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아트박스의 박진과장은 오랜만에 부인으로부터 점수를땄다. 평소의 퇴근시간보다 2시간 이른 오후 5시에 부인을 예술의전당 부근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멋진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함께들어가 저녁식사를 한뒤 뮤지컬 쇼코미디를 감상한 것.박과장은 그해 여름엔 더 큰 점수를 땄다. 부인과 함께 처음으로유럽이란 땅에 발을 디딘 것. 이름하여 배낭여행이다. 파리 로마등을 8박9일 도는 동안 발은 좀 고생했지만 눈은 그야말로 호강했다.박과장이 이들 행사를 결행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도움 때문.쇼코미디를 볼땐 초대권과 식사비 그리고 2시간 먼저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고 유럽여행 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비행기값을대줬다. 그리고 휴가도 원래보다 사흘 더 줬다.박과장만 호강을 한 것은 아니다. 아트박스의 모든 직원이 이런 혜택을 받고 있다. 공연 구경은 모든 직원이 업무를 일찍 끝내고 함께 간다. 단 저녁값은 부부동반일 때만 지급된다. 조석현 사장의경영철학중 하나가 가족주의이기 때문. 배낭여행은 해마다 20명씩나눠 보내준다. 아트박스 직원은 모두 1백20명. 따라서 6년안에 전직원이 나갈 수 있는 셈이다.서울 역삼동의 아트박스 본사에 들어서면 젊은 기업, 통통 튀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확 와닿는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0대후반이다. 또 문구 팬시업체이다보니 컬러풀한 각종 상품이 아름답게 진열돼 있다. 직원들은 컴퓨터에 달라붙어 매킨토시 프로그램으로 신제품을 디자인한다.취급하는 품목은 3천여종. 노트 바인더 앨범 다이어리 수첩등 문구류에서 학생용 가방 배낭 인형 모자 멜빵 등 봉제품류 그리고 휴지통 벽시계 거울 우산에서 엿 사탕에 이르는 기프트류. 없는게 없을정도이다.미국 바이어가 와 보고는 『이렇게 많은 제품을 다루는 업체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이다.그것도 전부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들이다. 물론 자가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 하청을주고 품질을 검사하는 등 영락없는 아트박스 제품들이다. 백화점이수만종의 제품을 취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이다.아트박스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아름다움이 추가된다. 디자인과 색상으로 미를 창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볼펜이면 싸고 잘 써지면 됐지, 무슨 얼어죽을 놈의 디자인이냐」고 반문하는 기성세대들도 있지만 신세대는 디자인을 더욱 중요시한다.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아트박스로서는 이들의 기호를 무시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아트박스제품의 평균 수명사이클은 6개월. 신세대의 급변하는 취향에 맞추기 위해 계속 신제품을 쏟아낸다. 시제품중 상품화가 안되는 것을 포함하면 일년에 수만종의 디자인제품이 나오는 셈이다.디자인력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이런 면에서 아트박스는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다. 전 직원이 대졸출신인데다 디자인 분야에서 섬세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직원이 약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트박스가 해마다 30%이상의 빠른 성장을 하고대리점 신청이 몰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아트박스를 이끄는 조사장은 이제 만 32세의 신예 기업인이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정책학석사와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그는 94년 레노마주니어로 뜨는 기업인 서문어패럴을창업했고 이듬해엔 아트박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아트박스는 처남이 하던 것을 이어 받은 것. 95년 가을 이 회사를 맡을 당시만 해도 아트박스는 그렇게 잘나가는 회사는 아니었다.당시엔 경기도 부진한데다 윤달여파로 더욱 판매가 힘들 때였다.윤달에 결혼을 기피하는 습속 때문에 선물용품의 매기가 별로 없었고 체인점의 매출은 감소하는 등 회사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신상품기획도 부실해 일부 체인점에선 왜 팔릴만한 신상품을 적기에 공급해주지 않느냐며 볼멘소리였다.해외에도 30여개 체인점 … 문의 쇄도새로 사장을 맡은 조씨는 우선 회사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야 생동감있는 신제품이 나오고 회사와체인점이 번성한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바로 해외배낭여행과 부부동반 공연관람. 직원들이 신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물론이다.다음으로 내건 것은 제일주의. 가장 나은 제품만이 팔린다는 신념으로 좋은 디자인을 고안토록 독려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전직원 품평회제도. 디자이너가 내놓은 시제품을 전직원이 아무 제한없이 평가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만 상품화하는 방식이다.마지막으로 내건 것은 고객중심주의이다. 모든 상품은 고객의 눈으로 보도록 했다. 디자이너가 소비자보다 더 전문적인 안목을 갖고있겠지만 상품의 선택은 결국 소비자의 몫.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 평가하고 만드는 안목을 기르도록 했다.다음으로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고급화했다. 철제소품류를 중심으로한 인테리어를 원목중심으로 교체, 매장안에 들어서면 고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영업정책의 기조는 「체인점들에 이익이 돌아가게 하자」로 정했다. 체인점의 이익은 곧 회사의 이익이라는 신념을 영업직원들에게 뿌리내리도록 했다. 소비자와 체인점 회사가 삼위일체가 될 때 비로소 회사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논리인 셈이다.조사장의 정책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매출(소매가기준)이95년 3백50억원에서 96년엔 4백50억원으로 30%가 뛰었다. 남들이불경기라고 하는 요즘 문구 및 팬시업계에서 이 정도의 신장은 놀라운 성적이다. 조사장 자신도 깜짝 놀랐을 정도이다.아트박스의 체인점은 국내에 1백3개가 있다. 또 해외에도 38개의체인점을 두고 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네이 등에 체인망이 형성돼 있다. 이들 나라에서 아트박스는 곧 한국의 아트박스의 체인점인 것이다.『처음엔 한국을 다니러 온 교포들의 제의로 해외체인점을 열게 됐습니다. 그뒤 외국인들이 국내 체인점을 둘러보고 재미있는 사업이라며 개설을 요청해왔죠. 지금은 외국에 연 매장을 보고 외국인들이 체인망 개설을 문의해올 정도입니다.』이런 식으로 브라질엔 이미 18개의 체인점이 개설돼 있다. 이들 체인점엔 한국의 아트박스가 매장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며 아트박스가수출한 물건을 취급한다.『올해 처음으로 홍콩페어에 참여하는등 해외로 눈을 많이 돌리고있습니다. 해외에서 관심을 많이 보여주는만큼 우리도 해외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지요. 몇년내 해외매장이 크게 늘어날겁니다.』조사장은 기업은 한우물을 파야 노하우가 축적되며 경쟁력이 쌓인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아트박스도 문구 팬시분야의 전문기업으로키워나갈 것임을 밝힌다.또 종업원에게 잘해주는 것이 곧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며 급여나 복리후생도 대기업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해주고 있다.조사장은 지난 95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부가 작고한 조희태장군(사고 당시 육군소장)의 아들. 선친은 원래 조씨가 정치인이 될것을 희망했으나 조씨는 정치보다는 경영이 체질에 맞는 것 같다며전공을 바꿨다. 또 이왕 사업전선에 뛰어든만큼 멋지게 한판 승부를 벌여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주위에선 그가 아트박스와서문어패럴 모두를 멋지게 성장시키고 있는 점에 주목, 능력있는사업가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