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름 딴 객실 ‘역시 돈 되네’

‘최고 스타의 이름이 새겨진 방에서 하룻밤을 잔다면….’‘자신이 우상으로 삼고 있는 연예인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기증품을 직접 감상한다면….’꿈같은 얘기일지 모르지만 허구가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국내 최고 스타의 명패가 붙은 방에서 묵고, 스타의 손때가 묻은 진귀한 물건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위치한 켄싱턴스타호텔의 독특한 마케팅이 화제다. 객실 109개의 특급호텔로 이랜드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켄싱턴은 99년 이후 국내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들을 아너스(Honors) 회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의 이름을 딴 ‘스타룸’과 기증받은 기념품과 애장품으로 전시관 형태의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편안히 쉬어가게 해주는 호텔로서의 기능 외에 보너스로 고객들에게 스타에 대한 추억을 선물하고 있는 셈이다.‘스타마케팅’의 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한때는 경치 좋은 설악동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 없던 평범한 호텔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켄싱턴 하면 바로 ‘아, 스타룸이 있는 곳’을 떠올리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덕분에 단골손님과 매출도 크게 늘었다.강환영 본부장은 “스타마케팅 도입 이후 호텔업계로서는 최악의 시기였던 외환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해마다 10% 이상씩 성장해 왔다”며 “올해 역시 이라크전쟁과 사스 등의 여파로 경기가 매우 나빴지만 지난해에 비해 매출 면에서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켄싱턴의 전신인 뉴설악호텔은 원래 나이트클럽으로 유명했다. 적어도 이랜드가 지난 95년 인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랜드는 인수 이후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먼저 호텔문화를 바꿨다. 주수입원이었던 나이트클럽을 없애고 이곳에 가족노래방과 대연회장을 만들었다.지금은 소주 정도는 팔지만 처음에는 와인 외에는 판매하지 않았다. 나이트클럽과 술문화로 대표되는 호텔의 이미지를 가족적인 분위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던 것이다. 간판도 켄싱턴으로 바꿔달았고, 인테리어 역시 정통 영국식을 표방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이른바 ‘낮손님’도 받지 않았다. 특히 결혼 전 커플이 방을 달라고 할 때는 정중히 거절했다. 간혹 프런트에서 직원과 손님 사이에 “방을 달라” “방을 줄 수 없다”는 이색적인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서비스도 고객만족을 최우선 순위에 올렸다. 적어도 호텔 안에서는 직급의 차이를 없앴고, 간부들도 식당 등에서 일반 직원들과 똑같이 서빙을 했다. 호칭도 직급 대신 성 앞에 미스터를 넣어 부르게 했다.스타마케팅 역시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했다. 이름, 분위기, 인테리어 등을 바꿨지만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고객들이 한번 들렀다가 그냥 잠만 자고 가서는 너무 무미건조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뭔가 켄싱턴만의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의미에서 색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다. 강본부장은 “마침 미국의 한 호텔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쓰던 만년필을 기증받아 전시관을 만들어 색다른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추억을 주는 스타들만 섭외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체화됐다. 뭔가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돌파구의 하나로 ‘스타마케팅’을 적극 추진했다. 전담직원을 두어 백방으로 뛰며 스타들을 접촉했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호텔측은 ‘스타룸’ 수익금 가운데 2%를 적립해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에게 스타의 이름으로 기증하겠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스타들도 이런 기본정신에 공감하고 하나둘 참여의사를 밝혔다. 올해 6월 현재 49명의 스타들이 동참하고 있고, 37개의 스타룸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들로는 탤런트 최불암을 비롯해 김혜자, 안성기, 한석규, 유인촌, 차인표&신애라, 최수종&하희라, 김건모, 신승훈, 정트리오, 유진박, 손기정, 황영조, 김수녕, 안정환, 조훈현 등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명예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기증품 가운데도 진귀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울올림픽 2관왕인 김수녕 선수가 내놓은 2중화살(과녁을 명중한 화살의 뒤를 뚫은 화살), 탤런트 박상원이 기증한 데뷔시절부터 직접 사용한 대본 20여점, 가수 김건모의 기네스북 인증서(최단기간 내 200만장 판매), 박세리 선수의 골프화(LPGA 사상 18홀 최소타수 기록 당시 착용) 등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스타회원은 아니지만 각국 대사들이 보낸 애장품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재미있는 것은 켄싱턴측이 스타를 섭외하는 데 일정한 기준이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에게 추억을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떠올랐던 연예인들을 주변에서 연결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호텔측에서 거절했다. 대신 지금은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모범적인 연예생활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스타들은 인기에 관계없이 적극 매달려 회원으로 유치했다.하지만 호텔 입장에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님들 가운데 “만약 스타회원이 사고라도 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조심스럽다. 또 차인표&신애라 등 부부회원이 4커플 있는데 “이들이 이혼해도 그대로 아너스 회원으로 남느냐”며 장난기가 발동해 질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호텔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다만 아직까지 회원 가운데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 호텔측의 설명이다. 강본부장은 “좋은 일을 하는데 이름을 빌려주고 기증품을 내놓은 만큼 스타들 스스로가 각별히 몸가짐에 주의를 하는 것 같다”며 “이미 여러 면에서 검증된 스타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별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켄싱턴은 앞으로도 스타마케팅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스타룸을 만드는 데는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많은 스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익금 가운데 2%를 사회에 기부하는 ‘스타 자선기금’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꾸며 손님들에게 추억과 함께 훈훈한 정도 함께 서비스할 계획이다.스타 회원명단연극인 유인촌영화배우 안성기 이미숙 한석규탤런트 최불암 김혜자 박상원 김혜수 류시원 채시라&김태욱 차인표&신애라 최수종&하희라 신구대중가수 주현미 인순이 산울림 윤형주 양희은 이문세김건모 신승훈음악인 정트리오(정명훈 정명화 정경화) 유진박체육인 손기정 황영조 김수녕 현정화 허정무 이영무박철순 황선홍 김주성 안정환 박세리방송인 이종환 김미화 손범수&진양혜기타 박영석(산악인) 조훈현(바둑기사)박완서(문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