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안약 등 대중약 판매할 듯
일본땅에서 편의점은 한 마디로 식탁의 소금과 같은 존재다. 다양한 먹거리가 24시간 제공되는 주방은 물론 언제든지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는, 초미니 무인은행이다. 어두운 거리를 밝혀주는 보안등에서 우편물과 택배화물, 공공요금수납과 티켓예매 등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편의점이 취급하는 업무는 셀 수 없이 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만물상과도 같은 이러한 편의점들에 일본 정부는 또 하나의 기능을 추가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대중약’(일반용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의 역할이다.행정규제 완화 및 국민생활편의 확대 방안의 하나로 이뤄진 종합규제개혁회의의 결정이 단숨에 쉽게 내려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검토와 협의 조정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이지만 편의점들이 취급할 ‘대중약’의 종류도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하지만 편의점업계는 이번 결정이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읽어낸 현명한 처사였다고 반기고 있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의 쓰씨야 요시로 편의점담당 부장은 “인터넷으로 조사한 결과 심야에 편의점에서 사고 싶어 하는 상품으로 약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70%에 달했다”고 말했다. 약국과 소형 병원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대야말로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라도 약을 살 수 있도록 바라는 것을 조사결과는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편의점이 ‘대중약’을 취급하게 되면 주말과 공휴일에 지역주민들의 응급실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후생노동성은 편의점이 취급할 수 있는 ‘대중약’에 안전상 특히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의약품 모두를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연말쯤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지만 고위책임자는 일단 정장제 및 바르는 외용 감기약, 안약 등 15개 품목의 분류를 의약품에서 의약부외품으로 전환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해열제 및 알레르기성 질환제의 이름은 전환대상 리스트에서 보이지 않지만 인체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 의약품은 과감하게 편의점 진열대에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편의점에 약국 기능을 부여하기로 한 결정에 의약품유통업 관계자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약제사협회의 이시이 고이치 전무는 “감기, 위장약 등의 ‘대중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한 치료용 의약품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부작용 사례도 적잖게 보고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의’에만 매달리다 ‘안전’이라는 더 소중한 가치를 소홀히 할 있다는 반박인 셈이다.의약품 유통업자들 피해 우려일본에서 ‘대중약’을 판매할 수 있는 업자는 현재 5개 종류로 나뉘어 있다. 약제사를 둔 전국 4만8,252개의 약국(2002년 3월 말 기준)과 역시 약제사가 근무하는 일반 판매업 계통의 약국, 그리고 약종상과 배치판매, 특별판매업체 등이 그것이다. 특별판매업체는 약국이 없는 도서지역 및 벽지를 대상으로 행정당국이 일반 소매업체들에 드링크, 소독약 등 15종의 제품 취급허가를 부여하는 것으로 지난 92년부터 영업해 왔다.약제사를 둔 일반 판매업 계통의 약국은 1만2,794개, 약종상은 1만5,293개가 현재 의약품유통에 참가하고 있다. 의약품유통업 관계자들은 실핏줄처럼 일본 전역을 커버하는 편의점들의 광역영업망을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생활용품, 위생용품 시장을 놓고 대형 슈퍼마켓, 할인점들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터에 편의점까지 치고 들어온다면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 최대의 편의점업체인 세븐일레븐재팬의 전국 점포수가 최근 1만개를 돌파하는 등 일본 전역이 편의점들의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의약품유통업체들의 근심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