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 월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마치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심판 때와 같이 온세상이 바닷물로 덮인 가운데 흙 한 웅큼과 생수 한병이 매우 고가에 거래되고모든 생존자들이 유랑하는 배위에 떼를 지어 살면서 드라이랜드로불리는 육지를 찾아 헤매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지금 우리의 주식시장은 마치 바닷물에 뒤덮인 영화 워터 월드에서와 같이 켜켜이 쌓인 대기매물과 신용매물로 인해 취약한 모습을보여주고 있다. 총선이후 승승장구하던 주식시장이 정부의 공급물량 확대방침 보도이후 반전돼 주가지수가 총선전 수준으로 회귀하여 위기감까지 감도는 분위기이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격언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상황이다.주식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기본으로하여 성립된 유통시장이다. 유통시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몇십년 동안의 풍상을 견디고 나서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뿌리깊은 나무와도 같다. 땅 표면만 살짝 파고 묘목을 심은 것이 결코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유통시장을 매개하는 주가야 말로 숱한 풍상을 이겨낸 것으로서 어제 오늘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주식은 위험의 크기만큼 보상을 얻고자 하는 투자대상이며 이 위험에는 시장전체의 위험인 체계적인 위험과 개별주식의 위험인 비체계적인 위험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최근 총선이후의 주가급등과 공급물량 확대발표 이후의 급락을 보는 시각에 있어 체계적인 시장위험은 「소나기」에, 비체계적인 위험을 「뇌진탕」에 비유해보고싶다.상승하던 시장이 어떤 연유건 반전돼 급락세로 돌아서는 때는 소나기가 오기 시작하는 것인데 우산이 없다면 햇빛이 들기까지 피해있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그냥 비를맞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영업점에서 고객을 상대로영업하면서 느끼는 것은 종목선택에 성공하여 상당폭의 시세차익을남기고 매도했다 하더라도 시장흐름이 바뀔 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더많은 주식들을 처분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고스란히 소나기를 맞아 전체적으로는 손실을 입는다는 얘기다.다음은 개별주식의 경우인데 중형주 이상의 주식이 지속상승 내지급등하여 강세를 보이다가 어느 시점에서 「사자」없는 「팔자」호가로 당일중 급락세를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를 뇌진탕이라고부르고 싶은데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다시 일어난다 해도 옛날의건강한 모습을 찾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개별 중대형 주식중에서도 뇌진탕현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상승추세가 꺾여하락세로 돌아서기 일쑤다. 진짜 건강한 사람은 쓰러지지 않듯이중대형 주식이 상승추세를 보이다 갑자기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하는데는 이유가 따르기 마련이다.◆ 폭락후 완만한 회복세는 또다른 하락 예고한 예로 호남석유화학 주식을 살펴보자. 이 주식은 지난94년3월7일 6천4백원에서 95년 4월3일의 3만9백원까지 1년여만에 5배수준으로 급상승한 뒤 2만9천원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4월28일 일부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에서 95년 3/4분기부터 공급과잉으로 유화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자료가 나오면서 자본금1천5백억원의 대형주가 장중 하한가로 돌변했다. 유화경기에 관한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한달후인 5월27일엔 2만1천7백원까지 떨어졌다.다시 1년이 지난 지금은 1만4천원대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4월28일은 바로 호남석유 주식의 뇌진탕 발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결론적으로 시장전체의 최초 소나기 현상이나 개별주식의 뇌진탕현상이 주가가 상당폭 오른 시점에서 나타난다면 고점에 미련을 두지말고 매도에 가담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로 보아진다.설혹 폭락후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이는 또다른 하락을 예고할 뿐이며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가격은 극히 짧은 동안에만형성되므로 천장이나 바닥을 포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확률게임으로 보고 어깨에서 매도를 택하면 성공확률을높일 수 있으나 천장에서의 매도를 고집하면 확률이 떨어진다. 특정 주식이랑 백년가약을 맺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므로 주식하고는결혼하지 않는 냉정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