오테이프를 1시간 분량의 VCD 형태로, MPEG-2는 2시간 분량의 DVD로 변환, 저장할 수 있다. MPEG-4는 하드디스크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고압축 방식이다. 컨버터X도 대즐의 DV브릿지처럼 변환장치이기 때문에 DVD에 직접 저장할 수는 없다. 가격은 179달러다.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로 바꿔주는 컨버터는 향후 몇 년 동안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 가정의 35%가 캠코더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3분의 2는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에 디지털 장치가 일반화되면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날로그 영상이 존재하는 한 컨버터시장도 맥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