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방어의 최대 무기는 역시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다.별이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는 요란한 싸움을 벌여도 여론만 유리하게 형성되면 물독에서 자라를 건지듯 쉽게 게임을 끝낼 수 있다.지난 93년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등 계열사를 통해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했을 때 기아가 경영권을 무난히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우호적인 국민정서 덕분이었다. 미도파경영권을둘러싼 대농과 신동방의 싸움도 누가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느냐가승패의 관건이다. 미도파 M&A를 둘러싸고 지난 6일 신동방이 공개매수의사를 밝히자다급해진 대농측은 즉각 십자포문을 열었다. 외국자본과 결탁해 소유분산이 잘된 기업을 탈취하려는 부도덕성을 맹렬히 비난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활동까지 저해하고 재계질서를어지럽혔다는 것이다. 공격자인 신동방측의 주식매집자금의 출처와위법성 여부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을 가장해 검은 돈을 세탁하려는 의도이거나 해외자금유출을 위한 것이란얘기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전직대통령의 정치비자금 연관설도 제기되고 있다.현대 삼성 LG 등 재계도 대농의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며 거들고 나섰다. 미도파가 발행한 5백억원규모(전환시 미도파전체주식의10.5%에 해당)의 사모 신주인수권부채권(BW)을 LG종금 삼성생명 한국생명이 나눠 인수했다. 목적이 어디에 있든 공격적인 기업탈취에맞서 재계가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치밀하게 주식을 매집해온 신동방측은 이제는 재계와힘겨운 대회전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매집의 의도가M&A에 있다면 말이다. 이번에 발행된 BW는 오는 7월1일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대농측의 우호적인 지분은 38.57%로 높아져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현재 신동방그룹과 그 우호세력으로 보이는 고려산업, 성원그룹, 외국인투자가들은 37%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M&A업계는 공격적인 M&A에 맞서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대농이 상황이 급박해지자 재계를 끌어들이고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누군가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되고 지난 1월초 M&A추진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는데도 계열사를 통한 주식매집 말고는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사모CB발행의 경우도 검토공시를 냈다가 외국인 투자가의 가처분신청으로 좌절됐고 무난히 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공모 BW 역시 청약 하루전 법원의 결정으로 무산됐다.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았다.미도파가 M&A태풍에 휘말리면서 금융권은 오히려 추가대출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대농측은 그동안 지분확보에 5~6백억원의 뭉칫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공격자인 신동방은 계열합작사인 동방페레그린과 역외펀드 외국자본을 활용, 입체적인 공격을 펼쳐왔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매매주문을 낼 때 비회원증권사를 거치도록 하는등 치밀한 면모를보였다. 매번 철저히 장막을 치며 방어자를 혼란하게 했다. 또 CB,BW 등 주식관련 채권발행을 발빠르게 차단, 방어자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공시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점을 제외하고는 「고수」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업계는 평하고 있다. 증권가에 다음 타깃은 어느 기업이라는 루머가 돌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재계가 백기사로 출현하는등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신동방은 「장고」에 들어갔다. 공개매수를 통해 미도파의 경영권을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적당한 타협을 통해 실리를 얻을 것인가를 택해야한다. 민감한 여론을 촘촘한 잣대로 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