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증가율 6.9%, 소비자물가상승률 0.9%, 무역적자 19억2천만달러」. 지난주에 발표된 우리 경제의 최근 성적표다. 성장 물가국제수지라는 경제의 세 마리 토끼중 어느것 하나 제대로 풀리지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1년전과 비교해보면 올해 경제상황이 얼마나 안좋은지를 금세 알수 있다. 「산업생산증가율 12.1%, 물가상승률 0.6%, 무역적자11억5천만달러」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물가안정·적정성장」을 내세운 현 경제팀의 정책기조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고물가·저성장·국제수지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못하는 실정이다.올해 경제는 모든 부문에서 빨간불을 보이고 있다. 우선 성장에 급격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9.2∼9.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4/4분기엔 7.8∼7.9%로 낮아진것으로 추정된다. 올들어서는 이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우세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경기 사이클이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의 당초 목표치(7∼7.5%)를 밑도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상황이다.경제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썰렁하다. 자동차 가전제품술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 올들어 많게는 두자리수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반도체산업도대만과 일본의 추격으로 인한 과다공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지난해는 경기양극화가 심화되면서도 일부 업종의 활황으로 고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주도주가 없는주식시장이 무기력한 장세를 연출하는 것처럼 경제도 일년내내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지난 1월중 기업의 창업·부도현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신설법인은 1천2백69개로 지난해보다 88개 준 반면 쓰러진 기업은 5백개에서 6백94개로 대폭 늘어났다.무역수지 적자가 큰폭으로 늘어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1월중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월(11억5천만달러)보다 67%나 늘어난 수준으로 92년1월이후 4년만에 가장 큰 규모다. 수출(증가율 30.5%)은뛰는데 수입(35.2%)은 날았던 결과다. 게다가 수출선행지수인 신용장(LC)내도액이 1월중 0.6%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선행지수인 수입승인서(IL)발급은 22.7%나 급증했다. 무역수지 전망을 더욱 어둡게하는 대목이다.◆ 단기적 땜질처방보다 장기적 큰 정책펴야특히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자본재나 원자재 수입은 다소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있다. 개방이 확대되면 될수록 소비재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보여 적자구조 자체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1월중 엔화의 대달러환율은 3.7% 절하된 반면 원화의 대달러환율은 1.22% 절하되는데 그쳤다. 국산품의 가격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물가도 불안하다. 1월중 물가상승률 0.9%는 지난해 1월의 0.6%보다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겨울가뭄과 한파로 인해 농산물값이 오르는등의 특수요인이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원자재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금 밀 옥수수 원유등 17개 주요 원자재값 수준을 나타내는 CRB지수가 2백47.53으로 90년5월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오는 4월총선을 앞두고 「선거인플레이션」심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올해 물가억제선인 4.5%를 훨씬 넘길공산이 크다.그러나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등 정부는 이같은 불안한 성적표에도 그다지 우려하지 않고 있다. 『성장률 둔화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며 6.9% 성장은 잠재성장률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상황은 아니다』(최종찬 재경원 경제정책국장). 『1월중 물가상승률은 한파와 가뭄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2월부터는 분명히 안정된다』(정지택 재경원 물가정책과장). 『1월에는 항공기 수입이3억6천만달러로 이례적으로 늘어난데다 원유류 수입이 많았던 탓으로 무역적자가 크게 늘었으나 연간 목표액 70억달러를 크게 넘지는않을 것이다』(김홍경 통산부 통상무역2심의관)는 등등. 현재 경제상황이 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업계에서 우려하듯이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안 갈 것이란 얘기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성그룹 부도이후 「부도도미노」의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경기대책」을 내놓기도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단기적인 땜질처방을 내리기 보다는 「안정기조 유지와 구조조정을통한 장기적 발전기반의 조성」이라는 장기적 안목에서 「큰정책」을 펴나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