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실리콘밸리 신쑤 공단. 타이베이 남쪽 80km지점에 위치한이곳은 근처만 가도 신쑤공단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공단도로변의광고게시판에는 다른 도로에서는 흔하디 흔한 자동차나 라면광고는거의 보이지 않는다.그대신 「시작품을 기다리지 않는다」 「결함시정기간을 단축하자」등과 같은 구호성 광고들로 가득차 있다. 이 구호들은 정말이지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메이커들의 심장부 신쑤공단에 꼭 들어맞는다.대만은 지금 한국과 함께 세계반도체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몫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돼있다. 섬유업체까지 반도체에서 한몫 잡으려고 야단일 정도다. 지난1월 16일, 대만의 니엔싱섬유사는4천4백만달러를 들여 반도체조립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대만섬유업체로는 두번째로 반도체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런 형편이니미국 최대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위기감을 느낄만도 하다.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은 앞으로 반도체분야에 3백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메모리칩과 마이크로프로세서같은 반도체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반도체시장조사업체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반도체판매액은 1천5백50억달러, 한해전보다40%나 늘었다. 이중에서도 아시아반도체업체들의 판매수입은 거의배로 폭증했다. 예전엔 수요가 강하면 투자붐이 일고 곧이어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 뒤따르곤 했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지 않는 듯하다.반도체사업에 한번 진출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반도체조립공장은 태고적의 깨끗한 환경을 필요로 한다. 기술발전으로 보다 강력한 회로를 보다 작은 칩에 넣으려는 욕구도 강하다. 그래서 첨단반도체공장 하나 짓는데 10억달러가까운 거액이 든다. 그러기에 대만반도체업계가 19개의 공장건설에 1백70억달러이상을 투자하는 것도무리가 아니다.대기업들이 전자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삼성 현대 LG등3대 칩메이커들이 미국등 해외공장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고객곁으로 가려는 목적에서다.업계는 반도체경기가 계속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도체시장이 가버릴 경우에 대비한 자구책도 마련중이다. 아시아칩메이커들은 먼저 첫번째 보호막을 두르기위해 대형반도체수요업체들과 생산제휴및 합작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공급부족이라는 쓰라린 맛을 보았던 반도체수요업계도 원활한 공급을 보장받기위해 메이커들과의 합작및 제휴에 적극적이다.◆ 자체설계 반도체 생산 늘려야가장 대표적인 합작제휴사례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대만최대컴퓨터메이커인 에이서가 대만에 설립한 TI-에이서합작사.TI는 이 합작사의 지분중 26%를 소유하면서 합작회사가 생산하는반도체의 절반을 가져가고 있다.대만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7~8개 북미기업들과 합작기업을 세웠다. 휴렛팩커드는 최근들어 대만반도체업체들과 합작협상을 벌이고 있다.한국업체들도 제휴선을 찾느라 눈코뜰새가 없다. LG그룹이 일본 히타치와 손잡고 말레이시아 페낭동쪽에 13억달러짜리 반도체공장을지으려는 것도 제휴전략의 일환이다.공급과잉위험에 대비한 두번째 보호막은 생산도 하기전에 반도체를미리 파는 것. 세계최대 반도체하청생산업체인 대만반도체매뉴팩처링은 앞으로 생산할 반도체중 일부를 거래할수 있는 권리를 판매,올해에만도 10억달러를 벌어 들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같은 입도선매식 거래중 최대계약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세계일류 컴퓨터업체들과 맺은 5개년반도체공급계약. 삼성측은 세부적인 계약내용에 대해서는 함구중이나 계약금액이 6백50억달러에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계약한 기업들은 IBM TI 휴렛팩커드 애플 컴팩 선마이크로시스템등 미국의 쟁쟁한 컴퓨터업체들은 거의 다 망라돼 있다.일부 반도체수요업체는 첨단조립공장도 없는 반도체업체와 계약을맺고 반도체를 생산중이다. 그렇지만 첨단조립공장이 없는 반도체메이커는 값싼 생산설비를 갖고 있다는 이점만 갖고 있을 뿐 첨단기술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가 좀 더 싸게 반도체를 생산할수만 있다면 고객들은 곧바로 싼 곳을 찾아 떠나게 된다.결국 공급계약이나 반도체공장의 공동소유같은 2중 보호막은 반도체메이커들에 도움은 되겠지만 이는 계약기간동안일 뿐이다.한국과 대만에는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두나라반도체업체들은 자체설계한 반도체를 얼마든지 더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체설계 반도체의 생산을 늘리는 게 지금의 반도체붐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는지 모른다.「Saving chips from market dips」Jan. 20, 1996.ⓒ The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