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CI에 대한 인식이 날로 확산되면서 시장규모 또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은 미국 일본등 선진국업체와 국내업체들로 양분돼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등 외국계업체들은 선진기법을 십분활용, 그룹사등 대기업의 CI용역을 따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반면 국내업체들은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의CI작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사는 미국계 CI업체인 L&M. 이 회사는 삼성그룹의 CI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국내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푸른색의 타원형안에 「SAMSUNG 」워드마크를 새긴 새 로고를 제시,디자인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두산그룹,한독약품의 CI도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 최근에 그룹출범을 선언한 새한그룹의(전 새한미디어) 이미지통일 프로젝트도 맡아 현재 작업을 진행중이다.L&M은 퓨랫 인수티튜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였던 고든 리핀코트와건축가 마굴리스가 45년에 설립한 회사로 제록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피자헛등 우리에게 낯익은 미국유명기업의 CI를 제작했다. 이회사의 역작은 크라이슬러사의 펜타스타심벌. 65년 크라이슬러사로부터 전면적인 CIP작업을 의뢰받아 고품질과 탁월한 서비스를 상징하는 펜타스타심벌을 창안해내 화제를 모았다. 이 심벌은 세계에서가장 유명한 심벌중의 하나이다. 전세계 3천여 기업의 CI작업을 수행해오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이 회사의 무기이다. 뉴욕에본사를 두고 있는 L&M은 지난해 한국지사(지사장 다이아나강)를설립,그동안의 대기업위주 영업에서 탈피해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지사장 다이아나 강은 『CI는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도 중요하다』며 CI를 바꾼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에대한 영업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같은 미국계인 랜도 어소시에이츠사의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다.41년 월터 랜도에 의해 설립된 디자인컨설팅회사로 세계적 기업인코카콜라 제너럴일렉트릭 디즈니랜드 하얏트호텔 칼텍스사의 CI를제작했다. 애틀랜타올림픽 앰블렘도 랜도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LG그룹 금호그룹 동양그룹 용인자연농원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굴지의 12개업체 CI 및 BI작업을 수행했다. 랜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국제본부를 두고 있으며 뉴욕 런던 도쿄 홍콩에 지역본부와한국을 비롯한 10개국에 마케팅사무실이 개설돼 있다. 랜도는 약4백여명의 전문가가 국제적인 라인을 형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있다. 이 회사는 CI,BI,패키지디자인 등을 비롯 소매환경,소비자조사, 이미지파워분석 등의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L&M, 세계 3천여 기업 CI작업 수행일본 CI업체의 활동은 미국계 업체에 비해 그리 활발한 편은 못된다. 파오스(PAOS)가 주택설비업체인 한샘과 삼성그룹으로부터 분가한 제일제당의 CI를 제작했다. 미국 보스턴 뉴욕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최근 한국 중국 동남아로 적극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파오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CI업체로 설립이후 26년동안 60여개사의CI를 개발했고 35종류의 CI관련 책자도 출판하기도 했다. 이회사의이같은 연구성과는 하바드대학 비지니스스쿨의 마케팅 관리과목의사례연구대상으로 선정됐다. 기린맥주,마쯔다,아식스,가와세끼제철,스미모토은행 CI는 파오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산토리,아스키사의 CI작업을 진행중이다.◆ 외국사 의존은 한국적 이미지 상실 가능성이들 외국업체들에 맞서 10여개의 국내업체들이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중 디자인포커스인피니트사의 활동이 두드러진 편이다. 국내 업체중 처음으로 문을연 디자인 포커스사는 금성사(현 LG전자)의 「골드스타」영문CI를만들어내 히트시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력을 검증받은 이회사는 이후 순항을 거듭했다.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쌍용그룹마크, 태극의 음과 양이 서로 감싼 KBS마크, 보람은행마크 등이 디자인포커스사가 창조한 CI들이다. 12년 동안 이 회사가 CI 및 BI작업을 해준 업체는 70여개사에 달한다.인피니트사도 CI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이미지 통일작업을 해준 그룹사만 해도 한일그룹 한신그룹 두원그룹세아그룹등 4개그룹에 달하며 줄잡아 5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인피니트사의 손을 거쳐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 회사의 최근의히트작은 풀무원CI. 초승달모양의 타원형밑에 풀무원을 영문으로표기한 마크는 자연을 담는 큰 그릇으로서 이 회사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밖에 캐슬린 심팩트 인터브랜드사 DC&A등도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국내 CI업체들은 그룹사등 대기업의 기업이미지통일작업이 외국기업에 편중돼 있는데 대해 불만이다. 국제화라는 시대흐름에 맞추어CI도 이에 걸맞게 맞출 필요는 있으나 외국기업에 너무 의존할 경우 한국적인 기업이미지를 상실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미니 인터뷰 / 정일선 인피니트사 사장우리나라에 CI(Corporate Identity)를 「업」으로 삼는 회사가 생긴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맨처음 디자인포커스사가 문을 열었고 인피니트사가 그 뒤를 이었다. 이후 기업들 사이에서 CI에 대한인식이 확산되면서 10여업체가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하고 현재 성업중이다.이들 업체중 인피니트사는 미대교수들의 부업수준에 머물렀던 CI를독자적인 「업」으로 정착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88년 설립된 이 회사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새롭게 CI를 만들어 준 회사만도 한일그룹 하나은행 풀무원 등 60여업체에 달한다. CI업계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한 인피니트사 정일선사장을 만나 업계현황 등을 들어봤다▶ 기업들의 CI에 대한 인식은.기업들은 과거 CI를 기업이미지의 시각체계통일작업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CI는 그런 개념이 아니고 시각체계통일뿐만아니라 전체 기업이미지를 통합하는 일종의 경영도구로 인식해야한다. 외국선진기업들은 일찍이 이런 차원에서 CI작업을 활발히 추진,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고 있다. IBM이 좋은 사례가 아닌가 한다. 기업명도 하나의 브랜드라는 사고 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최근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우리 기업의 CI 수명은 어느 정도인가.외국기업의 CI수명이 15~25년이 되는데 비해 국내기업은 5~8년으로비교적 단명하다. 너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만 의존한 결과이다.CI를 바꿀 때는 현재의 기업이 처한 상황과 미래경영목표가 동시에고려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경영목표이다. 그러나 일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경영자들은 너무 보수적이어서미래보다는 현재의 단순한 변화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스로생명을 단축하는 셈이다.▶ 기업이름 개명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조언을 한다면.이름개명을 포함한 전체 CI작업을 할 때는 이에대한 공감대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먼저 형성돼야 한다. 경영자 홀로 필요성을 느껴 추진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직원은 2차 고객이 아닌 1차 고객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기업이미지를 알리는 전도사역할을 수행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왜 이 시점에서 CI를 바꾸어야 하느냐는불만이 나온다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는 전달될리 없다. 또한CI작업에 대해 우리기업 경영자들은 비용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있으나 이제는 투자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그 회사의 제품도 보지만 먼저 로고 등 상징물을 먼저 떠올린다.따라서 CI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도 기업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영 및 영업전략은.인피니트는 지난 88년 설립이후 CI업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1등이 되는 과정보다는 1등이 되었을 때가 더 힘들다고 본다. 계속 선두를 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회사의 모든 조직을 1년단위로 완전파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부서에 오래 있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이렇게 될 경우 직원들의 창의성은 자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마케팅사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