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생태계의 모든 동식물이 자기보호 내지는 자기방어 본능이 있다. 다만 자기방어 본능은 있되 자기방어 능력은 없는 동식물은 멸종되어 갈 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나 사회의 조직들도 자기방어본능이 있으며 그중에서 자기방어 능력이 있는 조직들만이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는 것이다.최근 정부생산성의 제고를 위해서는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기구와인력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서 미국에서는 94년말기준연방공무원의 약12%에 해당하는 27만여명을 99년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에너지부 교통부 주택도시개발부등 관련 정부기구의 폐지 내지는 축소조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마찬가지 논리로영국에서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공무원 숫자가 지난 80년에 비해 92년에는 약10%, 인원으로는 약46만명이나 축소됐다. 이와관련해 정부기구와 권한의 일부가 축소 조정되기도 했다.일본에서도 재정적자의 지속적인 累增 등을 이유로 재정 및 행정개혁이 오랫동안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행정관청의 통폐합이나 권한축소등과 같은 근본적인 행정의 개혁은 별로 이루어지지 못했다.이는 일본관료들의 조직방어 본능은 물론 조직방어 능력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인하기 때문이다.94년 4월10일. 정치권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대장성으로부터 건설 운수 농수성등 공공사업 관계성청에 「작전요령」이 전달됐다. 1) 공공사업의 사후평가기관의 설치에는 대장성으로서는소극적인 자세로 임한다. 2) 「공공사업성」의 설치에는 각성 모두적극적으로 반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3) 대장성의 발언에 가능하면동조해 주었으면 한다.당시 연립여당은 공공사업의 부분별 재검토와 공공사업성의 창설,국토삼청(국토청 오키나와개발청 훗카이도개발청)의 통합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대장성의 작전요령은 이런 정치권에서의 행정조직개편 논의에 대한 조직적인 항전과 다름이 없었다. 또한 거의 같은 시기에 연립여당은 후생성과 노동성을 통합해 「국민생활성」을 창설하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었다.그러자 노동 후생성 관료들은 즉각 반론 원고를 손에들고 의원회관을 돌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兩省이 합병하면 직원수만도 10만명이 넘게 돼 도저히 행정개혁이 되지 않습니다.』『공동으로 관할하는 법률이나 제도도 거의 없고 기능이 서로 달라통합으로 인한 업무의 효율화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얼마 안돼서 소위원회에서는 국민생활성 구상은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국토삼청의 통합구상에 대하여는 관료 뿐만 아니라 훗카이도 출신 국회의원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해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못했다.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공공사업을 주로 하는 건설성이라든지, 우정성 농림수산성 통상산업성 등의 조직중에서 공공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기구를 통합해 새로이 공공사업성을 창설하자는 획기적인 구상도 결국은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렸다.조직이라든지 권한의 축소는 일본 관료조직 사회에서는 감점 대상은 될지언정 득점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관료들은 조직의 통폐합에 철저히 저항했다. 따라서 일본의 행정개혁은 총론적으로 볼때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나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가시적으로 「개혁」이라고 할만한 조직 개편이나 인원 감축은 이뤄지지 않았다.관료들의 기득권 사수로 인해 정부조직의 근본적인 개편이 저지되고 이로 인해 정부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행정개혁의 성과가기대치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조직을 생명처럼 여기며 조직의 보존을 지상명제로 삼고 있는 일본의 「관료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