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으로 취임하신지도 1백일이 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감회는 어떻습니까.지나고 보니까 너무도 정신없이 지난 1백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조직의 장이 되고 나니까 책임감이 앞섭니다. 물론 훌륭하신 임원들이 계시긴 하지만 회사의 앞날에 대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때는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또 사장이 된 이후에도 줄곧시장(주식)여건이 안좋았죠. 시장도 활기를 못찾고 해서 착잡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영업 국제 인수공모 기획 등 업무부서를 두루 거치셨는데 어느 쪽에 역점을 두실 계획인지요.사장으로서 특정부서에 애착을 갖는다는 것은 이상하지만 역시 기본은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쌍용은 또 국제부문과 전산 조사부문등에 역점을 두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아울러 업무영역 확대차원에서 선물시장 파생상품 투신업에도 큰비중을 두고 연구와 투자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내의 여러 가지 부실자산입니다. 그동안 숨겨져 있던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정비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다가오는21세기에 지금의 조직이 적합한가를 세밀하게 분석해 고쳐나갈 방침입니다. 영업도 중요하지만 특히 위험관리에 가장 큰 비중을 두려고 합니다.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위험관리 방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지요.일단은 주식을 사서 생기는 평가손이 제일 큰 취약점입니다. 명확한 책임소재도 없고 장이 나쁠 때는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자금 코스트가 큰 편입니다. 상품주식 거래에 명확한 기준을 두어 나름대로의 거래패턴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이를 통해 평가손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물을 생각입니다. 선물거래를 포함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일도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키보드 하나만 누르면 회사에서 보유한 유가증권의 평가액이 곧바로 산출되는 「위험관리 시스템」을올해안에 구축할 예정입니다.▶ 조직 재정비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하실 일은 무엇입니까.우리 회사는 다가오는 미래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같습니다. 과장 차장 부장 부사장 사장 하는 식이 제조업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런 직급체계가 과연 적합한 것인지를 따져보고백지상태에서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이제 4월부터는 4층에마련된 「트레이딩 센터」를 오픈합니다. 제가 사장이 되고서 제일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선물이건 주식이건불문하고 체계적으로 회사돈을 굴리는 곳입니다. 트레이딩 직원은40~50명선이지요. 이 곳의 트레이더들은 하루 손실한도를 정해놓고주식이나 선물을 운용해 매일 매매손익을 평가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삶의 절반가량을 외국에서 보내셨습니다. 외국증권사들의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메릴린치나 모건스탠리 등 외국에서 잘된 회사를 보면 뭔가 얻을것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연공서열보다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을 부각시켜 동기부여를 해온 회사들이 살아남았다는 점입니다.▶ 재작년에 도입한 신인사제도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요.물론입니다. 능력있고 조직에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우대받는 것은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과장급이상은 호봉제를없애고 과장에서 차장이 되는데도 최소연한(3년)만 두고 있습니다.임금체계는 완전히 서구식으로 할 수는 없지만 능력위주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는 연봉제로 나아갈 방침입니다. 올해도 능력위주의인사를 대폭 확대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안하면 우리는 살아남을수가 없습니다.저는 지난 8년동안 사내에서 많은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전임 사장들이 인재양성에 힘쓴 덕에 비교적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게됐어요. 우선 이들 유능한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입니다.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에선 교포를 포함한 현지인을 많이 뽑을 생각입니다.▶ 신인사제도 확대나 조직재정비 등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저항감도 많을 텐데요.물론 만인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나 조직개편은 없습니다.설득도 하고 필요에 따라선 뼈아픈 결심도 하겠지만 실천에 옮기는데는 많은 벽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연간 투자나 연수계획은 어떻습니까.오는 5월로 예정된 선물시장의 개설을 앞두고 전문인력을 해외에파견해 선진 금융노하우를 익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 증권업무도이제는 「도박판」이 아니라 효율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판단입니다.특히 선물거래는 매매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분명히 차이가납니다. 선진 외국증권사와 경쟁하는데 밑거름이 될 조사와 기업분석 전산부문에 대해서도 중점투자해 전문인력을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또 선물이나 투신 등의 특수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지점의 영업직원들도 대량으로 해외연수를 시킬 생각입니다. 해외문화 습득 차원에서 어떤 테마를 가지고 일정기간동안 배우고 와서해외문화에 적응케 하는 계획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머징마켓중에서 투자유망지역을 꼽으신다면.동남아나 남미지역이 다 유망합니다. 저희는 자체적으로 지난2월6일 홍콩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승격시킨데 이어 상반기에 싱가포르사무소를 내고 하반기중 상해사무소도 열 계획입니다. 단계적으로 이머징마켓에 진출하되 지난 1월의 영국 카스피안사에 대한12%(약7백만달러)출자는 의미가 큽니다. 지금은 주주로서 업무관계만 유지하고 있지만 이달중 카스피안의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대폭늘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쌍용의 영향력도 커지고 서로의 시너지효과를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카스피안은 고객과 본부는 런던에 두고 있지만 투자와 비즈니스는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남미 등 이머징마켓에서 하고 있습니다. 영국 베어링 회장이나 영국 센트럴뱅크 부행장 등을 지낸 금융계 거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죠.▶ 투신업 진출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현재 국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과 합작투신을 만드는 방안을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투신준비팀을 자문사로 이관해 준비업무를 전담토록 하고 있습니다. 합작사와 관련해선 미국계와 영국계를 중심으로 여러군데 네고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입니다.김사장께선 많은 화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증시개방 첫해 국제약정 1위 등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으신지요.비결이라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편입니다.고정관념에 매여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프로젝트가 있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신다면.앞으로 투신업 진출등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금융거래에서 역시 쌍용이최고라는 소리를 듣도록 할 생각입니다. 판단기준은 서비스나 수익성의 차원입니다. 단지 자본금규모로 제일 큰 회사가 된다는 뜻은아닙니다. 물론 이 업계는 규모가 필요한 곳이어서 지금 수준의 대형사로 남아야겠지만 실속없는 약정점유율에 매달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룹에서도 대부분의 경영방법등은 증권사에 맡긴 상태여서 책임경영과 「선수경영」에 매진할 것입니다. 직원들에게는 부딪쳐서라도 새로운 일을 하고 남이 두려워하는 혁신을 해나가는 분위기를심어주고 싶습니다.▶ 최근 증시안정기금의 시장개입 얘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존속 여부가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같습니다만.원론적으로 보면 당연히 없애야죠. OECD에 가입하는 마당에 정부기관이 주가가 오른다고 팔고 떨어진다고 사들이는 증안기금같은 것을 갖고 운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자본주의 체제아래 증시는 가만히 놓아 두는 것이 최상아닙니까.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거죠.▶ 정책당국자들에게 바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증시참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미국이나 영국수준으로 규제가 완화됐으면 합니다.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투자한도도 빠른 시일안에 충분히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저술활동에도 열심인 것으로 듣고 있는데요.최근 관심있는 책이 하나 있어 번역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제는<닉 리슨과 베어링은행그룹의 몰락(Nick Leeson and the Fall ofBarings Bank) designtimesp=20784>입니다. 선물투자로 베어링그룹을 파산시킨 싱가포르 상주 펀드매니저였던 닉 리슨의 얘기를 다룬 책이죠. 아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순간 한번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고는 거의 마무리단계입니다. 오는 5월께 출간될 예정입니다.정리·손희식 기자 사진·안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