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가운데서도 특히 노인들은 지난50, 60년대를 회상하는 얘기만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경기가 정말 좋았고 생활의 질이하루가 다르게 향상됐던 그 시절은 미국 노인들에게 더 없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미국경제가 오늘날 처해 있는 현실을 보면 노인들이 추억속으로 푹 빠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요즘 경제성장속도는 들쭉날쭉한 경기순환을 감안할 때 한 세대 이전의 속도와 비교해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 실정이다.미국 노인들 대부분이 이같은 슬픈 현실을 한탄하고 있지만 정작이런 비극을 자초한 장본인이 바로 노인 자신들이라는 점을 깨닫는사람은 거의 없다.미국경제의 성장속도를 늦춘 요인으로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그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하락해온 투자율및 저축률을 지적하는 분석이 자주 언급됐다. 미국의 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투자액비율(순자본감가상각률기준)은 지난 50년대에는 8.2%를 기록했으나 오늘날엔 4%에 그쳐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져 있는 형편이다.같은 기간동안 저축률은 더 극적으로 하락했다. 전체국민소득에서가계와 정부소비를 뺀 저축분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순국민저축률을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90~94년 동안을 기준하면 이 저축률은 2.7%에 불과해 지난 50, 60년대의 약 9.1%와비교해 격차가 아주 크다(도표참조).◆ 보조금 정부개입은 노인의 소비패턴 낭비형으로 변질저축률이 이같이 추락한데 대한 배경설명도 분분하다. 예금이자에대한 무거운 세금, 사회보장제로 인한 왜곡, 미래에 대한 지나친낙관 등 다양한 해설이 나왔다. 어쩌면 여러가지 배경설명 가운데어느 것을 저축률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보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와관련, 클리블랜드 FRB(연방준비은행)의 자가데시 고크헤일과 보스턴대학의 로렌스 코틀리코프 및 상원예산국의 존 사벨하우스 등 3명의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발표한 논문 「전후 미국 저축률 하락에 대한 고찰:코호트 분석」은 신선한 충격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인을 시계열별 동세대집단(코호트)으로 구분하고 세대집단별 총소비를 파악해 봤다. 이같은 세대별구분작업을 마친 후에는 5개의 변수를 던져놓고 각 변수항목의 변화에 따라 코호트 저축률이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를 조사했다. 여기서 사용된 5가지 변수는 △총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정부지출의비율 변화 △각 코호트내에 속한 사람들의 저축률변화 △코호트 규모의 변화 △여러 코호트간의 재산분배율 변화 △한 세대가 차세대에 얼마나 많은 몫을 남겨 주려고 하느냐 등이다.물론 이들 5가지는 저축률과 관련해 민감한 변수들 가운데 추려 뽑은 것이다. 그러나 저축률의 변화에서 각 변수들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기 위해서 3인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먼저 시계열별로 저축액 자체가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했다. 한 집단의 시계열별 저축액을 알아 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우선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인간이며 어느 한순간에 과소비를 하거나 또는 무조건 구두쇠 행동을 하지 않고 일생동안 지출을 공평하게 잘 쪼개 사용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럴 경우 경제주체의 저축액은 단순하게 현재의 소득수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한인간이 살아생전에 벌어 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평생소득에 의해 결정된다.이코노미스트들은 또 이런 평생소득을 추정하기 위해 경제주체의금융자산과 직장 생활에서 추가로 벌어들일 돈을 감안해야 된다.여기에 정부에 낼 세금과 반대개념으로 늙은이가 되어 정부에서 받을 여러 생활보조혜택도 변수로 잡아야 한다.이같은 잡다한 요인들을 고려한 분석틀에 기본통계를 집어넣어 보면 극적인 추세가 두가지 밝혀진다. 그 한가지는 미국에선 현재의노인들이 미국 전체 재산(경제학적 정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한 세대전의 노인들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오늘날의 노인들은 생활보장 및 메디케어(노인대상 의료혜택) 등여러 정부보조금의 존재로 인해 한 세대전의 노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자라는 뜻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생활보장이나 메디케어같은정부보조금제도는 결국 세금의 형태로 젊은 사람들의 재산을 노인들에게 이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옛날에는 이런 이전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또 오늘날의 미국 노인들은 한 세대전의 노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예를 들면 60년대엔 70세 노인들의 소비액이 30세 젊은이 소비액의 71%에 상당했다. 80년대 들어서는 이비율이 91% 이상으로 높아졌다. 사람들은 미국이 전반적으로 고령화된 사회가 됐다는 이유를 들어 자연스런 소비액 증가가 뒤따른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노인 과소비 없으면 저축액 3배반이나 많았을 것인구통계만 놓고 보면 미국인 전체소비에서 차지하는 노인 소비의비중이 60년대초와 80년대말 사이에 16%포인트만큼 높아졌다(연령별 구조상 80년대말에 노인층이 두터워졌다). 그러나 노인층 확대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분 등을 배제해도 오늘날의 노인들이과소비를 하고 있는 점이 뚜렷하다. 60년대초엔 70세 노인들의 비(非)의료지출액은 30세 젊은이 지출액의 63%에 해당했으나 이비율이 80년대말 현재 90%로 치솟아 있다.그러면 왜 노인들의 씀씀이가 헤퍼졌는지를 따져볼 때가 왔다. 정부개입으로 인한 재산의 이전효과가 요인이다. 노인들이 정부를 통해 이전받는 재산의 규모와 정부의 개입방식 등 두가지 모두가 노인들에게 낭비를 부추기는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인네들이소비액을 결정하는데 있어 삶에 대한 두려움과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죽기전에 재산이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한다든지 유산을 많이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인이 있다면 가능한 한 소비를 줄이려고 할 것이다.문제는 미국정부의 보조금 프로그램이다. 정부개입은 두가지 경로로 노인들의 소비패턴을 낭비형으로 변질시켜왔다. 그 한 가지는생활보조금이라는 것으로 매년 지급되는 돈이기 때문에 노인들은살아 생전에 빈호주머니가 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한가지는 메디케어라는 것으로 현금이 아닌 의료서비스(용역)의형태를 띠고 있어 노인들은 메디케어를 절약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노인들이 메디케어를 덜 활용한다고 해서 돈을 절약하거나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을 불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메디케어절약은 불특정다수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밖에 없다.이런 분석틀을 제시한 3인의 이코노미스트는 노인들의 과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제도가 미국 저축률 하락의 배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이들 3인의 분석에 따르면 노인들의 과소비문제만 없다면 미국의국민저축액은 현재 액수보다 3배반 정도 많을 것으로 계산됐다.비록 노인들의 과소비 등으로 현재 나타난 저축률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미국인들의 세대별 저축구조에 희망이 아주 없는 것도아니다. 미국 젊은이와 중년층의 경우 한세대 전의 동년배들과 비교해 저축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만약 80년대말의 미국젊은이와 중년층이 60년대초의 선배들만큼 흥청망청 소비했다면 미국의 국민저축률은 끔찍한 수준으로 추락해 있을 것이다.이 저축률에 관한 논문은 몇가지 대담한 가정을 전제로 했지만 그결론은 중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젊은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수혜자들이 절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노인들에게 거둔 돈을 주는 급진적인 재분배가 미국에서 저축률을 급락하게 만든 주범이라는 것이다. 쉽게말해 부모세대가 누렸던 「풍요의 시대」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부모들에게 풍요의 시대가 끝장난데대한 책임의 일부를 물을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Growing old expensively」 September 7, 1996.? 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