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에서 정보통신 분야 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미국에 사는가족과 통화할 때 국제전화를 쓰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컴퓨터에마이크를 달아 만든 인터넷폰을 이용해 소식을 전한다. 물론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의 국제전화서비스보다 감도는 약간 떨어진다. 전달속도가 2`3초 가량 느린데다 상대방의 목소리에서도 떨림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 면에서 월등히 싼 까닭에 경제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다. 인터넷 접속에 따른 비용만 부담하면 되므로한번 통화에 몇천원씩 드는 국제전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비록 통화상태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그래도 인터넷폰을 이용하는 것이 훨신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인터넷폰은 현재 국내의 통신회사에서 서비스하지 않는다. 한국통신도 국제전화는 취급하지만 인터넷폰은 서비스메뉴에 올려놓고 있지 않다. 서비스 자체가 아직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한 김모씨처럼 PC에 마이크를 단다음 인터넷을 통해 역시 상대방 PC에 음성을 보내는방식(PC-to-PC)은 예외다. 전기통신사업법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는 까닭이다. 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들어가 음성을 보내는 방식(PHONE-to-PHONE 또는 PHONE-to-PC)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인터넷폰은 인터넷을 잘 아는 일부 마니아들이자신의 PC에 오디오카드 등 별도의 장비를 갖춘 다음 이용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전화를 이용한 인터넷폰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통신혁명의 시대가 열리면서 통신 이용자에게 많은 경제적인 도움을 줄 새로운 서비스가 줄줄이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외전화도 마찬가지다. 전혀 새로운차원의 서비스가 등장,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외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사실 통신업계는 그동안 인터넷폰, 음성재판매, 콜백 등 선진국에많이 보급돼 있는 통신서비스의 개시시기를 놓고 많은 논란을 벌여왔다. 그렇지만 정부는 기존 통신업계의 입장을 고려, 확실한 답변을 미루곤 했다. 그러다가 최근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판단하고 전기통신사업법을 손질하면서 별정통신서비스라는 아주별스러운 이름으로 인터넷폰, 음성재판매, 콜백 등의 통신재판매를허용하기로 했다. 통신재판매는 설비보유업자로부터 통신설비 및서비스를 빌려 제3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입법예고 단계라 서비스가 언제부터 실시될지는미지수다. 그러나 업계는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말많던 서비스가 드디어 국내에도 상륙하게 된것이다.◆ 음성재판매, 광케이블 도매가에 빌려 서비스별정통신서비스가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다는데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보다 적어도 20~50%는 쌀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방식과 비교할 때 비용이 아주 적게 드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인터넷폰 외에 음성재판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통신과 같은 전화회사로부터 대용량 광케이블을 도매가격으로 빌려 이를 시내전화망과 연결, 국제전화나 시외전화를 걸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이용료가 기존방식보다 싸다. 특히 음성재판매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의 경우 한국통신이나 데이콤과 경쟁을 하려면 이용료를 아주 싸게 할수밖에없다. 장거리 전화를 많이 거는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많은 도움을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다른 별정통신인 콜백은 일종의 틈새서비스로 미국으로 전화를 걸 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화하는 요금에 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할 때 드는 요금이 싸다는데 착안한 서비스다. 국내에서 콜백서비스 업체를 통해 미국으로 전화하면 현지 통신업체가 자신들이 받는 요금으로 상대방과 연결시켜준다. 요금은 미리 계약한 크레디트카드 계좌에서 결제한다.별정통신서비스는 내용 자체가 혁신적인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잖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먼저 요금과 서비스형태가 다양해져 소비자들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는 점은 아주 바람직한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전화나 시외전화에 한국통신 외에 데이콤이 참여하면서 업계 전체에 서비스경쟁을 유발했던 사실이 이를입증한다.또 업계 전체로 볼 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통신 서비스 자체가 어느 정도 분업화됨으로써 국가적인 측면에서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별정통신서비스에 대해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특히 업체가 난립할 경우 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떨어져 지금보다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별정통신분야의 기술력이 취약해 외국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이 큰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별정통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기업들 가운데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기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디지털신호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와 음성을 압축하는 기술 등 핵심적인 분야를 개발한 예가 없다.대신 대부분의 업체가 외국 회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해외기술에 의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또 하나 별정통신서비스는 결정적으로 시내전화 요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사실 한국통신의 경우 이제까지는 원가보다 요금이 비싼 시외전화나 국제전화에서 얻어진 초과이익으로 시내전화 요금을 싸게받아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틈새서비스가 등장하면 시내전화 요금을 더 이상 싸게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이루고 있다. 자연히 시내전화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전화요금을 전면 자율화하기로 하고 이미 부처간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재정경제원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구내통신, 건물내 통신서비스 제공별정통신서비스를 취급할 회사설립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까다롭지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부가통신 업체와 마찬가지로신고에 의하여 회사설립이 가능하므로 지분구조와 관련된 규제는전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요금이나 서비스조건은 정부의 약관심사를 거치게 된다. 또 재정조건, 기술능력, 이용자보호를 위해 정부로부터 일부 규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사업을 시작할기본적인 여력만 갖추고 있으면 충분히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자금력이나 연구개발 능력이 앞서 있는 대기업의 참여가 예견되고 있다. 같이 경쟁할 경우기업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측면이 많은 까닭이다.이밖에 구내통신사업도 등장, 새로운 통신세계를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정통부가 제2의 시내전화 업체인 하나로통신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건물주 또는 제3의 업체를 구내통신사업자로 등록케 해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가운데 하나를 시내전화업체로사전에 지정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자는 건물내 전화선로와 케이블TV선로 등을 하나로 묶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새로운 개념의 통신서비스가 만들어낼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자칫 요란한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 등 외국의 사례에서도 이러한전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는 경쟁력이 뛰어난 외국업체에 기선을 빼앗길 가능성도충분히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특히 외국 업체에 문호가 개방되는 99년 이후를 대비하는 노력이절실히 요청된다는 지적이 많다. 통신신세계라는 큰 무대가 남의잔치로 장식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