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이끄는 3인방 급부상
현대그룹의 차기 경영구도 어떻게 될까. 그룹의 구심점인 정몽헌 회장이 떠난 상태에서 그의 뒤를 이을 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분간 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및 현대택배 회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 3인방이 전면에 나서서 그룹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현대그룹의 계열사는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아산 등 12개사다. 한때 8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국내 최대 재벌로 군림했지만 2000년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핵심 계열사의 분리가 이루어져 현재의 규모로 축소된 것.그나마 정몽헌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점점 약해지는 상황이었다. 계열사의 부실화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맡고 정회장은 대북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징적’인 의미의 그룹 총수였던 셈이다.정회장의 자녀가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지금까지 그룹의 총수가 타계하면 장자가 그룹을 이어받는 것이 관례였지만 정회장의 자녀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큰딸은 26세이고, 장남은 17세로 고등학생 신분이다. 그룹의 경영을 맡기에는 세월이 한참 흘러야 한다.나이가 어리지 않았더라도 그룹의 경영을 맡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상당수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데다 정회장이 남긴 지분 역시 적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지분 4.9%와 현대종합상사 지분 1.2%가 정회장이 소유한 지분의 전부였다. 더욱이 현대상사의 지분은 완전감자가 예정돼 있고 현대상선의 지분은 담보로 잡혀 있어 처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정회장의 장모인 김문희 여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이고, 그동안 현대가 이 회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해온 만큼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씨 형제가 그룹을 지배하게 되리란 예상도 있었지만 이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관계자들은 현대상선을 인수할 경우 생기는 시너지 효과와 선친(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업인 대북사업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ㆍ기아차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룹의 경영권에 참여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여러 차례 이를 공식 부인함에 따라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다.정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그룹의 경영을 당분간 이끌 것이란 예측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룹의 내부살림은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이 꾸릴 것으로 보인다. 노사장은 77년 현대건설 기획실에 입사한 후 줄곧 기획실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기획통으로 꼽혀왔다. 2000년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을 거쳐 2002년 9월 현대상선 사장에 취임했다.당분간 정씨 일가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듯노사장 취임 후 현대상선의 경영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자동차운반선을 매각해 2조원에 달하는 단기부채를 상환하며 재무구조를 건실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상운임이 상승하는 등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그동안의 적자경영에서 올 하반기에는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노사장이 그룹의 내부살림을 관할할 것이란 전망은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에도 근거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 40%, 현대택배 30.11%, 현대증권 16.63% 등 계열사 지분의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유지될 것인지, 해체될 것인지는 현대상선이 계열사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노사장의 내부살림 역할론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및 현대택배 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며 대외업무를 총괄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배구조에 근거한다. 이 회사는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다. 보유지분은 15.16%.1972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강회장은 타계한 정회장의 최측근 중 한사람이었다. 92년 정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현대전자의 서울사무소 상무이사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 대표이사 사장과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 부위원장을 거쳐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및 현대택배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그룹의 새로운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 자체가 강회장에 대한 정회장의 신임을 잘 나타낸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현대엘리베이터는 강회장 취임 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83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 경상이익은 68% 늘어났다.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정회장의 유언에 따라 대북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본잠식에 이른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는 것.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공기업의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사업 참여의사를 문화관광부에 정식으로 전달해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김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69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현대그룹 대북실무단장, 남북경협사업단장 등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초기부터 이끌어왔다. 99년 현대아산 사장에 취임했다.돋보기주목받는 현영원 일가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 직접 경영참여는 미지수강명구 회장, 노정익 사장, 김윤규 사장의 3각 체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상과대학 구제(舊制)전문부와 동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 현회장은 평생 해운업에 종사하며 국내 해운업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1956년 근해상선 상임감사를 시작으로 신한해운 대표이사를 거쳐 84년부터 현대상선 회장직을 맡아왔다.현회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부인인 김문희씨가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때문이다. 김씨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18.57%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게다가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택배, 현대아산, 현대증권 등 주요계열사 지분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다. 따라서 마음먹기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통해 현대그룹을 지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러나 현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기는 해도 경영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축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맡아온 한국선주협회장직도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7월 사임한 상태다.현회장의 부인인 김문희씨 역시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새삼 그룹 경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현대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고 김용주 (주)전남방직 회장의 딸이다.©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