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셋이 될까. 미국 기업들은 거의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의 시장분석기관 시큐리티데이터는 96년 한해동안 미국내에서 6천5백90억달러가 기업합병에 소모됐었다고 집계하고 있다. 이 액수는 한해 전의 5천1백90억달러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도표참조)그러나 대부분은 기업합병으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뉴욕의 머서컨설팅이 과거 10년간 이뤄진 3백건 이상의 굵직한 합병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합병계약 3년안에 합병기업의57%가 주가하락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에 걸친 손해비율은 더 높게 나타난다. 그 방면에 도가 튼 사람들이 벌이는일임에도 이렇게 실패를 하는 이유는 뭘까?물론 이런 실패를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매킨지 컨설팅사는지난 10년동안 상대방의 권리를 몽땅 사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진 기업인수의 경우 80%가 비록 시너지 효과까지는 못봤지만 합병에 들어간 원가는 다 뽑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대부분의 합병이 만족할 만한 결과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인수자측이 계약 그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합병이후에 일어날 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합쳐진 두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시스템을 비롯한 공식·비공식 과정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절묘하게 뒤섞여야 하는데 이것은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80년대에는 그야말로 이런 일은 아주 「간단한」 일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든 해고될사람과 철거할 설비에 대해 적당한 보상만 해주면 쉽게 합병을 할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과잉 노동력과 설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자는 대체로 자신이 인수한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그 결과 그들은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대부분 파괴하게 된다.이런 문제는 합병실무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들은 최고경영자들에게 실제상황이 어떻다는 설명을 하기보다는 덮어놓고 다시 전략을 짜거나 경영단계를 줄이고 다운사이징을 하라는 등의 건의를한다. 인수협상때 실무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는 경영자들은 이 때문에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서툴다. 합병 이후의 통합전략까지 세워야 하는 사람들이 이런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새 합병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일어나는 것이다.합병의 어려움은 합병이전 각각의 회사를 가동시키고 있던 명령체계에서부터 내부 메일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식적 시스템과과정을 처리하는 데서도 도사리고 있다. 케프너트레거 컨설팅사의퀸 스피처 사장은 양쪽의 시스템을 단순히 통합만 한다면 복잡해지기만 할뿐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나중에는 이익을 보긴했지만 지난 91년 케미컬뱅크와 하노버매뉴팩처러가 합병한 뒤 서로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결국 케미컬의컴퓨터는 수표관련 업무에 사용하고 아직까지 개발 중인 매뉴팩처러의 컴퓨터는 소비자나 은행관련 업무에 쓰기로 적당히 타협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혼란이 정리되는 데 18개월이 걸린 것이다.◆ 합병 효과보다 계약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두 회사의 공식 시스템과 절차를 합치는 것은 복잡한 작업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시스템과 절차, 문화 등을 처리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94년 소프트드링크업체 스네이플을 17억달러에 사들였던 식음료제조사 퀘이커 오츠를 괴롭히는 골칫거리는 느슨했던 스네이플의 경영방식을 개조하고 그 회사 제품을 퀘이커의 기존 유통망에 편입시키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차차 본격화되자 간단한 식품을 자신들만의 특이한 방법으로 만들어 판매하던 습관에 익숙해진 스네이플의 종업원들은 소외감에 젖게 됐고 당연히 매출도 급감했다. 그 결과 지금 퀘이커는 음료부문 전체를 처분하려고 애쓰고있다.경영권 이양은 「내전」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지난 93년 프라이스클럽과 코스코, 두 할인전문업체는 결합 이후 아주 다른 기업문화에 각각 젖어 있던 양쪽 경영자들이 같이 일하지 않으려 했기때문에 1년 가까이 혼란상태에 빠졌었다. 합병기업의 1/3 정도가결국에는 개별 회사로 분리된다. 브리티시텔레콤(BT)이 미국의MCI와 합병할 때도 문화충돌로 골치를 썩였다. BT의 임원들은MCI쪽보다 더 관료적이고 덜 기업가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이런 문화적 긴장관계는 내부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공급업자와 유통업자, 소비자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는외부인들이 회사의 공식 시스템과 관계를 갖지만 공식 시스템의 효율성은 기업문화나 회사의 비공식 네트워크들과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나중에는 외부인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합병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여러 어려움은 시너지 효과를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 어떤 식의 합병이 바람직한 것일까? 대다수의 기업은 다른 회사를인수할 때 상대에 대해 재정적인 의무를 다할 것임을 약속하지만대부분의 기업들이 피합병 기업 내부의 여러 시스템과 네트워크에대한 실정을 잘 알아보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수때의 약속을 잘지키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측 인사들과 충분한 대화를 한다면 인수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회사를 실제로 잘 가동시킬 수 있는 주요과정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사우스웨스트항공이 그보다 작은 경쟁사였던 모리스항공을 93년에인수하기 전, 모리스의 시스템과 비행스케줄에서 기업분위기에 이르기까지 합병 이후 예상되는 모든 효과에 대해 꼼꼼히 분석했다.그 결과 사우스웨스트는 인수시 약속한 여러 가지를 모두 이행할수 있었다. 이 합병은 썩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별 꼼꼼한 계획없이 강압적으로 추진된 US항공의 프리드먼항공 인수는 몇 년에 걸친 문화적 갈등을 초래했다.◆ 경영권 이양, 기업내·외부에 문화충돌 일으켜이런 세심함은 인수가 이뤄진 뒤에도 한동안 필요하다. 합병에 얽힌 문제를 푸는 열쇠는 합병된 기업의 저항이 아니라 그 저항에 대응하는 인수자에게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피합병 기업에서 수십년동안 일해왔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식이 하루아침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돼 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 합병은 처음부터 암울한것이 될 수 밖에 없다. 매킨지컨설팅은 성공한 인수자들은 연속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 중 85%의 인수자들은 합병된기업의 임원들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했다. 최고 경영자를 합병된 기업의 「과도기 책임자」로 내세우는 것도 역시 도움이 된다. 이런 방식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일찍 파악하는 데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일부 인수자들은 이런 일을 귀찮게 여긴다.합병에 익숙한 기업들은 처음부터 두 기업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에 대한 뚜렷한 생각을 갖고 있다. 휴랫팩커드나 존슨&존슨, 에머슨전기같은 기업들은 앞으로 있을 합병의 모든 국면을 평가하는 데표준화된 기술을 채용하고 계약이 한참 지난 후에도 합병을 원활히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인수팀을 투입한다. 에머슨은 최근 3년동안사들인 기업마다 경영 시스템과 관행을 이런 식으로 융합시켜 왔다.하지만 이렇게 조직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들은 몇 안된다. 어느 석유회사가 새 정유공장을 짓는 데 10억달러를 투자하려고 생각한다면 몇년에 걸쳐 투자계획을 짜고 세밀한 사업전략을 구상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 오랜 기간동안의 운영과 투자계획도 신중히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의 모양을 완전히 바꿔놓을 대부분의 합병은 별로 경험이 없는 실행자들에 의해그때그때 틀에 박힌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많은합병의 경우 이로 인해 창출될 수 있는 가치의 절반 정도가 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Why too many mergers miss the mark」 Jan. 4, 1997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